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스크랩] 투르니에, '심장이 내는 소리

딸기21 2004. 9. 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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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낙관적인 사람이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농담 한마디 던질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깨끗한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모양이니 좋은 일'이라고! 투르니에 할아버지, 당신 참 대단한 분이셔요.


블리니 종합병원에서 초음파 심장검진을 받다. 대수롭지 않은 검사이거니 했는데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같은 불쾌한 소음이 기계를 통해 들렸다. 내 심장이 내는 소리라고 했다. 검사 결과 분명한 심장비대임이 판명되었다.
나는 오히려 기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심장이 그렇게 커졌다 이 말이지! 그런데 사실 죽음에는 두 가지가 있지 않은가. 암으로 인한 더러운 죽음과 심장으로 인한 깨끗한 죽음 말이다. 그렇다면 내겐 깨끗한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모양이니 좋은 일 같다.

-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에서


이래서 투르니에의 자질구레한 글들조차도 놓치기가 싫단 말이다!


나도 미래의 낙관을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하야, 오늘 수퍼마켓에서 핑크빛 줄넘기 한개를 사들고 집으로 왔다. 갑자기 날씨가 서늘해졌다. 좀 있으면 얼마나 썰렁해지려나, 날씨를 한껏 의심하면서 문앞 복도로 나가 1분여 동안 맨손체조 실시. 그리고 아스팔트 깔린 골목길로 내려가 줄넘기를 시작했다. 100개를 5번에 걸쳐 천천히, 힘겹게 뛰어주고 올라와 바나나를 한개 먹었다. 바부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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