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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진흙 속에 꼬리를- 혜자와 장자

딸기21 2013. 7. 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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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속에 꼬리를


장자가 복수(濮水)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초나라 임금이 대부 두 사람을 보내 자신의 뜻을 전했습니다. "원컨대 나랏일을 맡아 주시기 바랍니다."

장자는 낚싯대를 진 채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습니다. "내가 듣자 하니 초나라에는 죽은 지 삼천 년이나 된 신령한 거북이가 있는데, 왕께서 그것을 비단으로 싸서 상자에 넣고 사당 위에 잘 모셔 두었다 하더군요. 이 거북이 죽어서 뼈를 남겨 귀히 여겨지기를 바랐을까요, 살아서 진흙에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었을까요?"

두 대부가 말했습니다. "물론 살아서 진흙에 꼬리를 끌고 다니고 싶었겠지요."

장자가 말했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나도 진흙에 꼬리를 끌고 다니겠소."


원추와 올빼미


혜자가 양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가 찾아가 만나려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장자가 당신 대신 재상이 되려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혜자는 겁이 나서 사흘낮밤 동안 온 나라를 뒤녔습니다.

장자가 이 말을 듣고 (혜자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남쪽에 있는 원추(鵷鶵)라는 새를 아는가? 원추는 남해에서 출발하여 북해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고, 감로천이 아니면 마시지를 않지. 그런데 마침 썩은 쥐를 얻은 올빼미 한 마리가 원추가 지나가자 (썩은 쥐를 뺏길까 겁이 나서) 원추를 쳐다보며 꽥 소리를 질렀다는 거네. 지금 자네도 그 양나라 대신의 자리가 욕심이 나서 나에게 꽥 소리를 지르는가?"


모두 추수편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장자님, 멋진 척은 아무튼. 

장자의 혜자 놀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thenaturalhistorian.com



물고기의 즐거움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濠水)의 다리 위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장자가 말했습니다. "피라미가 나와서 한가롭게 놀고 있으니 이것이 물고기들의 즐거움이겠지."

혜자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나?"

장자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는가?"

혜자가 말했습니다. "나는 자네가 아니니까 물론 자네를 모르지. 그렇다면 자네도 물고기가 아니니까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한 일이지."

"자, 처음으로 돌아가 보세. 자네는 나더러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냐'고 했지. 이 말은 자네가 이미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는 것을 알고 물은 것이네. 나는 호숫가에서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네."


혜자는 논리 싸움을 걸고, 장자는 자기가 그걸 초월해서 진리를 안다고 말한다. 

계속되는 두 사람의 대화.


장자 아내의 죽음


장자의 아내가 죽어, 혜자가 문상을 갔습니다. 그 때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혜자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아내와 살면서 아이들을 기르고 이제 늙은 처지일세. 아내가 죽었는데 곡을 하지 않는 것도 너무한 일인데 거기다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까지 하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지 않네. 아내가 죽었을 때 나라고 어찌 슬퍼하는 마음이 없었겠나? 그러나 그 시작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 본래 삶이란 게 없었네. 본래 삶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도 없었던 것이지. 그저 흐릿하고 어두운 속에 섞여 있다가 그것이 변하여 기가 되고, 기가 변하여 형체가 되었고, 형체가 변하여 삶이 되었지. 이제 다시 변해 죽음이 된 것인데, 이 것은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의 흐름과 맞먹는 일. 아내는 지금 '큰 방'에 편안히 누워 있지. 내가 시끄럽게 따라가며 울고불고한다는 것은 스스로 운명을 모르는 일이라. 그래서 울기를 그만둔 것이지."


마지막 아내의 죽음은 지략편에 나오는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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