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99

'에이즈 엄마' 글레이저의 호소

엘리자베스 글레이저(Elizabeth Glaser. 1947-1994)는 1970년대 인기 TV 시리즈 로 유명한 배우 겸 감독 폴 마이클 글레이저(Paul Michael Glaser)의 부인입니다. 글레이저는 1981년 딸 애리얼을 낳다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인간면역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피를 수혈 받았습니다. 당시는 에이즈라는 질병이 세상이 알려지지도 않은 때였습니다. 그래서 수혈용 혈액의 HIV 감염 여부에 대한 조사 같은 절차가 없었습니다. 글레이저가 병에 걸렸다고 진단 받았을 때는 이미 딸 애리얼에게까지 모유를 통해 병이 옮겨간 상태였습니다. 아들 제이크도 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이 신종 질병의 비밀을 서서히 풀어가는 동안 연방정부가 연구 등 지원을 한 것은 최소..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나일등 옮김. 후마니타스. 지난해 말부터 이것저것 일처리할 것들이 많아...라고 핑계를 대기엔, 이 책을 좀 오래 붙잡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 일본 왔다갔다 할 때부터 손에 들고 다녔고, 서울 집에서는 바닥에 굴려두고 틈날 때마다 읽는다고 읽었는데... 548쪽에 이르는 얇지 않은 책이라 쳐도, 몇달에 걸쳐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미국 저술가들의 '저널리스틱한 글쓰기'와는 좀 다르다. 앨런 와이즈먼 같은 재미는 없지만, 좀 중구난방이기는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천착한다는 느낌이랄까. 책에는 미국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오만가지 '가난하게 되어버린 이유'들이 백과사전처럼 펼쳐진다. 진보-보수(민주-공화)의 진영논리를 떠나 가난에..

딸기네 책방 2012.03.01

진주만 공습

1941년 11월 26일, 전함 33대와 보조선 등을 거느린 일본 함대가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 五十六. 1884-1943. 이름 참 특이하지요;;) 장군의 지휘 아래 비밀리에 태평양으로 출항, 6500킬로미터 떨어진 하와이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야마모토(아래 사진)는 일본 제국해군학교와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2차 대전 때 해군 연합함대 총사령관으로 복무했습니다. 태평양 전쟁에 맞춰 해군 조직을 바꾸고 진주만 공격과 미드웨이 해전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12월 7일 아침 일본군이 하와이의 진주만(Pearl Harbor)을 기습 공격하기 직전까지도 미국은 워싱턴 주재 일본 대사를 불러 교착상태를 외교적으로 풀어보겠다며 협상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일본군은 하와이 북쪽 400킬로미터 지점에 항공모함 6척을..

아이젠하워와 '군산복합체'

“현재의 우리 군사조직은 내 전임자들 시절의 조직과 전혀 다를 뿐 아니라, 2차 대전이나 한국전쟁 때 참전했던 이들이 알고 있는 것과도 다릅니다. 최근까지 미국에는 군수산업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평시엔 보습을 만들다가 필요한 때가 되면 칼을 만드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임시변통으로 국방의 위기를 해결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방대한 규모의 상시적인 군수산업을 창출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 더해 350만 명의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국방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연간 군사안보에 쓰는 돈은 미국 기업들의 순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습니다. 방대한 군사체계와 방대한 군수산업의 결합이라는 것은 미국에게는 새로운 경험입니다. 그 전체적인 영향력, 경제적·정치적 그리고 심지어 ..

미국은 여전히 독재자들 편

튀니지의 지네 벤 알리,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지금은 쫓겨났지만 과거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독재권력을 휘두르던 사람들이죠. 얼마전 사망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도 미국과 겉으로는 앙숙이었지만 물밑에서 거래하던 인물이었고요.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미국의 대테러전에 협력하면서 미국의 경제원조와 군사적 지원을 받았는데요. 미국이 입으로는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척하지만 뒤에서 독재정권을 지원해준 예는 너무나 많습니다. 심지어 ‘아랍의 봄’으로 중동·북아프리카 군사독재정권들이 타격을 입은 뒤에도 미국은 여전히 여러 곳에서 독재자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잡지 포린폴리시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8곳의 독재정권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America's Unsavory Al..

월가를 점령하라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스트리트에서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된 시위가 3주째를 맞으면서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초 이 시위는 애드버스트 등의 몇몇 소규모 시민단체들 주도 아래 지난달 17일 시작됐습니다. 월가의 탐욕스런 자본주의가 서민들, 특히 청년층을 생존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습니다. 당국의 강경진압 때문에 며칠 못 가 시위대는 몇백명 선으로 줄었고, 곧 사그라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주최측은 맨해튼에 2만명을 모으겠다고 처음에 밝혔는데, 한번에 모이는 시위대 규모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장기간 계속되면서 연 참가인원이 늘고 있고, 또 유명인들이 가세하면서 파급효과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월가를 점령하라 http://occupywa..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뽑은 '2011 최고의 가을 여행지 10곳'

가을이로군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늦여름 기분이었는데, 어제오늘 훌쩍 가을이 다가왔네요. 추석은 추석인 걸까요. 음력 절기가 정말 절묘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을이 되니 여행 떠나고픈 마음도 들고요. 뭐니뭐니해도 가을 단풍여행이 최고죠! 사시사철 휴가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게 직장인의 현실. 하지만 꿈을 꾸고 상상하는 것은 자유! 늘 그러듯, 이번에도 웹으로 세상구경을 하면서 armchair travel에 들어갑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린 [Best Fall Trips 2011] 따라서 여행을 떠나봅니다. 첫손 꼽힌 곳은 스위스의 라보 포도밭길 Lavaux Vineyard Terraces 제네바 호수의 북쪽 호안 낮은 산지에 담요처럼 펼쳐진 포도밭. 베네딕토 수도회와 시토 수도회의 수사들이 ..

대통령과 급식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채식주의자가 됐답니다. 올해 65세인 클린턴이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유제품과 계란 같은 동물성 식품들까지 모두 금하는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이 됐다고 CNN 방송이 18일 보도했습니다. 클린턴, 엄격한 채식으로 9㎏ 살 뺐다 이유는 건강 때문입니다. 클린턴은 두 번이나 심장수술을 받았습니다. 58세인 2004년 협심증으로 첫번째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두 번째 심장수술을 받았습니다. 상태가 한때 심각했던 모양입니다. 클린턴 전대통령은 CNN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2004년 첫 수술 받을 당시, 심혈관계 질환으로 숨지지 않은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두번째 수술 뒤에는 “내가 러시안 룰렛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목숨을 도박에..

리얼리티쇼 출연자 자살... 계속되는 불행

미국 리얼리티 쇼 출연자가 자살을 했네요. 발단은 이랬습니다. 미국 케이블TV 채널인 '브라보TV'의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베벌리 힐스의 주부들(Real Housewives of Beverly Hills)’에 나왔던 출연자 부부가 최근 이혼 소송에 들어갔습니다. 테일러 암스트롱이라는 출연여성이 남편으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이혼 소송을 낸 겁니다. 그러자 올해 47세인 남편 러셀 암스트롱이 지난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숨지기 전 남편은 리얼리티쇼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타블로이드 신문들의 공격감이 돼왔고, 이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숨진 남편의 변호사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리얼리티쇼에 폭로된 사생활, 그로 인한 타블로이드 언론들의 ..

게이츠 미 국방 퇴임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 임명돼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뒤에까지 4년 반동안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끌었던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30일 퇴임합니다. 게이츠 장관은 29일 국방장관으로서 미군 병사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내일 국방장관직에서 퇴임합니다. 4년 반 동안 여러분을 이끌었던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게이츠 장관은 “남은 인생 동안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장병들을 위로했습니다. 게이츠 장관 입장에서는 큰 짐을 내려놓는 것이 되겠군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게이츠 장관은 두 곳에서의 전선에 병사들을 파병해야 했던 부담감에 대해서 가감없이 털어놨습니다. “파병이 오랫동안 거듭됐던 것을 비롯해,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을 잃는 비통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