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73

200여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오리 전사들의 미라

해외 ‘약탈 문화재’를 되돌려주는 데에 극히 인색했던 프랑스가 뉴질랜드 마오리족 전사들의 미라를 반환하기로 마침내 결정했습니다. 200년 넘게 머나먼 대륙을 떠돌던 미라들은 드디어 고향으로 되돌아가게 됐습니다. AFP통신, BBC방송 등은 프랑스 하원이 4일 마오리 전사들의 머리로 만든 미라들을 뉴질랜드로 반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채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원은 이날 법안을 표결에 붙여 찬성 437, 반대 8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프랑스가 특정 소장품목 전체에 대해 반환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요. 의회 입법으로 이어진 것도 최초랍니다. ‘토이모코’라 불리는 마오리족 전사들의 머리 미라는 18~19세기 뉴질랜드를 약탈한 영국·프랑스 등 서양 ‘탐험가’들의 주요 거래품목이었습..

미 동성애자 권리운동 상징 된 한국계 장교

“왜 묻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하는가. 우리에겐 정체성을 밝힐 자유가 있다.” 18일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 150여명이 모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군 내 동성애자 차별을 없애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며 시위를 벌였다. 오바마가 국방부의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는 오랜 동성애자 금언 정책을 폐기하도록 하겠다고 해놓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에 항의하러 나선 것이다.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혔다는 이유 만으로 강제퇴역 처분을 받게 된 동성애자 전역병 2명은 백악관 울타리에 자신들 몸을 사슬로 감고 구호를 외치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된 이들 중 한 명은 한국계 이민2세로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장교였던 대니얼 최(29·사진)였다..

젠더사이드, '사라지는 여성들'

얼마전 ‘세계 여성의 날’(매년 3월8일)을 앞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젠더사이드’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지 100년이 다 되어가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라져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더이상 ‘여성의 날’이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는 여론이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여성들은 정치적·사회적·문화적 권리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생존권, 이 세상에 ‘존재할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이 ‘젠더사이드’라는 현상입니다. 젠더사이드(gendercide)란 성별에 따른 대량살상을 인종말살(제노사이드·genocide)에 빗댄 용어입니다. 1985년 미국 여성작가 메리 앤 워런의 라는 저서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전쟁 시에 ..

재로 변한 여공들의 꿈

방글라데시의 봉제공장에 불이 나 20여명이 숨졌다. 벌집 같은 공장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 저임금으로 일해온 ‘여공들의 꿈’도 화재와 함께 재로 변했다. 방글라데시 데일리스타는 수도 다카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진 가지푸르 시 외곽의 의류공장에서 불이 나 여공 15명 등 21명이 숨졌으며 50여명이 다쳤다고 25일 보도했다. 화재가 일어난 곳은 스웨터를 주로 만드는 ‘가리브&가리브’라는 의류회사 공장으로, 24일 밤 9시 10분 쯤 공장건물 1층에 불이 나면서 2시간 넘게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다. 7층 건물의 1층에서 불이 바람에 위층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희생자들 대부분은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 숨진 여성노동자들 중 대여섯 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나 아직 현장 수습도..

다르푸르에 평화가 올까요

21세기 최악의 인종말살 분쟁지역인 다르푸르에 평화가 올까요. 수단 정부가 다르푸르 최대 반군조직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기본협정에 서명했습니다. 다음달 중에는 공식 평화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협정이 말 뿐인 약속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국제사회의 더욱 긴밀한 협력과 감시가 필요하겠지요. 기아 선상에 허덕이는 수백만 난민들의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반군-수단 정부 협정 체결 다르푸르 최대 반군 조직인 정의평등운동(JEM)의 아흐메드 후세인 대변인은 20일 AFP통신 등 외신들에 “차드 수도 은자메나에서 수단 정부 측과 즉각적인 휴전 등을 담은 기본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후세인은 JEM 지도자 할릴 이브라힘이 휘하 부대들에 무력행위를 ..

'케미컬 알리' 처형 계기로 본 사담 잔당들의 말로

이라크 쿠르드족 대량학살을 주도한 사담 후세인의 측근 알리 하산 알 마지드(66)가 얼마전 처형됐다. 화학무기를 사용, 쿠르드족을 학살했다 해서 서방측으로부터 ‘케미컬 알리’라는 별명으로 불린 인물이다. 케미컬 알리의 처형으로, 후세인 정권의 핵심인물들은 거의 제거된 셈이 됐다. 쿠르드·시아파 학살 ‘케미컬 알리’ 처형 이라크 정부는 알리가 지난 17일 처형됐다고 발표했다. 알리는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 태생으로, 후세인과 동향에 사촌이다. 후세인의 오른팔이 되어 쿠르드족과 시아파 등 반대세력 탄압에 앞장섰다. 그에게 ‘케미컬 알리’라는 악명을 안겨준 것은 1988년의 할라브자 학살사건이다. 후세인 정권은 80년대 후반 이란과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쿠르드족에게 이란과의 내통죄를 뒤집어씌워 대량학살..

가자로 가는 험한 길

“드디어 국경을 넘었다.비바 팔레스티나(팔레스타인 만세)!” 가자(Gaza)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영국과 터키 등 세계 17개국에서 온 자원활동가와 구호요원들이 지난해 12월초 영국을 출발, 약 200대의 트럭에 짐을 싣고 홍해에 면한 아카바 항에 도착한 것은 크리스마스가 되어서였다. 트럭에는 의약품과 식품 등, 봉쇄 속에 굶주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긴급구호품이 실려있었다. 하지만 침공 1년이 지나도록 철통 봉쇄를 하면서 ‘가자 고사작전’에 들어간 이스라엘과, 이스라엘·미국 눈치를 보는 이집트는 빗장을 닫아걸고 트럭들의 발을 묶었다. 가자에서 정부 역할을 하는 무장정치조직 하마스를 몰아내기 위해 100만명 가자 주민 모두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북쪽과 동쪽은..

미 '테러국 출신 입국자' 조사에 비판 봇물

미국이 14개 ‘요주의국가’ 출신 입국자들에 대해 몸수색 등 ‘전수조사’를 하기로 한데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국들은 “모든 국민을 테러용의자로 모은 짓”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정치적으로 선택된’ 특정국가들을 노린 차별조치라는 비난도 나왔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침해 소지와 차별성을 지적했고, 테러전문가들은 효과를 문제삼았다. 미 수송안전국(TSA)과 국무부가 나이지리아, 예멘 등 14개국 출신 입국자들에 대해 몸수색 등 검색을 강화하기로 한 4일 뉴욕의 JFK 국제공항에서는 달라진 항공안전규정 때문에 출입국이 지체되고 혼란이 벌어졌다. 나이지리아 출신 여성 킹슬리 우데(32)는 “보안요원들이 빗으로 빗듯 몸을 훑었다”고 말했고, 카타르 출신 여성 여행객들은 가슴까지 훑는 조사에 당혹스러워했다고..

이란, 에바디 노벨상 메달 압수

이란 정부가 여성 인권운동가로서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의 평화상 메달을 압수해갔다. 에바디는 지난 6월 대선 부정선거 파동 뒤 세계를 돌면서 이란 민주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메달 압수는 반체제 운동을 벌여온 에바디에 대한 압력인 동시에, 인권·민주주의 탄압을 비판해온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로 보인다. FILE - In this Thursday July 9, 2009 file photo, Iranian Nobel Peace laureate Shirin Ebadi, center, gestures with youths wearing T-shirts with 'Peace' written on the front, as she visits the Scampia district, in ..

대테러전 '뒤처리' 떠맡은 오바마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래 지난 8년여 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지구상 곳곳에서 수많은 이들을 잡아 가뒀다.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와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기지 수용소 등에 미국이 잡아들인 ‘테러용의자’들이 갇혀 있다. 법적 근거도 없이, 재판도 없이 몇년째 갇혀있는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버락 오바마 정부는 고민에 빠져있다. 한쪽에서는 정당한 법절차에 따라 재판하거나 석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또다른 쪽에서는 “테러범을 미국으로 데려와도 안되고 풀어줘서도 안된다”는 주장을 고집한다. 대테러전 뒤처리를 둘러싸고 미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아프간 주둔 미군이 카불 근처 바그람 공군기지에 새로 세운 테러용의자 수용소를 15일 언론에 공개했다.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