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노예선의 입항

딸기21 2010. 3. 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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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년 쿠바에서 출발한 노예선 아미스타드에서 선상 반란이 일어난다. 선원들은 대부분 살해되고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실려온 흑인 노예들이 배를 차지하지만, 항해기술이 없다. 그들을 태운 배는 곡절 끝에 미국 동부 롱아일랜드 해안에 기착한다. 미국에서는 남부의 노예주들과 북부의 해방론자들 사이에서 아미스타드 처리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다. 여기에 쿠바의 식민종주국이던 스페인이 가세한다. 2년 간의 법정공방 뒤, 존 퀸시 애덤스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노예들을 해방시킨다. 19세기 악명을 떨쳤던 노예선 아미스타드의 이야기는 1997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그 아미스타드호의 모습을 되살려 만든 배가 미 버지니아에서 출발해 버뮤다를 거쳐 25일 쿠바 아바나의 만타사스 항구에 입항했다.  ‘우정’을 뜻하는 아미스타드호의 선상에는 성조기와 쿠바기, 유엔기가 나란히 걸렸다. 쿠바기와 성조기를 함께 단 배가 아바나항에 들어오는 것은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은 뒤 51년만에 처음 있는 일. 쿠바인들에게는 노예 해방투쟁의 뼈저린 역사를 상기시켜주는 이벤트이자, 미국과의 엇갈린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배에는 대부분 학생들로 이뤄진 19명의 ‘선원들’이 타고 있었다. 18명은 미국인이었고, 1명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출신의 흑인 학생이었다. 배에 탄 학생들이 내리자 쿠바 의회 리카르도 알라르콘 의장이 항구에서 환영 인사를 건넸고, 아프리카와 리듬과 쿠바 리듬이 섞인 드럼 소리가 울렸다.
길이 45m의 현대판 아미스타드호는 미국 비영리단체인 ‘아미스타드 아메리카’가 2000년 만들었다. 이 배는 2007년부터 유네스코의 ‘노예선 뱃길 프로젝트’에 따라 카리브를 여행하고 있다. 쿠바 정치범 올란도 사파타 타마요가 지난달 옥중 단식으로 숨진 뒤 급랭했던 미-쿠바 관계에 이번 아미스타드호 입항이 한줄기 햇살을 던져주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입항일인 3월 25일은 1807년 영국 의회가 노예무역을 불법화한 날이기도 하다. 쿠바 TV들은 며칠 동안 스필버그 감독의 <아미스타드> 영화를 틀어주며 노예선의 투쟁을 기렸다. 하지만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리틀아바나에서는 같은 시각 쿠바 출신의 팝스타 글로리아 에스테판이 쿠바 민주화를 요구하며 이주자들과 함께 반 카스트로 거리행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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