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198

어제의 오늘/ 대한항공기 무르만스크 '강제착륙' 사건

1978년 4월20일 오후(현지시간), 대한항공 보잉707 902편이 프랑스 파리의 오를리 공항을 이륙했다. 외국인 62명을 포함한 승객 97명과 승무원 13명 등 110명을 태운 여객기는 도쿄를 거쳐 서울로 오는 정기 여객편이었다. 당시에는 한국과 소련 간 항공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던 터라 여객기는 미국 알래스카의 경유하는 북극 항로로 운항됐다. 그러나 앵커리지 공항에 착륙, 급유를 받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항공기는 나타나지 않았고 교신조차 되지 않았다. 여객기의 행방을 알려준 것은 외신이었다. AP통신은 당시 백악관 대변인이던 조지 파웰의 말을 인용, “마지막 교신 지점과 레이더 추적 결과 등으로 미뤄볼 때 여객기는 소련 변경에 강제착륙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주한 미국사관 측이 “대한..

어제의 오늘/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4월13일은 상하이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90주년 되는 날이다. 1919년 4월10일 중국 상하이의 프랑스 조계에서는 29명의 임시의정원 제헌의원이 모여 조선 각지에서 온 교포 1000여명 앞에서 정부 수립 의지를 다진다. 의정원은 임정 수반 선출과 헌법·법률 제정 등을 맡은 입법부였다. 이어진 2차 의정원 회의에는 57명이 참석해 의장에 이동녕, 부의장에 손정도를 선출했다. 의정원은 또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고 민주공화제를 골간으로 한 임시헌장(헌법)을 채택했다. 선거를 통해 국무원(각료회의)을 구성, 행정수반인 국무총리에 이승만을 추대했다. 내무총장(장관) 안창호, 외무총장 김규식, 군무총장 이동휘, 재무총장 최재형, 법무총장 이시영, 교통총장 문창범을 임명하고 13일 정부 수립을 선포했다. 당시..

어제의 오늘/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전쟁이 흡혈귀처럼 사람들의 기술과 돈을 빨아들이는 한, 미국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금이나 에너지를 결코 투자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습니다. 저는 이 전쟁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전쟁은 가난한 사람들의 아들, 형제, 남편들을 전쟁터로 보내 싸우다 죽게 하는 행위입니다. 가난한 이들이 잔인하게 조종당하는 현실 앞에서 도저히 침묵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4월4일,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뉴욕 리버사이드 교회에서 ‘왜 미국인들은 베트남전쟁에 반대해야 하는가’를 밝히는 연설을 한다. ‘베트남을 넘어서- 침묵을 깨야 하는 때(Beyond Vietnam- A Time to Break Silence)’라는 제목의 이 연설은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

어제의 오늘/ '블록버스터' 비아그라의 그늘

알약 하나가 세계에서 이만큼 화제가 되고 이만큼 많은 논란과 관심을 불러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바로 세계최대 제약회사 화이자가 만든 남성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다. 1998년 3월 27일 비아그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비아그라는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낸 밥 돌 전 상원의원과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를 등장시킨 광고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980년대 이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미국과 유럽의 거대 제약회사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의약품 시장에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비아그라는 이 시장의 판도를 뒤바꾼 ‘초대박’ 상품이었다. 원래 이 약이 시장에 나올 계획이 아니었다는 것은 지금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화이..

어제의 오늘/ 1993년 3월19일, 비전향 장기수 리인모씨 북송

1993년 3월19일 비전향 장기수 리인모(이인모)씨가 북으로 송환됐다. 그의 일생에는 한민족 비극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1917년 10월 함경남도 풍산군에서 태어난 리씨는 해방 후 노동당에 입당하면서 공산주의자가 됐다. 그는 한국전쟁 와중인 52년 빨치산 토벌대에 검거돼 7년간 복역 뒤 출소했으나 61년 부산에서 좌익 지하활동을 하다 다시 체포됐다. 리씨는 두 차례에 걸쳐 총 34년간 옥살이를 한 뒤 88년 석방됐다. 89년 리씨가 월간 ‘말’지에 북에 있는 가족을 그리는 수기를 연재하면서 ‘송환’ 이슈가 제기됐다. 91년 고위급회담 때 서울에 온 북측 기자가 리씨 부인의 답장을 남측에 전달하면서 가족의 생사가 확인됐다. 민주화실천운동가족협의회(민가협) 등은 국내에 연고가 없는 리씨를 북으로..

2004년 마드리드 테러

2004년 3월1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통근열차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마드리드의 주요 역 가운데 하나인 아토차역에서 3차례 연쇄 폭발이 일어났으며, 산타에우헤니아역 등 시내 곳곳의 기차역에서 거의 동시에 폭탄이 터졌다. 2001년 미국 뉴욕 9·11 테러에 빗대 스페인인들이 ‘스페인판 9·11’ 혹은 ‘3·11 테러’라고 부르는 이 공격으로 191명이 숨지고 1800명 이상이 다쳤다. 스페인은 2000년대 초반 우파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 집권 시절 미국 편에 서서 이라크에 파병했다가 마드리드 테러라는 보복을 당했다. 사건이 일어난 뒤 스페인 치안당국은 모로코, 알제리, 시리아 등지에서 온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체포했으며,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 여단’이라는 조직이 테..

어제의 오늘/ 10달러에 뒤바뀐 역사

1847년 3월3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전화의 발명자’로 알려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태어났다. 영국, 캐나다를 거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벨은 농아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전기기술을 익히고, 당시 원거리 통신수단으로 정착돼 있던 전보를 개량한 ‘귀로 듣는 전보’를 만들기 위한 발명에 몰두했다. 실험을 거듭하던 벨은 1876년 3월10일 건물 내 전화선을 통해 조수였던 왓슨에게 “미스터 왓슨, 이리로 와보게”라는 말을 전한다. ‘인류 최초의 전화통화’였다. 당시 잘나가던 전보회사에 이 기술의 특허를 사라고 제안했지만 “그런 장난감으로 뭘 하겠느냐”는 말만 들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벨은 전화기술을 상품화하기 위해 ‘벨 전화회사’를 직접 차렸다. 이 회사는 1880년 3월3일 미국전화..

어제의 오늘/ 2월 23일, '지식인의 양심'을 생각한다

1455년 2월23일 독일 마인츠의 인쇄기술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이용한 성경을 출간했다. 이른바 ‘구텐베르크 성경’의 탄생이었다. 한 페이지에 42줄씩 인쇄돼 ‘42줄 성경’(B42)으로 불린 이 책은 유럽에서 처음 만들어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성경’이었다. 이 책의 탄생은 역사를 바꿨다. 교황청, 성직자들이 꼭꼭 닫아놓았던 종교 해석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구텐베르크가 이뤄낸 작은 기술적 발전은 종교개혁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이끌어냈다.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책이 대중화됐고 중세의 암흑시대는 끝났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치며 쏟아진 인쇄물 덕에 대중은 지식이라는 새로운 힘을 얻었다. 1898년 2월23일, 프랑스에서는 유명 작가인 에밀 졸라가 투옥됐다. 군부 내 반유대주의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