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34

꼼꼼이가 쓴 소설/그림자 왕국

1. 모험의 징조 학교가 끝나면 마리는 항상 애니와 같이 간다. 그리고 같이 비밀 기지에 가서 놀다가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왜냐하면 마리와 애니는 그 정원에 무언가 신비한 힘이 있고 밤이면 밤마다 요정들이 춤을 추러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주 또렷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작은 무언가가 마리와 애니의 뇌를 세뇌시키는 것 같았다. 그 정원은 꽃밭이 길게 늘어선 한적한 곳이었다. 이 정원을 데이트 장소로 약속한 연인들이나 어린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와서 노는 일 말고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마리와 애니는 그 정원을 ‘요정 왕궁의 정원’ 이라고 불렀다. 그 날도 마리와 애니는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지에 들를 참이었다. 쇠로 된 문고리가 들린 문을 열자 삐거덕 소리가 나면서..

모녀 3대가 재미나게 읽은 동화 '꼬마 할머니의 비밀'

[동화는 내 친구-55] 꼬마 할머니의 비밀 다카도노 호코 글/지바 지카코 그림/양미화 역 | 논장 꼼꼼이가 학교 권장도서라고, 독후감 쓴다고 빌려왔다. 재미있다고 엄마한테 한참을 읽어주는데 건성으로 들었다. 꼼꼼이가 책 읽어주겠다고 하는 때가 좀 많아서.. ㅎㅎ 아무튼 너무너무 재미있다고 아우성이었다. 며칠 있다가 꼼양 숙제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고 앉아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라고 또 밀어붙여서 결국 펴들었다.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도 울엄마한테 ^^ 이 책 읽으시라고 했더니, 이미 읽었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니"라고 하신다. 우리 모녀 3대는 이 책에 아주 뿅갔다. 어쩜 이렇게 재미있는지. 일본에서 1년을 지내면서 '늙는다'는 것에 대해 참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도 나는 아지님과 ..

딸기네 책방 2010.07.21

꼼꼼이 추천도서, '이상한 화요일'

이상한 화요일 - 비룡소 그림동화 84 | 원제 Tuesday 데이비드 위스너 (지은이) | 비룡소 여섯살 우리 꼼꼼이가 읽는 책들, 정리해두어야지 생각은 하면서 늘 지키지를 못한다. 아이가 읽는 책들이래야 모두 그림책이니, 맘만 먹으면 하루에 열댓권이라도 아이 스스로, 혹은 엄마랑 같이 읽을 수는 있다. 대개 하루에 서너권은 읽는데, 겹치는 것들 뺀다 해도, 다만 몇줄 씩이라도 그걸 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저래 넘어간지 벌써 몇달이 되었는데 이 책은 너무 마음에 들고, 우리 애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라서 적어둔다. 나는 데이비드 위스너의 책을 처음 접했고 뒤늦게 이 책도 유명하다는 칼데콧상 수상작이라는 걸 알았다(오늘 알았다;;). 책 너무 좋다. 글은 없고 그림만 있는데, 몇 ..

딸기네 책방 2007.05.21

계몽사 동화집

서정주는 '나를 만든 팔할은 바람이었다'고 했는데, 저의 경우는 아마도 어릴적 갖고 있었던 두 종류의 동화집들이 나를 만든 팔할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벌써 몇차례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알라딘의 hnine집 서재에 들렀다가 계몽사 동화집 이야기를 읽었는데, 저는 이 책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지거든요(저는 조금 친해진 이들에게는 거의 100% 이 책 이야기를 합니다). 이 책의 1, 2, 3권 제목을 말씀드렸더니 몇몇 분들이 기억력 좋다고 칭찬해주셨어요(히히). 이야기 나온 김에 댓글 길게 달다가 아예 포스팅으로 넘어왔습니다. 추억 속 이야기, 조금 올려볼까 해서요. 실은 저는 계몽사 전집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한권 한권(비록 순서는 못 외우더라도^^)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4..

아기 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 이것은 과연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아기 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 The Three Little Wolves And The Big Bad Pig (1993)유진 트리비자스 (글) | 헬렌 옥슨버리 (그림) | 김경미 (옮긴이) | 시공주니어 오늘 낮에 장자 책 보다가 알았는데, 예전에 ‘계집 희’로 부르는 한자 姬가 컴퓨터에서 입력하려고 보니 ‘아가씨 희’로 바뀌어 있다. ‘놈 者’가 ‘사람 자’로 바뀐 것은 좀 지나간 것 같은데 ‘아가씨 희’는 아무래도 좀 웃기다. 이런 것도 일종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PC)’ 차원의 변화라고 볼 수 있을텐데, 뭐 이런 건 환영이다. 그런데 동화 뒤집어보기 라든가, 그런 것들,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바로잡거나 계급적/성적/인종적 차별 등등 각종 차별적인 것들을 없애려는 노력은 찬성하는데, 가끔씩 좀 적..

딸기네 책방 2007.02.13

바바 가족.

알라딘의 어느 분 서재에 갔다가 바바빠빠 한글 그림책에 대한 리뷰를 읽게 됐습니다. 바바파파와 바바마마, 바바 식구들 얘기를 보니 반갑지 않을 수 있나요. 어릴적 일요일 아침에 바바파파 TV만화 보던 기억이 선합니다. 느무느무 좋아했고, 커서도 꼭 다시 보고싶은 것 중의 하나였거든요. 동화책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다가 3년 전(흑흑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군요) 일본에서 바바파파 일본어본을 발견하고서 몹시 반가워하면서 일어 공부 삼아 읽곤 했었답니다. 1970년대 프랑스 작가 아네트 티종과 탈루스 테일러의 작품입니다. 두 사람은 파리에 살았다고 하는데요, 어쩜 저렇게 몽실몽실 귀여운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는지.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저 가족은 몸이 자유자재로 변한답니다. 바바파파가 커다..

딸기네 책방 2007.02.06

눈의 여왕- 생각보다는 그림이 덜 환상적

눈의 여왕 The Snow Queen |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은이) | 키릴 첼루슈킨 (그림) | 김서정 (옮긴이) | 웅진주니어 알라딘에서 이 책 표지를 보고 너무 멋져서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딸아이 데리고 교보에 놀러갔다가 마침 옆에 이 책이 있어 들여다보게 됐다. 내용은 뭐 안데르센 눈의 여왕 그대로이고, 그림이 생각만큼 멋지지는 않다. 어쩌면 너무 기대하고 사서는 안 될 책인지도 모르겠다. 표지에 나온 저 그림이 실제 책에서는 약간 세피아톤처럼 나와 있어서 표지 만큼의 감동은 없다.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에게 확 다가가는 그림도 아니고... 워낙 여러가지 번역이 나와 있는 유명한 책인 이상, 이 책의 핵심은 ‘그림’이 될 수 밖에 없다. 출판사에서도 거기에 초..

딸기네 책방 2006.12.20

도깨비를 다시 빨아버린 우리엄마- 우리집 인기 최고 그림책

도깨비를 다시 빨아버린 우리엄마 사토 와키코 (지은이) | 엄기원 (옮긴이) | 한림출판사 | 2004-06-15 사토 와키코한테 완존히 꽂혔다.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내가 일본에서 보고 못잊어 하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서 얼마전 꼼꼼이에게 사다줬다. 자기 전에 아이한테 책을 읽어주는데, 요사이 한글 읽기가 많이 늘어서, 글은 못 읽지만 '글자'는 대략 띄엄띄엄 읽는다. '도깨비를...'을 하루에도 수시로 읽어달라 졸라대더니 어느날은 마루에 앉아서 혼자 '읽고' 있는 것 아닌가. 빨래하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오늘도 날씨가 참 좋구나, 엄마는 소매를 둘둘 걷어붙이고 커튼을 휙 떼어서, 하면서 읽길래 신기해서 마구마구 칭찬해주었다. 잘 읽네, 엄마한테도 읽어줘. 가만 보니깐..

딸기네 책방 2006.07.07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 착한 아이는 없다

착한아이가 되고 싶어요 심미아 (지은이) | 영교출판 | 1998-12-18 이런 책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책이 도움이 될 때가 분명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착한아이가 되고 싶다니! 재작년 일본에 있을 때 '오리코'라는 단어를 배웠다. 말 잘듣는 착한 아이, 라는 뜻이다. 아이를 키우는, 그것도 자폐아를 키우는 일본인 엄마가 주변에 있었는데, 아이 때문에 몹시도 괴로움을 겪을 것이 뻔한데도 그런 내색 않고 늘 명랑했다. 같이 모여 놀면서 우리 아이에게 오리코라고 하길래 내가 "쟤 집에서는 오리코 아니야" 했더니, "사실 아이들 중에 오리코는 없어" 하는 거였다. 그 말이 맞다. 말 잘듣는 착한아이란 없다. 간혹 억눌린 아이, 내색을 덜 하는 아이, 상대적으로 얌전한 아이는 있..

딸기네 책방 200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