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태평양小國 나우루 “호주가 미워”

딸기21 2002. 6. 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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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로부터 원조를 받기로 하고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수용했던 태평양의 소국 나우루가 약속했던 돈도 받지 못한 채 혼란을 겪고 있다. 돈으로 때우려던 호주 정부의 ‘난민 장사’는 이웃의 작은 나라에 고통을 떠넘긴 셈이 돼, ‘강대국의 횡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나우루의 르네 해리스 대통령은 11일 “호주가 떠넘긴 난민들 때문에 나우루는 지금 악몽을 겪고 있다”면서 호주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호주 정부는 당초 약속했던 원조자금도 아직 다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 아프간 등에서 온 난민 460명을 태운 배가 호주의 크리스마스섬 앞에서 좌초되면서부터. 당시 총선을 앞두고 있던 호주 연립여당의 존 하워드 총리는 국제적인 비난여론 속에서도 강경한 난민 거부정책을 고수했다. 결국 난민 150명은 뉴질랜드에, 310명은 나우루에 분산수용됐다. 이런 식으로 하나둘 받다보니 현재 나우루에 수용된 난민 숫자는 1100명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나우루가 ‘너무 작다’는 것. 바티칸시티를 제외하면 세계최소국(면적 21㎢)인 나우루는 식량과 물까지 호주에 의존하는 사실상의 속국이다. 관광산업 외에는 경작지도, 삼림도 없다. 인구 1만2000명인 빈국에서 졸지에 인구의 10%를 난민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당초 올 5월까지만 난민들을 받아달라던 호주 정부는 시한이 지났는데도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약속했던 3000만달러 중 700만 달러의 지급도 미루고 있다. 해리스 대통령은 “호주 정부는 ‘난민들을 데려간다고 약속한 적은 없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난하는 반면 호주는 “나우루에 해줄 만큼 해줬다”는 입장이다.

 

결국 불쌍한 것은 호주 앞바다까지 왔다가 태평양 가운데에서 발이 묶인 난민들. 호주의 구호단체인 난민보호위원회는 “호주 정부가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는 한 이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나우루의 난민사태는 이미 예견됐던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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