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언제나 화제인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

딸기21 2009. 5. 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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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이라고 하면, 누구일까요.

아마도 지난 1월 백악관에 들어간,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겠지요. 두드러진 팔 근육으로 요즘 미국 여성들 사이에 ‘이두박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미셸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요, 프랑스로 옮겨가 볼게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엘리제궁의 여주인인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41)입니다.

브루니는 여러 모로 눈에 띄는 사람입니다. 모델로 잘 나가던 시절(옆 사진은 영국 데일리메일에서 퍼왔는데 젊은 시절 사진인 것 같아요)에는 세계 최고 대우를 받았다 하고, 지금도 음반만 내면 히트를 치는 유명 가수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이탈리아 출신이고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지난해 결혼하면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었죠. 사르코지는 세 번째, 브루니는 두 번째 결혼이었고 각각 이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렇게 요란스러운 사람들이 커플이 되었으니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시선도 많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제법 그럴듯한 한 쌍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브루니가 최근 들어 부쩍 정치적인 발언들을 해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브루니는 18일 버마(미얀마)의 군부정권에 ‘아웅산 수치 여사는 어째서 풀려나야 하는가’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버마 민주화 투쟁의 상징인 수치 여사는 벌써 20년 가까이 가택연금과 투옥을 번갈아 당하고 있죠. 올해 63세에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최근에 한 미국인이 수치 여사 집에 숨어들어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버마 군정은 이걸 가지고 수치여사가 가택연금법을 어겼다며 교도소에 투옥하고 기소했는데, 야당들은 군정이 꾸민 음모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가 수치 여사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지요.

브루니는 서한에서 “몸이 아픈 여성을 석방해 치료받게 하는 것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도 당연한 일”이라면서 “건강이 좋지 않은 수치 여사가 다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면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프랑스 외무장관과 인권담당장관도 버마 군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지만, 퍼스트레이디의 한마디는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네요.

뿐만 아니라 브루니는 교황 베네딕토16세를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습니다. 브루니는 18일 여성잡지 <팜므 악튀엘> 인터뷰에서 교황과 가톨릭교회를 맹비난했습니다. 여기서 핵심 이슈는 ‘콘돔’입니다.

교황은 지난 3월 에이즈가 만연한 아프리카를 방문하면서 “콘돔을 써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해 구호기구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콘돔은 에이즈를 예방하는 가장 쉽고도 저렴한 방법입니다. 이 때문에 구호단체들과 유엔 산하기구들도 현지인들에게 콘돔을 나눠주면서 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교황은 가톨릭 신자가 대부분인 앙골라에서 “콘돔이 아니라 믿음으로 예방하자”는 얘기를 하고 나선 겁니다.

(사르코지가 교황과 만나는 모습입니다.)

다소 어처구니 없는 교황의 이야기에 ‘실정을 모르는 소리’, ‘사람들의 생명보다 종교가 더 중요하다는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브루니는 다시 이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 “교황의 메시지는 아주 해로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가톨릭교회가 산아 제한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콘돔 사용을 막아 아프리카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했습니다. 브루니는 지난해 말부터 에이즈ㆍ결핵ㆍ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국제기금의 친선대사로 에이즈 예방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프랑스가 가톨릭 국가라는 겁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는 샤를 드골 대통령 부인은 물론이고, ‘좌파 운동가’로서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부인 다니엘 여사도 종교 얘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 부인 베르나데트 여사는 엘리제궁에 콕 박혀서 정치적인 발언은 전혀 하지 않았죠.

현 교황이 서거하신 바오로2세에 비해 물의를 빚을 발언을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프랑스에서 가톨릭을 비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행동인 모양입니다. (제가 프랑스어를 못해서) 오늘 영국 신문들을 보니, 브루니의 발언 때문에 사르코지가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왔네요. 여담이지만 영국 신문들은 요즘 다이애나의 빈 자리를 브루니로 메우려 하는지, 브루니의 일거수일투족에 정말 관심이 많습니다. ^^;;

사르코지는 유대계 혼혈이지만 2005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공화국, 종교, 그리고 희망>이라는 책을 내면서 자기는 ‘가톨릭교회의 일원’이라 강조했었습니다. 브루니의 이번 발언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지 궁금하네요.

(20일 언론보도들을 보니, 이 인터뷰에서 브루니는 남편을 '내 귀여운 꼬마'라고 부르는 '실언'도 했다는군요;;
모델 출신 브루니에 비해 남편 사르코지의 키가 좀 작긴 하지요)

 

정치적 발언이 아니더라도, 사르코지와 브루니의 사생활은 여전히 세간의 뜨거운 관심사랍니다. 며칠 전에 영국 더타임스 등이 보도한 내용인데요. 지난해 타계한 프랑스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아파트가 사르코지 부부의 새 집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랑스 대통령 가족은 엘리제궁에 사는 것이 관행이지만 사르코지 부부는 브루니가 결혼 전부터 살던 파리 16구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동네가 소문난 부촌인데, 대통령 부부가 여기 살게 되자 이웃 주민들이 “보안조치 때문에 불편하다”고 연일 항의를 하고 있답니다.


그런 사정 때문인지, 파리 센 강변에 있는 이브 생 로랑의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자, 사르코지와 브루니가 둘러보러 왔다고 하네요. 2층으로 된 복층아파트인데, 시가가 1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170억원이 넘는 고급 아파트랍니다. 모델 출신인 브루니는 이브 생 로랑과 절친한 사이였다고 하는군요.

문제는 이 아파트 위쪽에 브루니의 옛 애인인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가 살고 있다는 점... 브루니 부부가 이사를 하든, 안 하든 구설수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브루니는 믹 재거 뿐 아니라 배우 케빈 코스트너, 가수 에릭 클랩튼,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등등하고 염문을 뿌렸었는데 전남편은 화려한 연예인이 아닌 철학자였다고 합니다)
 

말 나온 김에.

브루니는 원래 이탈리아의 유명한 부잣집 딸이랍니다. 지난 2월에는 브루니 가족의 소유였던 이탈리아의 대저택이 아랍의 한 갑부에게
900만유로(162억원)에 팔렸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저택의 주인이었던 브루니의 아버지 알베르토 브루니 테데스키는 토리노의 유명한 사업가이면서 클래식 작곡가라죠. 저택은 알베르토가 1952년에 샀던 겁니다. 이번에 집을 팔기 전에 내부의 가구와 비품 등은 벌써 1000만 유로(179억원)를 받고 팔았다고 합니다. 가구와 비품들이 집값보다 비쌌다는 걸 보니까 어마어마하게 화려했던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래 한 곡.

브루니가 부르는 <사랑(L'amour)>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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