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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위워크에 50억 달러 긴급수혈…‘손정의 스타일’ 벤처 투자 타격 오나

딸기21 2019. 10. 2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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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가 자금난에 빠진 미국의 공유사무실 스타트업 ‘위워크’에 최대 50억달러 규모를 긴급수혈하기로 했다. 세계적 투자가인 손정의(孫正義) 회장에겐 우버에 이어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기록될 판이다. 가능성 있는 젊은 기업에 막대한 돈을 퍼붓는 ‘손정의 스타일’ 벤처 투자가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8월 7일 도쿄 본사에서 미국 공유사무실 스타트업 회사 위워크 구제 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소프트뱅크가 위워크에 40억~50억달러의 ‘구제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금이 떨어진 위워크로서는 소프트뱅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JP모건체이스 등의 구제 패키지를 택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위워크가 더 나은 조건을 내세운 소프트뱅크의 구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며, 이렇게 되면 소프트뱅크가 지분 60~80%를 갖고 경영권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프트뱅크의 위워크 투자는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손 회장은 2016년 위워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애덤 뉴먼을 만났고, 한 시간도 채 안 되게 대화를 나눈 뒤 투자를 결정했다. 이듬해부터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몇 차례에 걸쳐 10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47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기대했음에도 실제로는 2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지난달 기업공개(IPO)는 투자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금은 기업가치가 80억달러를 웃도는 정도다.

 

뉴먼은 그동안 보유 지분의 20배에 해당하는 투표권을 행사했고, 사익을 챙긴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경영난에 더해 위워크 시설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최근에는 직원 2000명을 해고하는 등 총체적 난국에 부딪쳤다. 손 회장이 투자를 결정했을 때부터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물음이 나왔다. “그냥 부동산 임대사업일 뿐”이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손 회장은 “위워크도 테크기업”이라며 전혀 다른 인식을 보여줬다. 뉴먼은 지난달 사임했고, 소프트뱅크는 현재로선 막대한 손해만 본 상황이다.

 

미국 뉴욕의 위워크 본사. 2010년 창업된 위워크는 공유사무실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세련된 기업문화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경영 실패로 자금난에 부딪쳐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뉴욕 AFP연합뉴스

 

올해 62세인 손 회장의 투자감각은 유명하다. 대표적인 게 중국의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다. 2000년 손 회장은 야후 창업자 제리 양의 소개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회장을 만났고, 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2014년 알리바바 상장 뒤 578억 달러 이익을 거둬 ‘수익률 3000배’의 신화를 만들었다. 2년 뒤 소프트뱅크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1190억달러에 지분을 팔았다. 손 회장이 만든 1000억달러 규모 투자펀드 ‘비전펀드’가 2017년 투자한 인도 전자상거래 기업 플립카트는 15억달러 이익을 안겨줬다.

 

하지만 투자에 실패한 전력도 많다. 공유택시 우버 투자가 대표적이다. 우버는 지난 5월 기업공개 뒤 주가가 30% 가까이 폭락했다. 기업용 메시지서비스 회사 슬랙의 주가도 지난 6월 상장 첫날 40% 떨어져 손 회장의 투자 방식에 의문을 더했다. 2013년 216억달러나 주고 사들인 미국 무선통신사 스프린트도 투자 실패 사례 중 하나다.

 

손 회장과 흔한 사업가들의 투자 판단은 굉장히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기사에서 “그는 사람들이 일하고, 여행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싶어한다”고 평했다.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 ‘성장의 병목’에 걸려 있을 때 자금줄을 터주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2017년 5월 손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작게 생각해선 안 된다(You cannot think small)”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테크기업들에 돈을 퍼붓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고 그는 “마음과 심장을 열고 크게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를 인공지능·로보틱스 같은 첨단기술로 무장시키는 ‘300년 플랜’을 만들 만큼 장기적인 안목도 갖고 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세계 유명 기업인들 중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 중 하나도 손 회장이었다. 그는 트럼프 앞에서 미국 내에 500억달러를 투자, 일자리 5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모두 기존 투자계획에 있던 것이지만 어쨌든 트럼프에게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2018년 1월 16일 뉴욕 나스닥 시장의 오프닝벨 행사에 참석한 위워크 창업자 애덤 뉴먼. 성공한 스타트업 경영자로 명성을 얻었지만 과시적인 스타일에 개인 이익만 챙긴다는 비난이 많았으며, 결국 지난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뉴욕 AP연합뉴스

 

스타트업 세계를 떠받치는 손정의식 이상주의는 우버나 슬랙, 위워크 사례에서 보듯 늘 성공적이지는 않다. 한번 ‘꽂혀서’ 투자를 결정하면 큰 돈을 몰아주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투자한 회사의 부침에 따라 거액을 잃을 수 있는 도박이기도 하다.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너무 큰 리스크에 도전하게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비전펀드 최대 투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부다비의 큰손들은 손 회장의 베팅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위워크 투자가 결국 손 회장의 발목을 잡을 것인지가 지금 시장의 관심사다. 손 회장은 1080억달러 규모의 2차 비전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 7월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펀드에 거대 테크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이겠다고 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힘이 실렸다. 미즈호은행 등 일본 금융회사들도 대거 투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1차 펀드의 주축이던 아랍 자본은 참여하지 않았다.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분야에 한국 돈으로 128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할 만한 기업들이 얼마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 자체를 상장하겠다고 했지만 위워크 투자 실패로 이마저 불투명하게 됐다.

 

손 회장은 잘 알려진대로 한국계이고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다. 미국 UC버클리에서 공부했고 여러 나라에 투자한다. 세계의 큰손이지만 일본 세무당국의 시선은 곱지 않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의 ‘세금회피’를 막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서류 상의 근거지를 모두 외국으로 옮겨 일본에선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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