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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세대' 첫 참여한 남아공 총선, 부패 집권당 ANC 20년 공과 심판대

딸기21 2014. 5. 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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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하우텡주의 베케르스달 마을은 흑인 노동자들이 밀집해 사는 광산촌이다. 이곳 투표소 앞에는 7일 새벽 총선에 참여하려는 주민들이 줄을 섰지만 표정에는 분노와 당혹감이 역력했다.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 제이컵 주마 대통령의 잇단 사치·부패 스캔들에 분노한 주민들은 투표를 앞두고 연일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당국은 총선 혼란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병력을 배치했다. 성난 주민들은 급기야 선거 전날 투표소에 불을 질렀다고 SAPA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Men walk past ruling party election posters in Atteridgeville, west of Pretoria, South Africa, Monday May 5, 2014. South African President Jacob Zuma said Monday that he anticipates an election victory this week for the ruling African National Congress, and that his government, if re-elected, will speed the provision of basic services following protests in many poor communities that complain they are sidelined. (AP Photo/Themba Hadebe)

Early morning voters hold up their identification documents as they queue to vote at a polling station that was burned down overnight in the politically-sensitive mining town of Bekkersdal, South Africa Wednesday, May 7, 2014. South Africa goes to the polls Wednesday in elections that are likely to see the ruling African National Congress (ANC) party return to power with a smaller majority due to voters disaffected by corruption in government and economic inequality. (AP Photo/Ben Curtis)


이번 총선은 1994년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가 끝난 뒤 태어난 자유로운 세대(born-free)인 ‘만델라 세대’가 투표에 참여하는 첫 선거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20년간의 민주화 과정을 총평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베케르스달의 충돌에서 보듯 기대감과 자부심보다는 20년의 공과에 대한 논란과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고인 물’이 된 ANC의 부패와 경제 실패다. 20년째 집권하고 있는 ANC는 지난해 12월 타계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해 그간의 자유화 조치와 발전을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2009년 선거에서 264석을 얻은 ANC는 이번에도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안한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마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은 ANC의 위상을 실추시킨 주범이다. 주마는 서민 이미지를 강조해 당을 장악하고 2009년 집권했으나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고 잇달아 부패에 연루돼 지식인들과 중산층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지난해에는 세금을 들여 호화저택을 짓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야당은 총선을 앞두고 이를 집중 공격했다.



반면 야당인 민주연합(DA)은 전국 9개 주 가운데 가장 큰 웨스턴케이프주 총리를 지낸 헬렌 질레의 리더십 아래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연합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 반대투쟁을 벌인 백인 중도파 정당이며, 질레 대표는 흑인투사 반투 스티브 비코의 살해 사실을 밝혀낸 저널리스트이자 인종차별 반대운동가 출신이다. 유력 언론 메일앤드가디언은 7일 사설에서 “20년 전에는 ANC에 표를 달라고 호소했으나, 이제 우리는 유권자들에게 이 정당의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국가 전체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호소한다”고 썼다. ANC가 야권의 도전 속에서 어떻게 만델라의 유산을 살려내고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을지가 이번 선거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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