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겐지 4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마루야마 겐지. 김춘미 옮김. 하늘연못 나는 기만에 찬 불신 행위를 잊게 하고, 양심의 발언을 압살하는, 기계. 나는 나에게 걸터앉은 자가 바라는 것보다 더 먼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과격한 오토바이. 나는 어쩔 수 없는 심정에서 방랑길을 떠나는 자에게 어울리는, 파란 오토바이.논리에만 매달려 미래를 통찰하려고 하는 자. 시냇물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며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자. 읽다 만 책에 침을 흘리며 잠자는 자. 이부자리에서 빗소리를 듣는 데서 무한한 희열을 느끼는 자. 무슨 일이 있어도 단정한 태도를 흩뜨리지 않고, 예의를 잃지 않는 자. 분을 잔뜩 칠한 음란한 여자한테 혼나고 싶어 하는 자. 명석한 두뇌와 진드기 같은 어머니 때문에 꼼짝 못하는 자. 그들 쪽도 그렇겠지만, 그..

딸기네 책방 2008.10.27

마루야마 겐지, '소설가의 각오'

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문학동네 | 1999-05-17 동어반복에, 일부러 독설을 뿜어내는 우스꽝스런 마초이즘-- 그런데, 이런 마루야마의 소설이 아주 좋다. 옛날식 소설에 안주하는 게으름뱅이 멍청이 소설가들은 가라, 계집애같고 게이같은 놈들아, 평론가 나부랭이들아, 나는 이렇게 초인적인 열정과 노력으로 글을 써서 승부를 볼 것이다, 영화와 싸울 것이다, 찬연한 이미지를 글로써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식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이런 선언을 할 자격이 있다. 신경숙 씨가 추천사를 쓰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일년에 소설 한두권 들춰볼까 말까 하는 나같은 독자에게 완벽한 면죄부를 주는 소설가의 고백록이 아닌가! 지지부진한 소설들, 구태의연한 '옛날 소설들'에 지치고 ..

딸기네 책방 2004.03.27

천 년 동안에

천 년 동안에 1, 2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문학동네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를 밑바탕으로 하는 꿈이나 이상이라면 몰라도,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소도구로 문학이 존재한다면 나는 거부하고 싶었다. ... 집단으로 형성된 세계는 그것이 어떤 세계든 나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샐러리맨의 세계를 거기에서 또다시 재연하다니 넌덜머리가 났다. 혼자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세계이기에 뛰어든 것이다. " 마루야마 겐지의 재미없는 소설에 반했습니다.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라는 소설을 비교적 재미있게 봤지요. 흥미진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문장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걱...'천년동안에'는 두 권으로 이뤄진, 아주 긴 소설입니다. 판타지 소설이라면 10권 짜리라도 ..

딸기네 책방 2001.07.18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 1, 2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 박은주 (옮긴이) | 책세상 | 2000-07-10 제목은 멋진데 난 사실 바다가 무섭다. 우스운 소리 같지만 물이 너무 많아서다.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 사람들이랑 부산 태종대에 갔었다. 거기서 절벽 밑의 바다를 봤는데, 낮인데다 햇빛이 좋은 날이라서 그랬는지 물이 하늘색이었다. 내가 "물 정말 많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비웃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바위에 누군가가 "물 정말 많다"고 새겨놓은 게 보였다. 그래서 다들 배를 잡고 웃었다. 바다는 물 덩어리인데, 난 그게 너무 큰 덩어리라서 무섭다. 특히 밤에는. 난 아마도 바닷가에서는 살지 못할 것이다. 밤만 되면 검고 커다란, 상상도 못하게 커다란 물덩어리가 있는데 무서..

딸기네 책방 2000.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