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피해 44

시리아 정부군, 반정부군 모두 '반인도적 전쟁범죄' 자행

지난 3월 13일, 시리아 하마주의 중심도시 하마에서 4km 떨어진 알하마미아트 마을에서 남성 6명이 처형됐다. 모두 알하마미아트에서 농사를 짓던 평범한 농민들이었다. 정부군은 반정부군의 공격을 막는다며 이 마을 사람들을 억지로 다른 마을에 이주시켰다. 농토를 버려둘 수 없었던 농민들은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로 찾아가 ‘마을로 돌아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정부군의 소개령을 어긴 죄로 이들은 목숨을 잃었다. 지난 6월 9일 시리아 최대 도시 알레포의 길가에서 커피를 팔던 14세 소년 모함메드 카타는 지역을 장악한 반정부군의 커피 요청을 거절했다가 ‘신성모독’으로 처형당했다. “예언자(무함마드)가 와도 공짜로는 안돼요”라고 했던 게 문제였다. 북부 가사니야의 수도원에서 지내던 가톨릭 신부 프랑수아 무라드는 ..

아프간인 16명 살해한 미군, 사형 면하려 '유죄협상'

무장한 군인이 새벽녘 두 마을을 돌며 민가에 들어가 잠자고 있는 주민 16명을 살해했다. 총기를 난사한 뒤 희생자들의 시신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 숨진 이들은 대부분 여성들과 아이들이었다. 지난해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병사 로버트 베일스 하사(39)가 저지른 짓이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후 미군 병사 개인이 저지른 최악의 전쟁범죄였지만, 베일스는 사형을 면할 것으로 보인다. 베일스의 변호인 존 브라운은 29일 “베일스가 유죄를 인정했으며 검찰과 유죄협상(플리바게닝)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인 엠마 스캘런은 합의가 이뤄질 경우 베일스가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군 재판관이 ‘가석방 가능한 무기징역형’으로 할지, 가석방 가능성을 배제할 지를 결정..

<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 이젤딘 아부엘아이시와 만나다

여덟 아이들과 단란하게 살아가던 집에 포탄이 떨어진다. 목숨과도 같던 사랑스런 딸들은 ‘조각난 몸뚱이’가 되어 방 안에 흩어졌다. 목이 달아난 딸들의 몸, 잘린 손발을 발견한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이 아버지는 그 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자식들을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낸’ 자들을 증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그렇다”고 말하는 아버지가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촌 의사로, 이스라엘군 공습에 세 딸을 잃은 이젤딘 아부엘아이시(58·사진)가 그 사람이다. 삶을 파괴당한 뒤 오히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팔 평화공존 운동에 나선 아부엘아이시는 “전쟁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서 의 한국어판 출..

이라크전 10년, '하지 말았어야 했던 전쟁'

>2003년 1월18일, 영하 7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 속에 미국 워싱턴의 의회의사당 앞에 수만명이 모여 ‘전쟁 반대’를 외쳤다. 미국을 ‘깡패 국가’라 부른 것은 북한도 이라크도 이란도 아닌, 미국의 시민들이었다. 시위대의 구호 중에는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도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정권 교체의 대상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마 취급하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아니라 부시 자신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이던 프랑스에서도 그날 40개 도시에서 반전 평화시위가 벌어졌다. 영국, 러시아, 일본, 시리아, 요르단, 이집트, 독일, 스웨덴, 그리고 한국.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평화집회가 열려 미국의 무모한 전쟁 계획에 항의했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유럽과 미국에 국한된 것과 달리 이 때..

도쿄 대공습과 커티스 르메이

1945년 3월 10일 새벽, 미군 B29 폭격기 340여대가 2400톤이 넘는 소이탄을 일본 도쿄에 떨어뜨렸습니다. 몇개월 뒤 히로시마·나가사키 핵폭탄 투하로 이어지는 미국의 일본 패퇴작전의 서막인 ‘도쿄대공습’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그 몇년 전부터 태평양전쟁을 벌여 아시아 거의 대부분 지역을 전쟁터로 만들었지만 정작 일본 ‘본토’의 국민들은 전쟁 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합니다. 일본이 태평양 주요 전선에서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군국주의 정부의 선전이 사실이 아님을, 미국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적을 상대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것이 바로 이 도쿄대공습이었습니다. 이미 도쿄는 1923년의 간토 대지진으로 한차례 초토화된 뒤였습니다. 20여년 동안 도쿄를 재건하면서 일본 당국은 ..

리비아 공격- '인도적 개입'이 어려운 이유

유엔과 국제사회는 리비아 공습이 리비아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도적 개입’임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군사행동은 통상의 전쟁보다도 훨씬 어렵다. 더욱이 지상군을 들여보내지 않고 특정 세력을 무력화하기는 쉽지 않다. 전례로 봤을 때, 자칫 사담 후세인 시절의 이라크나 코소보 사태 때처럼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간인 피해 부담 1999년 3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은 알바니아계에 대한 학살을 막는다며 세르비아 내 코소보를 폭격했다. 하지만 인구가 밀집한 코소보의 지형적 특성에 악천후까지 겹쳐 숱한 오폭이 벌어졌다. 나토 공습 때문에 민간인 수천명이 희생됐고, 이는 오히려 세르비아계의 보복을 불러일으켜 다시 수천명이 숨졌다. ‘학살-공습-학..

아프간 사람들 '목숨값'은

지난해 9월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쿤두즈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유조차를 납치한 것으로 보이는 탈레반 반군’들을 향해 공습을 퍼부었습니다. 나토군의 조사결과 이 공습으로 142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179명이 숨졌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숨진이들은 탈레반이 아니라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었고, 어린아이들과 여성들도 많았습니다. 이 공격은 나토군 공습으로 민간인이 사실상 대량학살된 최악의 사건들 중 하나로 기록됐으며, 아프간 정부는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당시 공습을 주도한 것은 국제안보지원군(ISAF) 북부 사령부를 책임지고 있던 독일군이었습니다. 파장은 컸습니다. 2006년 아프간의 독일군이 내전시절 숨진 이들의 유골을 발로 밟거나 ‘장난감’처럼 다루는 사진이 공개돼 독일 내에..

네덜란드군 아프간 철수

네덜란드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1일 임무를 끝내고 철수를 시작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아프간 국제치안지원군(ISAF)의 주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중 최초로 아프간을 떠나는 나라가 됐다. 1000명 이상을 파병한 주둔군 주력부대가 물러나는 것도 처음이다. 나토 국가들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네덜란드군은 2006년부터 시작된 4년간의 주둔을 마치고 이날 공식 임무종료를 선언했다. 막심 베르하겐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파병부대에 서한을 보내 “국제사회와 나토는 아프간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글로벌 테러리즘의 기지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끔 도왔다”고 공로를 치하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네덜란드군의 활동은 다른 군대의 벤치마크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전자오락하듯 전쟁'... 우려가 현실로

머나먼 사막의 군사기지에서 화면을 바라보며 전자오락을 하듯 버튼을 눌러 수천㎞ 떨어진 곳을 폭격한다. 미국이 걸프전 이래로 세계에 보여준 ‘첨단 전쟁’의 모습이자,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실상이다. 하지만 원격조종 공격이 늘면서 인명살상에 대한 군인들의 정서적 불감증이 심해지고 민간인 피해가 더욱 커진다는 지적이 많다. 미군이 29일 공개한 아프간 민간인 차량 오폭사건 조사보고서는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부근 크리치 공군기지의 공군 특수전사령부는 MQ-1 프레데터 무인정찰기를 원격조종해 아프간 중부 우루즈간주에서 ‘수상한 차량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이 정보를 전달받은 아프간의 미군은 차량행렬을 폭격했다. 무장헬기로 공습하..

아프간에서도 '백린탄 의혹'

미군의 폭격으로 민간인들이 대거 희생된 아프가니스탄 서부에서 화학무기인 백린탄이 쓰였다는 의혹이 나왔다. 미군은 화학전 의혹을 부인하며 “탈레반군이 백린탄을 썼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아프간 내 반미감정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인권단체인 아프간독립인권위원회(AIHRC)는 지난주 미군의 공습을 받은 서부 파라 주(州) 빌라발둑 주민들이 백린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10일 밝혔다. 이 단체의 나데르 나데리 위원장은 “현지 주민들이 예전에 보지 못했던 이상한 화상을 입었다”며 “화학무기인 백린탄에 의한 것으로 보여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현지 의료진들의 말을 인용해, “최소한 14명의 주민들이 백린탄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파라 공격에서 어떤 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