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34

[2022 이탈리아] 포로 로마노, 폐허의 감동

이탈리아 여행은 처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전에도 이탈리아 땅을 밟은 적은 있다. 제일 처음 닿았던(이라고밖에는;;) 것은 아마도 2006년. 난민촌 둘러보고 로마에서 비행기 갈아타는 동안 몇 시간이 남아 포로로마노를 봤다. 그때 모처럼 즐거웠고,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유적들은 결국 폐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지금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공간. 일상을 벗어난 공간인 것이다. 그래서 폐허에 가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경건함이 결합된, 시공간을 이동해와 스스로 이물질이 된 것 같은 즐거움이랄까. 시간적 격리와, 일상이 사라져버린 공간의 특별한 느낌이 경외감을 주고 때로는 우리를 압도해버린다. 그런 곳들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좋아진다'라는 말로만은 설명하기 참..

지난 봄, 구례와 남원과 게장 정식

4월 1일. 어느 새 시간이 훌쩍 지나서 계절이 바뀌고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지려는. 느닷없이(?) 구례에 벚꽃 보러 가자며 집을 나섰다. 구례, 하면 또 화엄사 아니겠습니까. 화엄사 각황전. 지금껏 본 절 건물들 가운데 최고였다!!! 한국 절 건물 중에서 드물게 높다. 웅장하다. 각황전 옆 홍매화. 그러고 나서 벚꽃길을 가기는 했는데 날이 좀 추웠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가는 길에 남원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남원 광한루 앞에서 밥을 먹는 것에 대한 모종의 로망;;도 아니고... 암튼 그런 게 좀 있었다. 뭐 별 건 아니고. 30년도 더 전에, 남원 광한루 앞의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대학 때였으니 비싼 식당이었을 리는 없고 아마도 백반집 아니었을까 싶다. 가격은 기억 안 남. 하지만 꽤 쌌다. 그..

[2022 이탈리아] 토스카나, 몬테풀치아노의 꿈같은 풍경

토스카나. 비현실적이었던 며칠. 코르토나에서 몬테풀치아노 가는 길. 달리는 차창 밖 풍경. 몬테풀치아노 외곽, 몬테풀차오 농가 민박. 아그리투리스모 노빌레. 안드레아 아저씨 짱짱짱. 3베드룸 3박에 넷이서 690유로. 올리브 정원 파티오에서 끝내주는 저녁식사. 이런 집을 구한 소연, , 존경존경. 다음날 아침, 농가 마당에서. 숙소 부엌 창문으로 몬테풀치아노가 바로 보인다. 몬테풀치아노 구경. De Ricci 와인동굴 구경. 인심 좋게 많이 줌. 알딸딸~~ 기분 쵝오. 아저씨 어디가셔유 저녁은 주변 피엔자의 레스토랑에서. 노을빛에 물든. 저녁 끝내줌. 가성비가 높으니 즐겁게 엄청 먹게 됨.

[2022 이탈리아] 로마, 세 성당

진빈의 지인이 추천해주신 산타 아녜스 성당. 나보나 광장에 있음. 겉에서 보고 무쟈게 큰줄 알았는데 안은 생각보다 작다. 들어가면 회랑도 날개도 없이 드높은 천정에 가득한 그림. 타이틀롤을 맡으신 아녜스 성녀. 아름다움. 경건함은 쪼옥 뺀, 현란하고 장식적인 교회. 사람의 감각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업시키고 정신 빠지게 만드는. 이 성당이 유명해진건 성당과 분수대가 싸워서라고 함. 보로미니가 성당을 만들고 베르니니가 분수대를 만들었는데, 베르니니가 성당 무시하려고 눈 가리고(저 성당 보기 싫다는) 팔로 받치는(성당 무너질까봐) 조각상을 배치했다고 함.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잘난 베르니니라지만 쫌 넘한거 아님? 진빈의 지인님이 원거리에서 카톡으로 설명해주신 내용. 두번째 성당은 카라바지오 그림이 있는 곳...

[2022 이탈리아] 로마 첫날, 포폴로와 트레비 분수

마냐님, 진빈, 소연과 이탈리아 여행. 6.1~6.30 실제로는 6.2~6.29 터키항공 타고 이스탄불 경유. 이스탄불 신공항 처음 가봤는데 엄청 컸음. 8시간 체류하면서 두 끼를 먹었음. 처음에 먹은 포도잎쌈밥은 새로웠지만 뭐 전체적으로 그냥 그랬고. 두번째 먹은 기름기름 고기고기는 맛있었음. 터키식 커피와 쌀푸딩, 달달이도 괜찮았고. 먹은 이야기는 마냐님 페북글 참고 로마 도착. 공항에서 모두 모여 택시 타고 숙소로. (공항에서 지도 달라고 했는데 인포메이션센터 직원이 아끼고 숨기며 잘 안 줌. 별꼴임.) Via Firendze 25. Notti A Roma. 안쪽 방에 셋이 자고 마루 겸 문간방에서 소연이 자고. 짐 풀고 5시가 다 되어 첫날의 나들이 시작. 숙소 바로 옆에 공화국 광장이 있다. 뭐..

봄, 산책

늘 걷는 길. 늘 예쁘고 오늘도 예쁨. '용한집' 들어오면서 산책길 대로변 코스의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해졌지만. 그래도 공원 들어오면 분위기가 너무나 좋다. 용산가족공원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넘어 오는 길의 연못. 오솔길을 지나 박물관 마당으로. 석탑은 언제나 좋음. 호수와 정자도 좋음. 수국이 핀 걸 보니 여름인가 보다. 몇 분만 걸어 나오면 이런 풍경으로 바뀐다.

[근교 카페] 강화도 조양방직

도통 돌아다니는 일이 없었는데, 일을 그만두면서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진 관계로 요즘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습니다. 2주 연달에 주말에 찾아갔던 곳, 조양방직. 강화도에 가본 것이 30년만입니다. 그때 나름 (인터넷 시절도 아니었는데) '맛집'이라고 찾아갔던 식당이 있었어요. 인터넷 검색해보니 너무 유명해져서 서비스와 음식이 나빠졌다고 해서 패스. 그 대신에 '대청마루'라는 솥밥집을 갔는데 매우 만족. 이제 어디 가볼까, 하다가 들른 곳이 조양방직입니다. 조양방직은 1937년 홍재용, 홍재묵 형제가 설립한 방직공장이다. 설립 당시 125,000원(현시가 60억 원 내외)의 자본금으로 시작하였으며 700여 평의 2층 건물과 50여대의 직조기를 갖추고 인견과 마직물 염색을 주로 하였다. ... 홍씨 집안이 ..

광화문의 아랍 건축, 그리고 오만 이야기

서울 광화문, 한글길을 살짝 올라가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아랍풍 건물이 보입니다. 주한 오만대사관입니다. 아마 지나치는 분들 모두 한번씩 고개를 돌려 쳐다봤을 겁니다. 건물이 정말 이쁘거든요. 이국적인 모양새 때문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다'고 늘 생각했는데, 며칠 전 기회가 왔습니다! 이란 전문가인 구기연 박사님 덕분에 중앙일보 채인택 선배, 한겨레 조일준 기자와 함께 오만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이분들과 친하게 지내면 즐거운 일이 좀 생깁니다 ㅎㅎ).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히 문. 아랍/이슬람 건축에서 가장 예쁜 것은, 아니 어느 곳의 건축을 찾아가도 가장 마음에 담기는 것이 제 경우에는 문이더라고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하로 내려가 대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실내도 이쁘죠? 넓지 않..

보스턴다이내믹스, 이날치,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는 로봇 매니아들에겐 도요타만큼이나 유명한 회사다. 1992년 매서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자들이 만든 팀에서 출발했고, 소프트뱅크 그룹이 지분을 갖고 있다가 2020년 12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했다. 한때는 미국 산업혁명의 중심지였고 이어 미국 노동운동의 중심이 됐던 매서추세츠주 월댐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뛰고 달리고 던지고 잡고, 심지어 사람들에게 얻어 맞고 춤추는 로봇들이다. 예를 들면 스팟(SPOT)은 개 모양의 로봇인데 사방을 돌아다니며 ‘보고’ 움직인다. 핸들(HANDLE)은 두 바퀴 유모차에 긴 팔 하나가 달린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창고에서 무거운 상자를 나르고 쌓는 작업을 꽤 부드럽게 할 수 있다.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