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이런저런 리스트

10년전 책꽂이

딸기21 2005. 4. 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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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를 뒤져서 10년전 독서노트를 찾아냈다. 컴퓨터 의존증이 없었던 시절, 파란 펜글씨가 어지럽게 널려있는 작은 공책. 실은 연말부터 이 노트를 꼭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래전 어느 친구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10년 뒤에는 무얼 읽을까'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다시 읽어보고, 10년 뒤가 아닌 10년 전을 생각했다. 1995년, 사회생활 시작하고 정신없었던 반년, 그리고 아주 잠깐 '느슨한' 일을 하면서 줄기차게 책을 읽었던 반년. 책 읽기에 매진하기엔 엉덩이가 너무 가벼운 나에게는, 1995년과 2004년이 책을 가장 많이 읽었던 해였다. 


그 때의 독서노트에 들어있는 책들.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정말 재미있었던 시집. 당대를 풍미했던 이 시집을 펴낸 뒤 저 시인이 벌어들인 액수를 전해듣고, 생각보다 너무 적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한국 불교사회연구소, 21세기를 여는 일곱 가지 이야기
김정환, 희망의 나이
 (이런 책이 있었다는 사실도 전혀 기억이 안 남 -_-) 
윤대녕, 은어낚시 통신 ('실망스럽다'라는 독후감이 남아 있군요) 
공선옥,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매키언, 세계와 결혼한 여자 
김인숙, 칼날과 사랑 
공선옥, 피어라 수선화 
강홍구,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이야기 
이청준, 흰옷 
박태견, 조지 소로스의 핫머니 전쟁 
호영승, 내 영혼의 적들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김용운 외, 아이디어 깨우기
(대체 이런 책을 왜 읽었을까 -.-a) 
이혜경, 길 위의 집 
송두율, 역사는 끝났는가 
유영제 외, 실험실 밖에서 만난 생물공학 이야기



당시만 해도 '생명공학'이 아닌 '생물공학'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던 모양이다. 생소하다. 생명과학, 생명공학, 바이오테크, 지금은 이런 말들이 횡행하다못해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10년 전만 해도 그런 말이 영 생소했던 모양이다. 독후감 첫머리는 "생물공학이라는 낯선 학문에 대해 전문가드이 비교적 자상하게 설명한 책"이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독후감의 내용은 참으로 순진하다. "선진국에게는 큰 무기로 작용하겠지만 인류를 위해 쓰이지 않고 말 그대로 '무기'가 된다면 21세기 지구의 해결사로서의 생명공학(음... 이 말이 나오는군)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모든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보는 기술결정론의 재판이라는 비판도 이 지점에서 나올 법하다". 내가 내 글을 인용하니 좀 웃기군. ^^;; 


박승관 외, 드러난 얼굴과 보이지 않는 손-한국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구조(이 책은 며칠 전에 버렸는데) 
김혁, 장미와 들쥐(뭔 책인지 전혀 기억 안 나는군) 
엘리야스 샤쿠르 외, 피를 나눈 형제(팔레스타인 기독교도들에 대한 책... 음... 기억이 나는 것 같네) 
브리지트 오베르, 철의 장미(세상에, 이런 책도 있었나보지) 
유현종, 들불 
롭 넬슨 외, 이끌어라 못하겠으면 떠나라
 (그 시절 잠시 유행했던 미국 X세대 집단 Lead or Leave 라는 것이 있었다. 일종의 '새로운 진보'랄까, 사회주의 망하고 나서 이런저런 새롭다 싶은 운동방식은 모두 눈에 들어오던 시절이었다. 저 단체의 지도자 두 명이 미국의 현실과 '젊은이들의 역할'에 대해 쓴 책이었는데, 꽤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다나카 나오미, 나오미의 깜장고무신 
김민준, 옴니버스 
김자야, 내사랑 백석
(백석이라는 시인과 만나게 해주었던 다정다감한 에세이집) 
현실문화연구, 회사 가면 죽는다 (이 책 보고있는데 국장이 지나가다 책 제목 슬쩍 보더니 싸늘한 시선을 보내며 한마디 했던 기억이... 당시만 해도 OECD 시대였다. 얼마 안가 IMF시대가 왔고, 실업난 높은 지금은 이런 책 써냈다간 돌 맞을거다)
로버트 하인라인, 시간의 블랙홀


하인리히 침머, 인도의 신화와 예술
 (허걱... 이 책 일부분을 대학교 때 영어본으로 읽었는데, 그 뒤에 이 책을 안 읽은 줄 알았다. 재작년에 게고에게서 이 책이 번역돼 나왔다는 얘길 듣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제보니 읽었더랬구나. 아무래도 치매다)
차윤정, 삼림욕 숲으로의 여행
무함마드 깐수, 세계 속의 동과 서 
(책도 재미있게 읽고, 깐수 교수님 인터뷰까지 했었다 ㅋㅋ)
김성종, 제3의 정사 (시간이 많았나보군)
시로야마 사부로, 날마다 일요일
로베르트 반 훌릭, 종소리를 삼킨 여자 
(전~~~혀 생각 안 남)
채희문, 슬픈 시베리아
이현영, 시민을 위한 통일론
노라 로버츠, 토크쇼
 (시간이 정말 많았었나보다)
기형도, 잎 속의 검은 잎
안유미, 검은 강
강덕치, 아빠와 함께 가는 스페인 자전거여행기
앨빈 토플러 외, 제3물결의 정치
 (미래학 서적을 탐독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쯧.)
한지연 외, 여자는 어떻게 죽어가는가.
강성호 외, 1980년대 이후 한국의 맑스주의 연구



맑스주의...라는 단어가 제목에 떡하니 들어가 있는 책을 읽어본 것이 대체 언제였던가. 저 책의 독후감은 이렇게 돼 있다.

"사회과학 서적을 읽어보려 해도 도통 나오지가 않아 굶주림을 느끼던 터에, 정말 오랜만에 이 책이 나왔다... 개괄적인 ML주의 성립사와 함께 성립과정에서 내재된 모순을 밝히는데 참신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사후약방문 격이라는 느낌 또한 지울 수가 없다. 오히려 이 책의 가치는, 강성호의 글이 함께 실렸다는데에 있다."


지금 읽어보니 무슨 말인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독후감을 썼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_-


삐에르 부르디외, 상징폭력과 문화재생산

김창남, 대중문화와 문화실천
조정래, 아리랑
이은정, 머리에도 표정이 있다
 (미용사 아줌마가 쓴 책이었는데, 나중에 이 아줌마랑 직접 만나서 느무느무 재미있게 수다를 떨었더랬다)
임영태, 문밖의 신화
양귀자, 천년의 사랑
 (이 책도 한때 유행했었지)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나중에 지오노에 폭 빠졌더랬는데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
김혜련, 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
재니스 우즈 윈들, 진정한 여성
 (어, 여성과 이런저런 관련이 있는 책들도 꽤 읽었더랬구나)
박일문,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
신병현, 문화 조직 그리고 관리



에드가 모랭, 유럽을 생각한다
 (너무나 좋아했던 책이다. 책 버리기 좋아하는 내가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몇 안되는 책.)
박태견, 앨 고어 정보초고속도로
양승국, 한국 연극의 현실
장소현, 툴루즈 로트랙
오마에 겐이치, 인터네트와 비즈니스혁명
 (으으... 정말 인터넷 초창기였다)
정해국 외, 대안은 없는가
일본경제신문사, 멀티미디어에 관한 57가지 질문
 (이 책이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혀있었는데... 난 이 책을 내가 안 읽은 줄 알고 버리질 못하고 있었다. 이제보니 읽었군!)
움베르토 에코,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최태만, 미술과 도시- 예술가의 눈에 비친 도시와 삶
베르나다크 부셰, 피카소- 성스러운 어릿광대
 (당시까지만 해도 미술에 관심이 있었는지 미술 책들도 꽤 보이네.)


그러고 보니, 책이라는 것-- 읽고 나서 그냥 잊혀져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명작'으로 꼽히는 책들이 얼마나 위대한 저서들인가를 새삼 깨닫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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