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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과학자들 잇달아 '미국에 귀순'

딸기21 2010. 4. 26.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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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부정선거 시비 뒤 국민적 반발에 부딪쳤던 이란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란 핵 과학자들 사이에 정권에 대한 불신이 늘면서, 서방에 핵개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미국 정보기구들이 근래 이란 핵 과학자들로부터 여러 종류의 정보들을 얻어내 이를 취합·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여러 정보기구들의 보고 내용을 모은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 공개가 최근 두 차례나 미뤄졌는데, 이란 핵 과학자들에게서 나온 정보를 평가·분석하느라 연기됐다는 것이다.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정보국(DIA) 등 10여개 정보기구들의 활동을 총괄하는 데니스 블레어 백악관 국가정보국장도 “NIE에 진전된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이란 핵 문제와 관련된 정보들이 속속 업데이트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 측이 입수한 정보들은 주로 핵 과학자들이나 군 관련 인사 등 이란 핵프로그램에 깊숙이 접근할 수 있는 이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미국에 정보를 주고 있는 이란 과학자들은 대부분 아마디네자드 정부에 대한 반발 때문에 미국 정보원이 되거나 정보를 누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외교소식통들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재집권한 아마디네자드가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유혈진압한 것에 충격을 받고 정부에 반감을 갖게 된 이란 과학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세계를 놀라게 했던 테헤란 부근 이슬람성지 쿰의 비밀 지하핵시설이 알려진 것도 이란 당국을 ‘배신’한 한 젊은 핵과학자 때문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 사실을 입수했으나, 이를 알게 된 이란 측이 먼저 핵 시설을 만들었음을 공개하며 '선수'를 쳐 미국을 당혹스럽게 만든 바 있다. 샤흐람 아미리(32)라는 이란 핵 과학자가 대선 직후 순례를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로 나왔다가 미국 정보당국에 ‘귀순’했는데, 미국은 그를 통해 쿰 시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아미리를 납치해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미리 외에도 미국으로 향한 이란 관리·과학자들이 여러 명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보를 오랫동안 다뤄 온 미국의 한 전직 관리는 “이란 테크노크라트들 사이에 정부에 대한 불만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핵 과학자 등 주요 기술인력에 대한 이란 당국의 감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 1월 테헤란 시내에서 핵 과학자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가 폭탄공격에 살해됐다. 이란 측은 “이스라엘의 공작”이라 주장했지만, 모하마디는 반체제 세력에 동조해왔고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이었다. 보안당국이 그가 살해되기 전날 그의 집을 수색하고 문건들을 압수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란 정부에 의혹의 시선이 쏠렸다.
노르웨이 주재 고위 외교관 신분으로 미국에 귀순한 모하마드 레자 헤이다리는 “교육받은 젊은 이란인들이 나라를 점점 더 많이 나라를 등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두뇌 유출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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