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알콜 금지, 불가지론 금지, 우주에선 가능...미 선거의 이색 조항들

딸기21 2016. 11. 4. 20:44
728x90

알콜 금지, 불가지론 금지, 우주에선 가능.

 

미국 대선이 현지시간 기준으로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8일 치러질 대선에는 특이한 규칙들이 많다.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 주별 승자독식제 등 미국 대선만의 특징들은 잘 알려져 있으나 주별로, 지역별로 여러 가지 유별난 규정들이 있다. 영국 BBC방송 등은 미국 선거제도의 ‘신기한 조항들’을 4일 정리했다. 


Getty Images


알콜 금지

 

명시적으로 연방 차원에서, 혹은 주 정부 차원에서 알콜을 금하지는 않지만 인디애나처럼 ‘관행적으로’ 술 판매를 금지한 주나 도시들이 적지 않다. 이런 관행이 만들어진 것은 초대 대통령 시절인 조지 워싱턴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758년 워싱턴은 의회 선거에 출마하면서 50파운드의 선거비용을 써서 유권자들에게 술을 샀고, 결과적으로 승리했다. 1882년 이런 선거부정을 없애기 위해 선거일 알콜 판매 금지령이 생겨났다.

 

워싱턴은 1797년 버지니아주 마운트버논에 있는 자기 땅에 위스키 증류소를 열었을 정도로 술과 관련이 많았다. 1799년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이 증류소는 미국 최대의 위스키 생산시설이었다. 


▶[2016 미국의 선택] 조지 워싱턴도 ‘막걸리 선거’ 했다 


각 주들은 건국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알콜 금지령이 시대착오적이라며 속속 뒤집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경우 2014년 레스토랑과 가게, 술집에서 선거일에도 술을 팔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주 상원이 관련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41대 1의 압도적 승리로, 선거일 주류 금지령은 폐기됐다. 


불가지론은 안돼

 

미국은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나라이지만 몇몇 주들은 여전히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만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규정한 법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텍사스다. 텍사스는 공직에 출마하려는 이들이 종교 검증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주 헌법 1조에서 “초월적 존재의 존재를 인정”할 것을 후보들에 요구한다. 

 

테네시주도 초월적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공무에 종사할 수 없게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미시시피, 메릴랜드, 아칸소에도 비슷한 법규가 있다.


투표 스티커

 

한국에서는 몇 차례 선거에서 소셜미디어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했다. 미국의 몇몇 주들은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 유권자들에게 인증 스티커를 나눠준다. “나는 투표했어요(I voted)” 같은 문구가 새겨진 스티커다. 

 

왜 이런 풍습이 생겨났는지는 불확실하다. 플로리다주에 있는 매셔널캠페인서플라이라는 회사는 자신들이 1986년 처음으로 인증 스티커를 만든 ‘원조’라고 주장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조지아주는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시민들에게 주의 상징 과일인 복숭아 모양의 스티커를 준다. 시카고의 경우는 한때 스티커를 나눠주다가 예산이 들어간다며 없앴다. 


시간 넘기면 ‘아웃’

 

인디애나와 앨라배마에서는 투표소에서 시간을 끌면 안 된다. 인디애나주의 유권자들은 예비선거 때에는 3분, 지방선거와 의회 선거에서는 2분 안에 투표를 끝내야 한다. 시간제한을 넘기면 선거관리위원이 끌어낼 수 있다. 물론 이는 법규일 뿐이고, 실제로 유권자를 끌어내지는 않는다고 주 정부는 설명했다.

 

앨라배마에서는 시간 제한이 4분이다. 유권자가 건강상태 등의 문제를 들어 선관위에 요구하면 5분의 추가시간을 더 얻을 수는 있다. 


바보는 투표 금지

 

켄터키의 헌법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도 않거니와, 다소 터무니없게 들린다. “바보와 정신이상자들(idiots and insane persons)은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투표에서 누군가를 배제하려면 판사의 투표금지 처분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기는 하다. 

 

‘바보와 정신병자들’이라는 표현은 오하이오, 뉴멕시코, 미시시피 주의 헌법에도 들어있다. 그러나 이는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지는 않는다. 오늘날의 의학과는 관련 없는, 정부수립 초기의 상투적인 문구가 헌법에 남아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또한 이런 조항들은 연방법과도 배치된다. 연방법은 아주 제한적인 경우만 빼면 신체적·인격적 ‘불완전성’을 이유로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빼앗는 것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정부들의 저런 헌법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마음이 바뀌었으면 다시 투표

 

위스콘신을 비롯한 7개 주에서 유권자들은 원한다면 투표를 ‘다시’ 할 수 있다. 선거일 이전에 조기투표를 한 유권자들은 마음이 바뀌었다면 선거 당일에 다시 투표해도 된다. 올해 공화당 당내 경선 때 도널드 트럼프는 예비선거 조기투표 때 자신을 찍지 않았다면 마음을 바꿔 재투표를 해달라고 위스콘신의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결투 금지

 

미국 헌법을 만든 ‘건국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초대 워싱턴 대통령 때 재무장관을 지냈다. 그는 토머스 제퍼슨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애런 버(Aaron Burr)와 앙숙 사이였다. 특히 버는 해밀턴이 제퍼슨을 대통령을 밀었다며 미워했다. 대선에서 낙선한 버는 해밀턴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1804년 7월 11일 치러진 결투에서 버의 총알이 먼저 발사됐고, 해밀턴은 숨졌다. 미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결투로 기록된 ‘버-해밀턴 결투’다.

 

해밀턴과 버의 결투를 그린 J. Mund의 그림. _ Wikipedia


카우보이 영화를 연상케 하는 이런 결투가 없지 않았기에 테네시주는 투표 당일 결투를 금지시켰고 아직까지 그 규정이 이어지고 있다. 


우주인도 투표

 

1997년 텍사스주 주지사였던 조지 W 부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하고 있는 미국인 우주비행사들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ISS 우주인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보안조치가 된 e메일로 투표를 할 수 있다. 

 

대선 투표를 비롯한 여러 선거에서 우주인들의 투표는 텍사스의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를 통해 취합된다. 올해 대선에 투표할 우주의 유권자는 한 명. 온라인매체 매셔블은 2일 ISS에서 지내는 3명의 우주비행사들 중 유일한 미국인인 셰인 킴브로가 우주에서 부재자투표를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킴브로의 표는 선관위에 전달되려면 이삼일이 걸릴 것이라고 NASA는 밝혔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