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과학, 수학, 의학 등등 101

다윈 이후- 오랜만에 읽은 굴드의 책

다윈 이후 EVER SINCE DARWIN : REFLECTIONS ON NATURAL HISTORY 스티븐 제이 굴드 | 홍욱희,홍동선 공역 | 사이언스북스 굴드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올해가 다윈 탄생 200주년,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인 까닭에 진화론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 덕에 다시 굴드의 책을 사서 읽었으니, 이 책은 ‘다윈의 해를 맞아 내게 온 진화론 책’이 되겠다. 굴드가 사망했을 때 기사를 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년이 흘렀다. 그의 옛 글들을 읽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런 저술가가 일찍 세상을 뜬 것이 서운하다. 굴드에 한동안 빠져 있다가 그 다음 몇 년은 거의 도킨스와 윌슨에 빠져 지냈는데 굳이 어느 한 쪽을 고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도킨스 쪽이 될..

털 없는 원숭이야, 겸손해져라

털 없는 원숭이 The Naked Ape데즈먼드 모리스. 김석희. 문예춘추사 이상하게 모리스하고는 크게 인연이 없었는데, 이 책은 정말 읽었다. 며칠 전 교보문고에 가서 꼼꼼이 책 읽는 동안 나도 뭐 하나 뒤적여봐야겠다, 하다가 어린이도서 근처에 있는 것이 하필 생물학 책이어서 이걸 손에 쥐게 됐다. 워낙 책 읽을 때 밑줄 쫙쫙 쳐가며 지저분하게 읽는지라 역시나 이 책에도 볼펜 줄을 그었다. 그러니 돈을 내는 수밖에. 여러 가지 번역으로 나와 있는데 모두 번역자가 쟁쟁하다(김석희, 김동광, 이충호). 나는 그 중에서 김석희 선생 번역으로 읽었다. 물론 번역은 깔끔했다. 문예춘추사에서 나온 것이어서 편집은 좀 구닥다리 같았지만. 저자는 현생 인류가 원숭이 종류에서 그저 조금 밖에 달라진 게 없다면서, 아마..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ow the Mind Works스티븐 핑커 저. 김한영 역. 소소 이나 처럼, 지적인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책. 진화심리학을 바탕에 깔고 언어학과 심리학, 생물학, 철학 등을 종횡무진하며 인간의 이라는 복잡한 실체를 파헤쳐나간다. 늘 그렇듯 두껍고, 그래픽도 많고, 설명이 구구절절하다. 마음이 왜 생겨났는지, 어디에서 나오는지, 인간의 마음들은 왜 이렇게 요상하게 굴러가는지. 너무나 거창하고 광범위하고 다차원적인 주제라서, 한번에 말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시각/청각 같은 인간의 감각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해 들어가면서, 우리가 추상적으로만 느끼는 마음이란 것도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모듈들의 집합임을 보여준다. 결혼, 사랑, 유머, 분노, 종교 같은 마음의 양..

도도의 노래- 도도가 들려주는 멸종의 노래

도도의 노래 1·2. THE SONG OF THE DODO. 데이비드 쾀멘. 이충호 옮김. 멀리 모리셔스 섬에 살다간 도도라는 새는, 인류에게 “아 내가 이 두 손으로 다른 종(種)을 지구상에서 멸종시켰구나”라는 인식을 최초로 갖게 해준 새로 유명하다. 물론 그 전에도 그 뒤로도 인간이라는 존재로 인해 멸종된 종들은 많았겠지만. 인간 덕분에 살아가는 숱한 종들도 있으니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플러스 & 마이너스 ‘똔똔’이 되면 종 다양성 문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텐데,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요사이 인간들은 멸종을 너무 많이 초래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구 전체로 보면 종의 숫자가 점점 마이너스 되어간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멸종시켜온 종의 리스트는 점점 길어만 간다. 멸종을 쉬운 말로 풀면, ‘다 죽었다’가..

조류독감-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조류독감-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THE MONSTER AT OUR DOOR: THE GLOBAL THREAT OF AVIAN FLU 마이크 데이비스. 정병선 옮김. 돌베개. ‘먹거리 국면’이 곧 들이닥칠 거라는 사실도 모른 채 미국 출장 도중 읽을 책 중 하나로 이걸 골라갔다. 마이크 데이비스의 책은 국내에도 여럿 나와 있지만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재미난 주제를 잘 잡는 것 같다. AI란 것이 지금 유행하는 H5N1 바이러스형 뿐 아니라 여러 종류가 있고 또 역사도 오래됐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 H5N1형이 퍼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정리가 잘 돼있다. 출판사 쪽이 제법 머리가 좋은 모양이다. ‘조류독감’이라고만 하면 안 팔릴 것이라 생각했는지,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이라는 말..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인간 본성에 대하여. ON HUMAN NATURE에드워드 윌슨.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 뇌에는 우리의 윤리적 전제들에 심층적이고도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천적인 감지기와 작동기가 있다. 윤리는 이 근원에서 나와 본능으로 진화했다. 이 생각이 옳다면, 과학은 머지않아 인간 가치의 바로 그러한 기원과 의미를 조사하는 자리에 서게 될 것이고, 그렇게 도출해낸 가치들로부터 모든 윤리적 발언과 다양한 정치적 실천이 흘러나오게 될 것이다.(28쪽) 과학의 과제는 정신의 진화사를 재구성하여, 그 프로그램 속에 짜여져 있는 속박의 치밀성을 측정하여 뇌에서 그것의 원시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그 속박의 중요성을 해석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문화적 진화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논리적 보완책이 될 것이다.감지기와 ..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광우병 정국에 다시 읽는 칼 세이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THE DEMON-HAUNTED WORLD 칼 세이건. 이상헌 옮김. 김영사 세이건의 글은 항상 울림이 있다. 신간 좋아하는 내가 이미 돌아가신 세이건 박사님의 책을 뒤늦게 골라가며 읽으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그런 울림 때문이다. UFO를 신봉하는 사람들, 외계인들에게 납치됐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동향 같은 것은 너무나 미국적인 현상들이어서 크게 다가오지 않았으나(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착각일 뿐이라고 저자도 지적하지만), 꼭 UFO 얘기가 아니더라도 ‘비과학적인 사람들’은 너무너무 많다. 개신교 골수 신자들, 점 보러 다니는 사람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건 그렇다 치자.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과학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해도 해도 정말 너무 비과학적..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옮김. 김영사 아주 속이 후련하다. 나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말을 믿을 수 없고, 이 책에서 도킨스가 한 말들에 대해 무지막지하게 공감한다. 속이 다 시원하네, 정말... 아직도 가톨릭의 그늘;;이 남아있는지라, 신은 없다, 종교라는 것은 환상이다 라고 내놓고 얘기하기가 어쩐지 좀 힘들었다. 주변엔 모두 종교 있는 사람들 뿐인 것도 그렇고... 또 일을 하면서 국제문제를 바라볼 때에도, 종교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는 생각에 되도록 피하곤 했다. 시아 순니, 혹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싸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경제·사회적 진실을 가릴 염려가 있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종교가 ..

스티븐 핑커, '언어본능'

언어본능 THE LANGUAGE INSTINCT. 스티븐 핑커. 김한영 외 옮김. 소소. 스티븐 핑커의 책은 ‘빈 서판’에 이어 두 번째다. 전작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공통점이 있다. 구미를 끌어당기는 제목에 ‘미국의 도킨스’ 같은 냉랭하고 재치 넘치는 어투,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사실은 너무나 학구적이어서 ‘재미있으면서도 지루하다’는 것이다. 지금 책꽂이에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도 꽂아놓고 있는데, 두께로 봤을 때 역시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말 그대로 인간의 ‘언어 본능’에 대한 것이다. 인간은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생물학적 구조를 타고 났고, 그런 점에서 보면 언어는 가히 ‘본능’이다. 이 본능은 또한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형성되고 발전돼온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노..

현대 과학의 6가지 쟁점

현대 과학의 6가지 쟁점 Paradigms Regained존 L. 캐스티. 권기호ㆍ김희봉 옮김. 지식의풍경 서평을 먼저 읽고 책을 사서 보는 일이 통 없는데, 이 책은 100% 알라딘 이네파벨님의 소개글 때문에 사서 봤다. 저자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들어본 바 없지만 들여다보니 김희봉님 번역이네. 저자는 미국 산타페연구소 교수라고 한다. 책은 제목 그대로 6가지 질문들을 던지면서 그에 대한 찬반 양론을 소개한다. 저자가 이미 이 주제들에 대해서 1989년 책 한권을 냈었다고. 2005년 다시 쓰여진 이 책은 전작 이후, 그러니까 1989년에서 2005년까지의 15년 남짓한 기간 동안 과학계에서 발표된 새로운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6가지 쟁점에 대한 찬반을 다시 한번 판가름 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