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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0여년만에 '핵발전 확대' 방향 전환

딸기21 2010. 2. 1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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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핵발전을 확대하는 쪽으로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틀었네요.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한 이래 30여년 만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새로 세워질 원전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겠다”며 원전 건설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세계 각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덩달이처럼 좋아할 사람들도 보이는군요.




오바마는 이날 메릴랜드주 랜햄을 방문한 자리에서 조지아주에 세워질 새 원전을 언급하며 “정부가 이 원전 건설에 80억 달러 규모의 대출보증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는 스티븐 추 에너지장관과 캐럴 브라우너 백악관 환경·에너지정책담당관도 함께 했다고 합니다. 조지아주 버크카운티에서는 미 남동부 최대 전력회사인 서던코(Southern Co.)가 새 원자로 2기를 짓고 있지요.
1979년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로 14만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뒤 미국은 원전 건설을 중단했습니다. 현재 미국 31개 주에 원자로 104기가 가동되고 있고 전체 에너지생산량의 20%가 이 원전들에서 나오지만, 시설이 낡아 새 원자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미 에너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핵발전 비중을 현재의 20% 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5~30기의 원자로를 더 지어야 한다네요. 공화당 등 원전 찬성론자들은 원자로 180~200기를 더 지어 화석연료 대신 핵발전 비중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핵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근래 ‘중도파’들 중심으로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오바마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청정에너지’를 차세대 경제동력으로 꼽았지요. 이 때문에 오바마 당선 직후 세계 증시에서 풍력발전·원전 관련주가가 폭등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러니 오바마가 '친환경주의자'라는 이미지하고는 약간의 괴리가 있는 셈이죠. 그리고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주관하는 추 에너지장관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출신으로 유명한데, 핵발전을 비롯해 ‘첨단 기술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여온 대표적인 기술낙관론자입니다.




이미 오바마는 지난달 연두교서를 발표하면서 핵발전 확대 계획을 밝혔고요. 이달 초 의회에 제출한 연방정부 예산안에는 540억 달러 규모의 원전건설 보증 지원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추 장관은 지난달 말에 향후 핵 정책을 담당할 독립 자문기구인 ‘블루리본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에너지부는 지난해 서던코와 컨스텔레이션 에너지, NRG에너지, 스카나코(SCANA Co.) 등 4개 전력회사를 원전 융자 지원대상으로 뽑아두었습니다. 연방정부 예산안이 의회 승인을 받게 되면, 에너지부가 이미 할당한 185억달러를 더해 원전 지원예산이 720억 달러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고 합니다(http://www.energy.gov/news/8584.htm).

오바마는 16일 연설에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핵발전이 필수적”이라면서 “또 새 원전을 만들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에너지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한국·인도·일본 등의 원전 건설붐을 소개하며 아시아와의 경쟁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0여년만의 정책 전환을 발표한 이면에는 에너지 효율성을 넘어선 ‘녹색 정치학(green politics)’이 숨어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분석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의 입김에서 벗어나는 것이겠지요. 미국은 중동산 석유 대신 캐나다와 베네수엘라 산 석유를 수입해 쓰고 있지만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한 글로벌 지정학을 좌지우지하는 산유국들의 움직임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바마는 ‘녹색 경제’를 미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만, 경제적인 차원 뿐 아니라 국내정치에서도 차세대 청정에너지 산업을 키우는 것은 중요합니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권의 기반이던 석유·군수산업 등 ‘회색 자본’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빌 클린턴의 민주당 정권을 뒷받침해준 것은 정보기술(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경제 붐이었지만,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이 신흥자본에 대한 정가의 믿음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오바마의 브레인들은 IT 대신 ‘청정에너지붐’을 유도, 민주당의 새로운 권력기반을 만들려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공화당이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핵발전 확대정책을 받아들임으로써 ‘초당적 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백악관은 공화당의 협력을 얻어 의료개혁법안, 기후·에너지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처지입니다. AP통신은 “핵에너지 정책은 오바마의 초당적 협력 제안의 일환”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오바마 스스로도 “대체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은 미래를 결정짓는 사안이기 때문에 초당적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고요.
애틀랜틱 매거진은 “원전 건설은 가시적으로, 당장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며 “게다가 청정에너지라는 명분도 있으니 백악관에는 훌륭한 정치적 선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거세답니다. 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의 에너지전문가 벤 슈라이버는 시사주간 타임 인터뷰에서 “풍력·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 할당해야 할 정부 예산이 핵발전으로 쏠리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집권적인 핵발전에 치중하다보면 에너지자원을 다양화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일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맥락은 다르지만, 보수파들 중에도 민간 전력회사의 건설계획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앞서 오바마 정부가 핵발전 지원 예산안을 제출하자 전국납세자연맹 등 4개 시민단체는 백악관에 공개 반대서한을 보냈습니다.

핵발전에 대해서는 한국의 ‘진보진영’도 ‘무조건 반대’를 넘어서는 논리를 세워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엠비가 원전 수주해왔다고, 나라를 살린 위인이라고 난리들을 치는데... 이런 때에 '핵 발전 반대!' 하다간 몰매 맞기 십상이죠. 핵발전이 탄소배출량이 적은 청정에너지라고 하는 논리도 있고요.
하지만 여전히 인류는 핵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인데.... 사회적 합의비용도 무시 못하고... 게다가 우라늄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탄소가 배출된다고 하니(http://news.bbc.co.uk/2/hi/science/nature/7371645.stm) 청정에너지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요. 발전 과정에서 탄소가 안 나오면 뭘 합니까. 발전하기 전까지 탄소가 우르르 쏟아져나온다면요. 그리고 우라늄 원광 또한 무한정한 자원은 아니지요(http://www.euronuclear.org/info/encyclopedia/u/uranium-reserves.htm). 핵발전에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지만, 생각해볼 거리들은 많습니다. 결국 에너지의 중앙집중화를 탈피해서 지역에 맞는,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원을 개발해야 하는데 요즘 우리 사회 분위기는 이 모양 이 꼴로 돌아가고 있네요. 원전 팔아 나라 살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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