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를 하는 것은 즐거우면서도 참 막막하다. 낯선 세계, 때로는 낯선 나와의 만남을 누군가에게 생생하게 풀어놓기란 힘든 법이다. 거대한 유적들과 만났던 순간들을 생생히 떠올려 말이나 글로 옮기는 것도 쉽지는 않다. 수천 년 역사의 무게가 던져준 압도감. 그런 감정을 되새겨볼 때 내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바그다드, 그리고 바빌론이다.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7년 전 나는 이라크에 갔었다. 그곳에서 만난 것은 사막, 고상한 이라크 사람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그리고 언제 다시 볼지 모를 바빌론이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 싹텄던 그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이 낫겠다. 외국인들은 흔히 바빌론이라 부르고 이라크인들끼리는 바벨(바벨탑의 그 바벨이다)이라 부르는 사막의 쇠락한 유적.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