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33

100년 된 물건들이 들어왔다

엄마네 집 이사를 앞두고, 오래된 물건들을 우리집으로 가져왔다. 놋쇠 상자는 외할아버지가 20대 때 만드신 거라고 한다. 외할아버지가 1900년대 초반생이시니까 100년 가까이 된 물건이다. (비포 사진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못 찍었음.) 우리 집 재미난 여대생과 함께 어제 오후 내내 과탄산소다와 식초를 가지고 수세미로 문질렀다. 거의 암갈색이던 것을, 비록 얼룩이 남아 있긴 하지만 반짝거릴 정도로 환하게 만들었다. 안에는 금은보화를 넣어놨…..;; 외할아버지는 내가 서른 무렵에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와 얽힌 추억은 별로 없다. 늦게 결혼하셔서 늦게 엄마를 낳으셨기 때문에 다른 집 할아버지들보다 훨씬 연세가 많았다. 그래서 내게 할아버지는 언제나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나이 드신 분이었다. 선원이었고 ..

[2023 캄보디아] 반떼아이스레이의 예쁜 부조와 훈센에 관한 대화.

오늘은 가이드 속 Sok과 함께 반떼아이스레이 투어, 앙코르 와트를 중심으로 한 스몰 서킷보다 좀 크게 도는 그랜드 서킷 투어를 했다. 거의 비슷하게 생겼고 지어진 시기도 비슷한 Eastern Mebon Temple. 제일 먼저 간 것은 프레룹 사원. 그다음에, 지금은 말라붙은 이스탄 바라이 즉 동쪽 인공호수 가운데에 있는 이스턴 메본. 이어서 불교 사원인 따솜을 들렀다. 앙코르 패스 3일권을 샀는데 하루만 보고 버리기 아까우니 투어를 한번 더 하자 하는 생각으로 신청. 코스는 쁘레룹, 이스턴 메본, 따솜, 네악 뻬안, 반떼아이스레이, 쁘레아칸. 의외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날씨가 좋았다. 너무 덥지 않았고 적당히 흐렸고 오후에는 살짝 해가 비치다가 이내 비가 오면서 날이 선선해지고 사원들 분위기는 점..

[2023 캄보디아] 캄퐁 플럭 수상촌

내려서 사람들 만나본 것도 아니니 가봤다고 하기도 뭣하지만. 시엠립에서 두번째 투어. 가는 길에 들러 본 시장. 바나나 튀김이 보여서 냉큼 사먹었다. 이건 지나칠 수 없지(라고 하면서 바나나도 사먹고 땅콩도 사 먹음). 전기는 대체로 다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 등유를 병에 넣어 시장에서 파는 걸 보면 아직 전기화가 많이 부족한듯. 수상촌은 밤에도 거의 한 집 한 전등인 것 같았고. 수상촌 초입에서 배를 타고. 똔레삽 호수의 수상촌이 몇 곳이 있는데 대부분 베트남에서 넘어 온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여기 캄퐁 플럭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에 그래도 땅에 말뚝을 받고 있는 집들이 많이 늘어서 있다. 지금 건기라 물이 말라서 기둥이 다 드러나 있는데 우기에는 바로 밑에까지 ..

[2023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따프롬. 바욘

캄보디아 시엠립. 올만에 요니도 포함된 가족 여행. 앙코르 패스 3일권 일인당 62달러. 들어가며 본 모습. 앙코르와트는 역시 장관이다. 가이드는 꽝이었음 다음 방문지는 따프롬. 나무에 잡아먹힌 사원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다. 2009년에 방문했을 때보다 나무뿌리들이 그래도 많이 정리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당시엔 인도팀이 와서 복원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2009년의 앙코르와트 2009년의 따프롬 그 다음은 바욘 사원. 사실 멋있기는 앙코르와트보다 여기가 더 멋있었다. 원숭이도 많고.

[2022 이탈리아] 베네치아, 페기 구겐하임에서 만난 작품들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이탈리아 여행. 반년도 훌쩍 넘었다. 이제야 사진을 정리하는 게으른 여행자. 마냐님이 억지로 끌고 가서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의 작품들을 보았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전시의 주제는 초현실주의. 설명이 많았는데 거의 읽지 않았고 그나마도 당연히 까먹었음. 하지만 재미는 있었다. 모리스 허쉬필드는 이 전시회에서 처음 접했는데, 1930~40년대 미국 화가라고. 어딘가 모르게 남미스러웠는데 정작 화가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이다. 옷공장에서 일하다가 일을 그만둔 뒤에 독학으로 미술을 배웠는데, 그림을 시작한 것이 1937년, 65세 때였다. 그래도 화랑가의 관심을 받았고, 짧은 작품활동 뒤 1946년 사망. 그러니 작품을 남긴 기간이 9년밖에 되지 않는다. MoMa - Morr..

삼각지-남영동-용리단-이태원 식당 카페

삼각지 고가차도 부근 시후쿠- 고가도로 아래 구석탱이에 있는데다 넘 작아 보여서 자리 없는 줄 알고 안 갔는데 알고 보니 안쪽에 자리가 생각보다 넉넉하게 있었음. 유케동(육회), 규동, 믹스동, 차슈면, 쿠로마요라멘을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음. 다음에 가면 탄탄면도 먹어보고, 꼭 음식 사진을 찍어보겠음. 밀도메인- 베르디움 1층 조그만 빵집. 청년들이 하는데 빵 겁나 맛있음. 달달이는 없고 주로 식량(?)용 빵들. 오전에 가서 갓구운 거 사다 먹은 뒤 빵에 대한 나의 세계관이 바뀌었음. 몽탄- 고기가 좀 느끼. 기름기가 많음. 내 취향은 아님. 맛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대기하고 먹을 일인지. 숯불나라가 더 좋음. 또한 몽탄은 알바와 직원들을 막 대한다고 함 용산 양꼬치- 양 통다리구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안..

[2022 베트남] 미선(미썬) 참파 유적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예약 과정에서 착오가 있어서, 호이안의 가이드가 다낭까지 우리를 데리러 옴. 덕분에 다낭 바닷가의 새벽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수영하는 사람들, 집단체조를 하는 사람들도 보고. 영어 잘 되는 똑똑한 가이드 랍과 만나 호이안으로 가서, 다른 여행객들에 합류. 오늘의 여행지는 미선 Thánh địa Mỹ Sơn (실제 발음은 미싼에 가까운 듯). 9-12세기 참파 왕국의 사원 건물들이다. ‘미선’은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라고 하는 걸로 보아 美山에서 나온 듯하다. 미선 계곡에 위치한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참파 혹은 참 왕국이 베트남 중부의 주인공이었지만 북쪽에서 내려온 베트남인들에게 땅을 빼앗겼고, 이들의 힌두 문화와 산스크리트어를 차용한 ..

[2022 베트남] 다낭, 선월드 바나힐스

다낭의 핵심 관광지가 된 거대한 테마파크, 썬월드 바나힐스. 다리를 건너 입장해서 케이블카를 타고 한참을 올라감. 바나힐스까지 클룩으로 왕복 승용차 이동 31,000원. 두 사람이니까 버스 타고 가는 거나 그랩으로 가는 거나 가격이 비슷합니다. 바나힐스 입장권은 2인 93,000원, 꽤 비쌉니다. 그런데 가보면 왜 비싼지 알 수 있어요. 케이블카를 여러번, 오래오래 타야 하거든요. 돌로미티에 이어, 올해 정말 케이블카는 원없이 타보네요 ㅎㅎ 클룩이 좋은 것은 당일 예약이 된다는 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2시간 뒤에 픽업 신청, 입장권도 예매. 돌아오는 차량 시간을 조정해야 했는데 카카오톡으로 바로바로 얘기할 수 있어서 아주 편해씀. 산꼭대기에 프랑스풍 빌리지로 꾸며놓은 테마파크가 있어요. 내세우는 것은..

[2022 베트남] 다낭, 용다리 불쇼 물쇼

새벽에 일어나 공항으로. 비행기 타고 베트남 다낭으로. 숙소는 다낭 바닷가 K House vs Apartment. 4박에 우리 돈으로 16만원 정도. 작지만 수영장 있고 이쁘고 방은 깨끗하고 아침도 준다! 물에 들어가 몸 식히고, 근처 허름한 식당에서 쌀국수+계란볶음밥+청경채볶음=8000원에 저녁 해결. 저녁의 행선지는 Babylon Garden Spa. KLOOK 통해 당일 예약, 1인 바디마사지 1시간 37만동(약 2만원). 태국보다 좀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설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마사지의 수준이 매우 훌륭함. 손짱 Son Trang 야시장. YouTube 에서만 보던 철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리고 용 다리에서 불쇼를 구경했다. 토요일 밤 9시마다 한다고 함. 다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내..

[2022 이탈리아] 포로 로마노, 폐허의 감동

이탈리아 여행은 처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전에도 이탈리아 땅을 밟은 적은 있다. 제일 처음 닿았던(이라고밖에는;;) 것은 아마도 2006년. 난민촌 둘러보고 로마에서 비행기 갈아타는 동안 몇 시간이 남아 포로로마노를 봤다. 그때 모처럼 즐거웠고,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유적들은 결국 폐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지금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공간. 일상을 벗어난 공간인 것이다. 그래서 폐허에 가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경건함이 결합된, 시공간을 이동해와 스스로 이물질이 된 것 같은 즐거움이랄까. 시간적 격리와, 일상이 사라져버린 공간의 특별한 느낌이 경외감을 주고 때로는 우리를 압도해버린다. 그런 곳들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좋아진다'라는 말로만은 설명하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