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14

라픽 샤미의 '파리 젖짜는 사람'- 울며 웃으며 읽은 시리아 이야기

쿠르드인 누흐와 그의 민족에게 쿠데타란 우리 학생들 사이에서는 3일에서 5일간의 휴교를 의미한다. 다마스쿠스에서는 쿠데타가 자주 일어나고 또 빨리 진행된다. 그리고 대부분 새벽녘에 발생한다. 구시가지에 사는 우리는 우선 라디오를 통해 쿠데타 소식을 접한다. 갑자기 고요해지고, 다음에는 행진곡이 뒤따른다. 그러면 우리는 쿠데타가 성공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성공한 쿠데타의 경우는 총소리 같은 것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쿠데타가 실패해서 전투가 격렬해지고 길어지면, 따따따따하는 기관단총 소리와 귀를 멍하게 만드는 수류탄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후에는 한동안 음악이 연주되고, 모든 것은 구정권의 잘못이라는 새 정부의 공식 발표가 뒤따르는데, 서로 베껴 쓰기라도 한 듯 쿠데타를 일으키는 모든 사람들이..

딸기네 책방 2011.02.14

사우디의 묘한 움직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기 말을 장식하기 위해 야심찬 중동평화회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중동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는군요. 아랍권 대표적 친미국가인 사우디는 미국의 초청에 대해선 확답을 피한 채 오히려 러시아와 가까워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모스크바에 간 사우디 실세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압둘라 사우디 국왕의 후계자가 될 술탄 왕세제가 모스크바를 방문, 정치ㆍ경제ㆍ군사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습니다. 술탄 왕세제는 이타르타스 인터뷰에서 "양국간 정치, 교역, 금융, 과학, 기술, 문화 등 전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과 함께 중동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

두바이와 바스라

초고층건물이 숲을 이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한켠에 가정 폭력 피해여성들을 위한 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미국계 여성이 만든 이 쉼터는 사막 도시의 가려진 그늘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이라크 최대 석유수출항인 바스라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여성들에 대한 공격과 살해가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시계를 뒤로 돌린듯한 바스라의 모습은 중동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또하나의 단면으로 보입니다. 두바이 바닷가 `희망의 도시' 두바이 해안 주메이라 지역은 고층아파트들과 고급주택이 즐비한 곳이라고 합니다. 요새 국내 신문에서도 이 지명이 곧잘 보이더군요. 주메이라에서 한발짝만 벗어나면 허름한 집들이 이어진 움알샤이프 거리가 나온답니다. 그곳 18번지에 있는 낡은 빌라에는 `희망의 도시'라는 ..

무슬림 여성의 스카프

요르단국립대학 공일주 교수 100년 전 프랑스는 국가가 막강한 로마 가톨릭교회와 결별을 위한 투쟁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각급 학교 교실에서 십자가상을 떼어냈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새로운 전선이 이슬람의 머리 스카프 때문에 형성되고 있는데 그것은 일부 프랑스인들이 머리 스카프는 프랑스 국민의 주요 가치와 단합을 해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공립 학교에서 혹은 공무원이 머리스카프를 써야 되느냐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15년간 치유되지 못하고 곪아 왔는데 무슬림 자녀들이 성년이 되면서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일부 프랑스인들은 무슬림 여성의 머리 스카프를 이슬람의 호전성의 깃발로 보고 있고 남성에 대한 복종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혹자는 프랑스의 정체성을 미지의 세계로 변혁시키는 소용돌이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중동의 세시풍속

우리나라같이 여자들한테 명절쇠기를 가혹하게 강요하는 나라는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나건 20년이 지나건 30년이 지나건 "니네 집엔 못 가, 우리집에만 와, 와서 뼈빠지게 일해, 난 먹고 놀테니깐" 남자들이 이따위로 나와도 태평하게 굴러가는 나라가 OECD 국가라는 것은 코미디다. 아마도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이나 저기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빼면, 이노무 나라가 여자들한테는 제일 그지같은 나라이지 않을까 싶다. 이슬람권에는 '라마단' 명절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라마단은 '9월'을 뜻한다. 옛날 우리나라같이 이슬람권은 음력을 쓰는데, 음력 9월이니 양력으로는 10-11월이 된다. 사실 이건 '이슬람'의 풍습은 아니고, 중동 일대에서 오래전부터 있어온 풍습이다. 라마단 달이 되면 해가..

석유시장, 다시 '메이저 시대'로

좀 길지만 중요한 얘기.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세계 에너지시장이 대격변기를 맞고 있다. 전쟁 전부터 예상됐던 바이긴 하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1970년대 이후 걸프의 국가들이 석유를 장악했던 자원민족주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건 즉, 오펙 체제가 끝났다는 얘기다. 이미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이 석유와 천연가스 시장을 탈환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중동의 시장개방은 역내 정치불안을 가중시키고 국제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문 여는 걸프 전쟁으로 정부 기능이 상실된 이라크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란까지도 서방 에너지자본에 자원시장의 문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생각을 해보라. 사우디와 이란이 석유시장의 문을 열다니.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유럽과 일본을 돌며 50..

중동은 어디로 갈까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중동 전체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달 초에도 '중동 민주화'라는 구상에는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동 국가들은 이번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중동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려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이 말한 '중동 민주화' 구상은 중동 전역에 엄청난 격변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구상대로라면 전쟁 이후 중동에 정치적으로는 서구식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확산될 것이고 현재 중동 각국에 군림하고 있는 권위주의 정권의 상당수가 교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민주주의 확대'라는 명분을 ..

이라크전쟁과 돈

(전쟁 전에 쓴 글) 이라크전쟁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각에서는 전쟁의 부정적인 영향은 잠시뿐이고, 오히려 유가가 떨어져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은, 전쟁이 세계 경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쪽에 힘이 실려 있다. 현재 각국이 겪고 있는 침체의 원인은 이라크전쟁보다는 구조적인 데에 있고, 또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전쟁 자체의 파급효과는 1991년 걸프전보다 오히려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라크전 이후 세계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가 불확실하다"면서 특히 미국이 전쟁 비용을 과소평가하고 ..

석유와 이라크 전쟁

이라크 하면 석유가 떠오르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다. 이라크전쟁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운데, 내 주변에 계신 분들 중에 이라크전과 석유의 관계를 쓰라는 분들이 있으시다. 그 분들이 내게 요구하는 것은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를 노리고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도 노리고 있다, 그래서 싸운다"라는 식의 아주 단순한 구도인데,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한 국가의 이익이라는 것은 보통 장기적 전략적인 것이고, 당장의 전쟁에서 미국이 이라크 석유를 무진장 퍼가려 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단순논리로는 국가라는 행위자의 모든 행동을 일관되게 표현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라크 전쟁의 본질은 석유전쟁이다. 조지 W 부시와 콜린 파월이 수차례 "이라크 공격 목적은 석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이라크전쟁이 석유전쟁이라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