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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코로나19 ‘제2 확산’? 면역 형성, 아직은 예측불가

딸기21 2020. 5. 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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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린성 지린의 질병예방통제센터에서 17일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진단 샘플들을 옮기고 있다.  지린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방역 권위자가 코로나19 ‘제2의 확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아직 인구 대부분 집단에 면역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이 봉쇄를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경고다.

 

중국의 전염병 전문가인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는 17일 미국 CNN 인터뷰에서 “중국인들의 면역 형성이 아직 부족하다”며 “다시 감염의 파도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 대부분은 면역이 없는 탓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수성이 높은 상태”라며 “거센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자 중국은 학교 문을 열고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으나, 제2의 코로나19 물결이 밀어닥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중 원사는 경고했다.

 

우한은 진정, 지린성 확진 늘어

 

중국은 초반에 우한을 강력 봉쇄해 8만2000명 감염 선에서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냈다. 전국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우한을 희생시킨 조치였지만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대확산을 차단했다는 점에서 세계보건기구(WHO) 등으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우한을 뺀 나머지 지역에선 감염자가 적었기에 주민들 사이에 면역이 형성되지 않았다. 2차 확산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달 들어 우한 감염자는 6명뿐이지만 헤이룽장과 지린의 상황이 심상찮다. 일부 지역이 봉쇄된 지린성에서는 17일 하루에만 7명이 추가로 확진을 받았다.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의 CNN 인터뷰 기사. CNN 웹사이트 캡처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인체에서는 자동 면역시스템, 즉 ‘선천면역’이 작동하며 세포의 염증반응 등이 일어난다. 동시에 침입자의 특성에 맞춰 적응적 면역반응 즉 ‘후천면역’ 체계가 가동된다.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 면역 T세포가 활동을 시작하고 세균을 잡아먹는 대식세포의 식균작용이 일어난다. 면역 B세포는 침입한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항체를 생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감염증에 걸린다 해도 면역력을 갖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린다.

 

신종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초기에는 숙주(인체)에 치명적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숙주와 바이러스가 함께 진화하면서 치명률이 떨어진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살려두기 위해 병독성(균주가 숙주를 손상시키는 정도)을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변종들이 돌아도 한 해 지나면 흔한 계절성 독감 수준으로 치명률이 떨어진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걸려서 주민들에게 면역이 생기고 바이러스의 병독성이 약해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 이른바 ‘집단면역’의 논리다. 문제는 대규모 인구집단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면역을 갖춰야 하느냐는 것이다.

 

인구 65% 감염돼야 ‘집단면역’

 

최근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는 전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항체가 형성된 사람이 28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실었다. 프랑스의 공식 감염자수보다는 20배 가까이 많은 것이지만, 전체 인구의 4.4%에 불과하다. 집단면역을 확보하기에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가 통제되려면 인구의 65%는 면역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감염자가 150만명에 이르러 전 세계 감염자의 3분의1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나, 완치된 사람은 34만명에 불과하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멀었다는 얘기다. 그 사이에 백신이 개발되면 좋겠지만 올해 안에 개발될 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한 쇼핑몰에 17일(현지시간) 영업 재개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챈들러 AP연합뉴스

 

집단면역을 기대하고 강력한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스웨덴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늘고 거센 비판이 일자 방침을 바꿨다. 집단면역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리는 것인데, 인명피해가 예상보다 컸던 탓이다. 또한 바이러스가 약해질 것인지는 ‘취약한 숙주들’ 즉 옮겨갈 다음 감염 대상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미국 바이러스학자 롭 월리스는 신종플루 뒤 파밍파토젠스 등 병리학 관련 매체 기고에서 “주변에 옮겨갈 숙주가 충분히 많으면 바이러스가 새 숙주를 살려두기 위해 병독성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을 덜 받는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 모두에게 면역이 형성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지난달 중국 측 연구에서는 환자 175명 중 6%인 10명에게서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는 항체가 형성됐어도 항체 수준이 낮았다. 또한 항체 형성이 나이와 관련이 있다는 신호도 있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항체가 잘 형성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2009년 신종플루 때와 비슷하다. 여러 균주의 유전자가 조합돼 만들어진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온갖 바이러스를 접해본 고령자일수록 대항능력이 강할 수 있기 때문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감염자 면역 형성, 긍정적 신호

 

반면 코로나19 감염자들의 항체 형성이 다른 바이러스들과 비교해 많이 떨어지지 않으며, 감염됐던 사람들 거의 모두에게 면역이 생겼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예일대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CSH)에서 운영하는 과학연구 공유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지난달 말 올라온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항체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고 회복된 사람의 99.8%는 면역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뉴욕 마운트시나이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1300여명을 조사해보니 감염자의 나이와 성별, 기저질환 등과 상관없이 거의 모두에게 항체가 형성됐다. 연구에 참여한 앨라배마대 미생물학자 프랜시스 런드는 “다만 면역의 지속기간과 항체 수준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종플루 때에는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조차 면역 형성이 안 된 경우가 많았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7일(현지시간) 극우정당 ‘복스’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코로나19 봉쇄를 풀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마드리드 AP연합뉴스

 

미국 방역책임자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지난달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은 2차 감염에 맞설 면역을 갖고 있을 것이기에 초가을에는 확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장담하기 쉽지 않으며 연말 혹은 내년 초까지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면역 지속기간도 문제다. 2002년 사스에 감염됐던 의료진을 연구한 중국 연구팀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사스 면역은 2~3년 간 지속되다가 2004년 이후로는 떨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자가 79.5% 일치한다. 사스와 마찬가지로 면역 지속기간이 몇 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는 4개월여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지리적 확산범위가 넓고 감염자 수가 많기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나기 쉬운 조건이다. 우한 봉쇄를 제안해 유명해진 중국 바이러스학자 리란쥐안 저장대 교수는 지난달 메드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30종을 발견했으며 이 중 19종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변이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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