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63

무지개를 빙자한, 양심불량 독일여행기

일단, 내용과 전혀 상관 없이,독일 월드컵 한국팀 대 토고 팀의 동반 결승 진출을 염원하며무지개 한 장 깔고.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무려 아우토반에서 나를 반긴 무지개.(쟤가 눈치가 좀 있네) 지난해 말, 나는 독일에 무엇을 하러 갔던가.축구장을 보기 위해 갔었다... 축구를 보기 위해 간 것이라면 오죽 좋았으랴마는. 내년 6월13일 한국 대표팀이 아프리카 토고와 첫 월드컵 본선 경기를 갖게 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코메르츠방크 아레나를 찾았다. 때는 12월9일. 새로 지어지기 전 원래 이름은 발트슈타디온, `숲의 경기장(Wald Stadion)'이라는 그 말처럼 한적한 숲 속에 거대한 축구장이 쌀쌀한 날씨 속에서 월드컵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밤에 이런 곳에 가서 쌩쑈 하는 것 ..

[케냐]마사이족 마을에서

어릴 적 보았던 소년잡지의 동물만화에는 마사이족이 곧잘 등장했다. 특유의 유선형 날이 달린 긴 창을 휘어잡고 사자를 좇는 마사이족은 야성의 상징이다. 케냐의 동서 고원을 가르고 있는 거대한 협곡은 마사이족의 땅이다. 개발의 길을 택한 다른 부족들이 나이로비와 뭄바사 같은 대도시에서 번잡한 현대인의 생활에 적응한 반면 마사이족들은 여전히 광활한 구릉과 협곡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케냐 남쪽 탄자니아 접경지대 암보셀리의 마사이 마을을 찾아갔다. 이 마을에는 182명이 살고 있는데 모두 4개 집안 사람들이다. 소, 양, 염소, 당나귀 따위를 키우고 세공품을 관광객들에게 팔고 집 구경을 시켜주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마사이의 소들은 건조기후에 적응해, 신기하게도 낙타처럼 등에 혹이 달렸다. 건기와 우기, ..

[케냐]마사이마라 '사파리' 여행

케냐 수도 나이로비를 떠나 마사이마라(Masai Mara)로 가는 길. 매연으로 가득찬 나이로비를 뒤로 하고 자동차로 1시간여를 달리니 고원이 끝나면서 광대한 계곡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인잔처럼 하늘을 향해 손가락들을 벌린 유포비아(선인장 종류)와 가시 돋친 아카시아 숲을 지나 절벽같은 내리막을 달려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대협곡)에 이르렀다. 나이로비의 고원을 내려와 협곡이 시작되는 지역, 마이마휴 마을을 지나니 먼지가 폴폴 날리는 마른 초원 가운데에 위성 수신기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우와아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 케냐의 경제개발을 상징하는 협곡의 위성기지를 지나자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마사이 마을들이 눈에 들어왔다. 흙집 중에서 그래도 네모지게 각이 나온 것은 `새 집(modern house)'..

[케냐]초원 풍경

나이로비에서 마사이마라 가는 길이었던가. 안녕, 나무야. 나이로비에서 암보셀리 가는 길, 당나귀.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선 당나귀 볼 일이 참 많아요. 낙타 볼 일도 많고요. 아시아나 다른 지역도 그런가요? 흰개미집이랍니다. 저런 것들이 길가에 숱하게 솟아있어요. 숯을 파는 노점상. 아직도 전기나 가스가 없어 밥 지을 땐 숯을 많이 쓴대요. 꼭 '미개해서'는 아닌 것이, 난방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침저녁 쌀쌀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전국적인 도시가스망 같은 것이 필요가 없는 거지요. 아프리카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전화방'입니다. 모두가 전화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런 유료 전화방들이 있어요. 독일에서도 저런 (저것보다는 훨씬 좋은;;) 전화방들 많이 봤는데 우리처럼 '휴대전화 문화'가 아주 퍼..

아프리카, 말하기 힘든 여행에 대한 재미없는 시작

아프리카를 운 좋게 세번이나 다녀오게 됐다. 이집트(북아프리카)를 빼고도 다섯 나라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 사실 아프리카 갔다왔다고 말하려면 이 두 나라는 가봐야 하는데(그 전에 내가 가봤던 토고, 시에라리온 이런 나라들로는 '명함'을 내밀기가 힘들다;;) 기회가 생겼으니 얼씨구나 좋아라 했다. 이번 출장은 회사에서 벌어진 자잘한 에피소드?들 때문에 기분이 좀 언짢은 부분도 있었고, 다녀와서도 개운치가 못하다. 하지만 출장 아닌 '여행'으로 생각하고 보면 '감격 100%의 여행'이었다. 다만 그것을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초원의 사파리, 마른 호수 바닥을 달리는 기분, 회오리 기둥과 신기루, 사자의 사냥, 레이저빔처럼 나를 쏘아버린 은하수, 희망봉의 평원에서 바람을 맞..

[케냐]초원에서 은하수를 보다

구릉과 자갈길, 덤불숲 사이를 한없이 달리는 것만 같았다. 일본제 사파리 차량은 덜컹거리면서도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와 접한 암보셀리까지 이어지는 험한 길을 다섯 시간 동안 잘도 달렸다. 탄자니아로 넘어가는 국경마을 나망가에 잠시 멈춰 섰더니 마사이족 할머니가 조악한 팔찌 3개를 들고 와 강매 아닌 강매를 한다. 주름살이 깊이 팬 꼬부랑 할머니는 한국에서나 아프리카에서나, 얼굴색만 다를 뿐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망가를 지나 다시 한 시간, 덤불 사이 기린과 쿠두(영양의 일종)가 고개를 내밀더니 갑자기 관목 숲이 사라지고 새하얀 너른 땅이 보였다. 들소의 한 종류인 누와 얼룩말이 풀을 찾아다니는 그 곳은, `동물의 왕국'에서 보던 아프리카의 초원과는 사뭇 달랐다.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저 ..

남아프리카 공화국- 포장은 괜찮은 책

Curious Global Culture Guide 44. 남아프리카 공화국 디 리식 (지은이) | 이은주 (옮긴이) | 휘슬러 | 2005-10-30 큐리어스 시리즈의 장점이라면 첫째 다른 여행서 시리즈에는 없는 나라·지역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 둘째 쓸데없이 두껍지 않고 모양이 예쁘다는 것. 단점이라고 한다면, 아직 다른 지역에 대한 것들은 별로 읽어보지 못했으니 이 책에 한정지어 말하자면, 밀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책은 남아공을 이해하는데 절반 정도 도움 되고, 남아공을 여행하는 데에는 다시 그 절반 정도만 도움이 된다. 역사에 대한 설명은 좀더 충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남아공에 이주하거나 최소한 몇 년 살러 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남아공 사람들하고 같이 살려면 이러저러해야 해요..

딸기네 책방 2006.09.15

생생 꼼꼼한 푸켓 여름휴가 (2)

세째날 8월7일 오전에 수영하고, 아일링네 엄마가 꼼꼼 봐주는 동안 잠시 거센 바다에서 파도타기. 점심 때엔 차타고 푸켓타운(여기가 시내라고 하길래)에 나가 메트로폴호텔 점심뷔페식당에 갔다. 세 식구 318바트에 뷔페식사가 가능하다니 *.* 꼼꼼이는 코코넛빵을 맛있게 먹었다. 여기가 푸켓 타운 중심가... 시계탑이 있다더니, 정말 시계탑 뿐이었다. 왼쪽에 있는 건물이 메트로폴 호텔이다. 냠냠. 뚝뚝이를 잡아타고 왓찰롱 사원으로. 오래된 것 같지는 않고 새 절 냄새가 폴폴나는데 어쨌든 멋있었다. 뚝뚝이 아저씨의 친절한 안내;;로 쇼핑몰까지 들렀다가 예정에 없던 코끼리 트레킹을 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왔다. 바에서 아지님은 맥주를, 나와 꼼꼼이는 펀치를 마셨는데 객실에 가서 저녁도 안 먹고 그냥 잠이 들어..

생생 꼼꼼한 푸켓 여름휴가 (1)

일단 사진부터 한 장~ 우리가 묵은 리조트랍니다. 땅투기에 주식투자 등등으로 바쁘다보니 캐쉬플로어가 메마른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거액을 들여 올여름 휴가는 태국으로 다녀왔다. 정확히 하면 '태국'이라기보다 '푸켓'으로 해야겠다. 푸켓은 태국 어느 구석에 있는 섬이다. 태국에서 가장 큰 섬이라고 하지만 면적이 제주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니, 푸켓을 보고나서 태국을 보고 왔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가기 전에 여행.레저를 오래 담당해온 선배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그 선배는 지금껏 여러 여행지를 다녀봤지만 자기는 진심으로 푸켓이 가장 훌륭한 관광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가격 대비 만족도, 다양한 놀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볼거리 등등 종합해볼 때 그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 선배는 상대적 만족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