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13

그들이 온 이후

지난 토요일에 딸과 함께 도쿄 우에노의 국립과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 다녀왔다. 잉카 문명의 여러 면모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잉카 유물도 구경시켜주는 전시회였다. 재미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열리는 '무슨무슨 문명 전시회'와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일본의 전시 수준은 그보다는 훨씬 뛰어났다. 일본인 학자의 해설 동영상은 물론이고 3D입체 영상까지 있어서 초등학교 5학년 딸도 아주 즐겁게 감상했다. 전시회의 부제는 '마추피추(우리식 표기는 마추픽추) 발견 100년'이었고, 전시품 중에는 유골(두개골)과 미라도 있었다. 그런데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황제 아타우알파의 처형 장면을 담은 1분여 짜리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스페인 침략자들의 잔인한 원주민 학살을 비중 있게 조명했다는 점이었다. ..

딸기네 책방 2012.05.22

600km 걸어간 원주민들

아마존 개발에 항의하는 볼리비아 원주민 약 2000명이 걸어서 19일 수도 라파스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8월에 고향에서 나와 두 달 만에 라파스에 입성한 건데요.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이 대대적으로 환영해줬다고 합니다. 총 600km의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이 거리를 모두 행군한 사람은 1500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중간에 합류했던 사람들입니다. 지금 라파스 시내에서는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지지자들이 모여들어서 시위대 규모가 수만명으로 불어났다고 합니다. 거리에서 볼리비아 국기와 손수건을 흔들며 박수를 치고, 축제분위기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사는 곳은 아마존 분지의 원주민 보호구역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3개 부족 총 5만명이 그 곳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부근에 있는 이시보로..

"영국인들이 호주에 온 것은 침략(invasion)"

“영국인들이 호주에 들어온 것은 침략(invasion)이다.” 호주 시드니 시의회가 27일 220여년 전 영국인들의 호주 정착을 ‘침략’으로 규정했습니다. 시의회는 시의 장기 플랜인 ‘2030 도시계획’을 만들면서, 이 문구를 넣는 방안을 놓고 표결을 해 7-2로 통과시켰습니다. 호주 전체는 아니고 시드니 시의회 차원의 규정이지만, 과거 원주민들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과 규명 작업이 조금씩이나마 진전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선도적으로 이뤄진 것이라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영국계 정착민 후손들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주에서 침략이라는 단어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도시계획'은 “1788년 시드니 해안에 도착한 영국인 정착민들은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에오라(Eora) 부족 입장에서..

200여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오리 전사들의 미라

해외 ‘약탈 문화재’를 되돌려주는 데에 극히 인색했던 프랑스가 뉴질랜드 마오리족 전사들의 미라를 반환하기로 마침내 결정했습니다. 200년 넘게 머나먼 대륙을 떠돌던 미라들은 드디어 고향으로 되돌아가게 됐습니다. AFP통신, BBC방송 등은 프랑스 하원이 4일 마오리 전사들의 머리로 만든 미라들을 뉴질랜드로 반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채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원은 이날 법안을 표결에 붙여 찬성 437, 반대 8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프랑스가 특정 소장품목 전체에 대해 반환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요. 의회 입법으로 이어진 것도 최초랍니다. ‘토이모코’라 불리는 마오리족 전사들의 머리 미라는 18~19세기 뉴질랜드를 약탈한 영국·프랑스 등 서양 ‘탐험가’들의 주요 거래품목이었습..

하와이 원주민들의 '자치' 꿈

몰락한 하와이 왕국의 후예들이 부활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인가. 미국에서 마지막 남은 ‘비공식 원주민집단’인 하와이 원주민들이 연방정부로부터 원주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AP통신은 미 연방상원에 계류된 하와이 원주민 자치법안이 이르면 이달 내에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14일 보도했습니다. 하원에서는 이미 지난달 법안이 통과됐고, 하와이 출신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원주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하와이 원주민들은 미국 내 알래스카와 중·서부 등지에 거주하는 원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자치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원주민들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땅을 받아, ‘하와이 원주민 자치정부’를 구성해 주 정부 법과 연방법에 허용된..

사라져가는 언어들

지구상에는 6000개가 넘는 언어들이 있다. 세계화와 자본주의화가 지구의 모든 곳을 뚫고들어가면서 사라지는 것은 생물종만이 아니다. 전통문화들이 ‘현대화’라는 명목 하에 사라지면서 언어들도 함께 ‘죽는다’. 특히 태평양·인도양의 섬나라나 아프리카, 미주 지역 미개발지역의 소수민족 언어들은 세계화의 파상공세 속에 나날이 사라지고 있다. 소수민족 보호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SI)은 4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까지 남아있는 인류 최고(最古)의 언어’ 중의 하나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인도 여성 보아 스르(사진)가 노령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인도양 안다만 제도의 고유 언어인 ‘보(Bo)’ 언어를 말할줄 아는 단 한 사람이었던 보아가 사망하면서 이제 보 언어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숨진 보아를 ..

아마존 지킨 브라질 원주민

'지구의 허파’ 아마존 삼림 개발에 맞서 ‘숲 지키기’에 나선 브라질 원주민들이 주정부와 농장주들을 상대로 마침내 승리했다. BBC방송 등은 10일(현지시간) 브라질 대법원이 북부 호하이마에 있는 ‘하포사 세라 두 솔 보호구역’의 면적을 줄여달라며 농장주들과 주 정부가 낸 소송을 기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11명의 판사들 중 8명이 기각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공식 판결은 내년 초 이뤄질 예정이다. 카를로스 아이레스 브리투 수석재판관은 “이 결정에 당혹스러워할 사람도 있겠지만 브라질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판결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원주민 측 변호사인 호에니아 바티스타 데 카르발류는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우리 땅을 침범하려는 사람들을 영구히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부시맨의 힘겨운 승리

`부시맨(bushmen)'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남부의 산(San) 부족이 개발 바람 속에 터전을 잃고 떠돌다가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보츠와나 로바체 고등법원은 13일 칼라하리 사막에 살다 쫓겨난 산족에게 `고향에서 자기들 방식대로 살아갈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AP, AF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산족이 칼라하리 자연보호구역에 거주할 권리가 있으며, 정부의 강제 이주정책은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또 "정부가 산족에게 사냥허가조차 내주지 않은 것은 굶어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산족의 전통적 생활방식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원주민 권리 이례적 인정 이번 판결은 원주민들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던 아프리카에서 예외적인 것으로, 절멸 위기에 처한 소수 토착민..

[케냐]마사이족 마을에서

어릴 적 보았던 소년잡지의 동물만화에는 마사이족이 곧잘 등장했다. 특유의 유선형 날이 달린 긴 창을 휘어잡고 사자를 좇는 마사이족은 야성의 상징이다. 케냐의 동서 고원을 가르고 있는 거대한 협곡은 마사이족의 땅이다. 개발의 길을 택한 다른 부족들이 나이로비와 뭄바사 같은 대도시에서 번잡한 현대인의 생활에 적응한 반면 마사이족들은 여전히 광활한 구릉과 협곡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케냐 남쪽 탄자니아 접경지대 암보셀리의 마사이 마을을 찾아갔다. 이 마을에는 182명이 살고 있는데 모두 4개 집안 사람들이다. 소, 양, 염소, 당나귀 따위를 키우고 세공품을 관광객들에게 팔고 집 구경을 시켜주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마사이의 소들은 건조기후에 적응해, 신기하게도 낙타처럼 등에 혹이 달렸다. 건기와 우기, ..

[스크랩] 사라져가는 목소리들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다니엘 네틀 | 수잔 로메인 (지은이) | 김정화 (옮긴이) | 이제이북스 알래스카 코르도바 지역의 마지막 에야크 인디언인 마리 스미스는 유일한 순혈 에야크인이자 에야크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사람이 되었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게 왜 나인지, 그리고 왜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건지 나는 몰라요. 분명히 말하지만, 마음이 아파요. 정말 마음이 아파요…” (35쪽) 테비크 에센크, 붉은천둥구름, 로신다 놀라스케스, 로라 소머설, 네드 매드럴, 아서 베넷은 서로 수천 킬로미터씩 떨어진 곳에서 현저하게 다른 문화적·경제적 환경에서 살다가 죽었다. 그들의 사회를 파괴하고, 그들을 죽어가는 언어의 마지막 대변자로 만든 정확한 요인들은 상당히 다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러 면에서 놀랄..

딸기네 책방 200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