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부메랑으로 돌아온 ‘우주 쓰레기’

딸기21 2009. 3. 13. 20:27
728x90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12일(미국 시간) 우주 파편에 충돌할 뻔한 일이 일어났다. 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 3명은 급히 긴급대피용 캡슐로 이동했고 다행히 충돌은 피할 수 있었지만 점점 늘어나는 지구 상공 ‘우주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깨우쳐준 사건이었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 인공위성이 충돌하는 초유의 ‘우주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등, 인간이 쏘아올린 물체들로 인한 우주공간의 오염은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This March 10, 2009 NASA handout photo shows the Russian segment of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
photographed by an Expedition 18 crewmember during extravehicular activity (EVA).
The crew of the International Space Station sought refuge in a Soyuz space capsule Thursday
amid a threatened close encounter with a debris cloud. (AFP/NASA)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ISS에서 떨어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낡은 모터가 ISS 본체 쪽으로 접근해와 충돌할 뻔했다고 발표했다. NASA는 “충돌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승무원들은 대피용 모듈인 소유스 캡슐로 피신시켰다”며 “다행히 모터 파편이 ISS를 그냥 지나쳐가 우주인들은 곧 복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러시아 캐나다 일본 유럽 등이 공동제작한 ISS는 동력을 공급하는 러시아산 자리야 모듈과 승무원들의 거주공간인 즈베즈다 모듈, 연구시설인 미국산 데스티니 모듈, 지난해 일본이 발사해 부착한 키보 모듈 등 10개 모듈로 이뤄져 있다. 현재 ISS에는 미국인 마이클 핑크 캡틴 등 3명이 체류하고 있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NASA 존슨우주센터 측은 “우주인들과의 연결도 곧 복구됐다”며 “문제의 파편은 1993년 ISS 조립 당시에 떨어져나간 부품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와 민간업체들이 쏘아올린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 등이 넘쳐나면서 지구 대기권 밖은 우주쓰레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우주인들을 아찔하게 만든 파편은 길이 13㎝ 정도의 작은 쇠조각에 불과했지만, 초속 8㎞의 속도로 우주를 돌기 때문에 충돌시 ISS 본체에 구멍이 뚫릴 수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최악의 경우 우주인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몇 달 간격으로 지상과 ISS를 오가는 미·러 우주왕복선에도 우주쓰레기는 심각한 위협이다. 대부분의 우주쓰레기는 대기권에 들어오면 불타 없어지지만 오랜 세월 궤도를 도는 것도 많다. 또 대기권을 지나면서도 타지 않고 남아 바다나 땅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지표면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바다나 사막 등지에 떨어져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지금처럼 위성이 많이 발사된다면 위성쓰레기에 맞아 다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특히 각국이 경쟁적으로 쏘아올린 인공위성 때문에 ‘위성쓰레기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시베리아 상공에서는 러시아 군사위성과 미국의 이리듐 상업용 통신위성이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최소한 600개 이상의 대형 우주쓰레기 조각들이 흩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NASA는 이 파편들이 ISS에 위험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지구 궤도를 도는 물질들이 너무 많아지자 NASA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 산하에 우주파편모니터팀을 두고서 길이 10㎝ 이상의 궤도 부유물체들을 추적하고 있다. 현재 추적대상에 오른 물체는 1만8000개에 이른다. 그 중 900개는 가동중인 인공위성들이고, 나머지는 대개 고장나거나 수명을 다 해 버려진 인공위성 혹은 그 부품들이다.
우주정거장은 그 자체로 거대한 우주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ISS의 전신 격인 미-러 공동 우주정거장 미르(Mir)는 15년간 이용된 뒤 2001년 남태평양에 수장됐다. 미국이 세계 최초로 1973년 쏘아올린 우주정거장 스카이랩(SkyLab)은 6년 밖에 못 버티고 고장나서 그대로 우주쓰레기가 됐다. 미세한 파편들까지 포함하면 우주쓰레기는 수백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인류의 미래가 담긴 잠재적 공간인 우주를 선진국들이 독점해 쓰레기장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나라들은 어떻게 폐기할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중국은 기상위성인 펑윈(風雲)1C를 미사일로 요격했다. 미국과 유럽은 “사실상의 우주전쟁 연습”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중국의 이 위성요격 뒤 지구근처 궤도의 우주쓰레기는 25%나 늘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중국과 경쟁하듯 이지스함에서 미사일을 발사, 고장난 정찰위성을 요격했다. 이 정찰위성에는 인체에 손상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인 ‘히드라진’이 들어있어 안전성 논란이 불붙었다. 미군은 1985년에도 군사실험 목적으로 이글전투기에서 미사일을 발사, 정찰위성을 파괴한 바 있다. 하지만 위성 요격은 우주쓰레기를 양산할 뿐 아니라 국제정세마저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위성 폐기방법으로 환영받지는 못하고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