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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로지카- 생태학적 사회주의

에콜로지카 : 정치적 생태주의, 붕괴 직전에 이른 자본주의의 출구를 찾아서앙드레 고르 저/정혜용 역 | 생각의나무 | 원서 : Ecologica 프랑스 사람들의 책은 내 취향이 아니야, 하다가도 이렇게 반짝반짝하는 책을 만나면 ‘이게 그들의 힘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앙드레 고르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스위스 로잔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언론인으로 일했던 사람이다. “를 거쳐 를 창간하고 유럽 신좌파 이론가로 활동하며 68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저자 소개에 나와 있는데, 그 명성대로다. 더 이상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금융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돈이 돈을 낳고 그 돈이 돈을 먹는 헛구르기만 계속하는,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 파괴와 낭비만 남은 자본주의의..

딸기네 책방 2009.04.07

다윈 이후- 오랜만에 읽은 굴드의 책

다윈 이후 EVER SINCE DARWIN : REFLECTIONS ON NATURAL HISTORY 스티븐 제이 굴드 | 홍욱희,홍동선 공역 | 사이언스북스 굴드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올해가 다윈 탄생 200주년,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인 까닭에 진화론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 덕에 다시 굴드의 책을 사서 읽었으니, 이 책은 ‘다윈의 해를 맞아 내게 온 진화론 책’이 되겠다. 굴드가 사망했을 때 기사를 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년이 흘렀다. 그의 옛 글들을 읽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런 저술가가 일찍 세상을 뜬 것이 서운하다. 굴드에 한동안 빠져 있다가 그 다음 몇 년은 거의 도킨스와 윌슨에 빠져 지냈는데 굳이 어느 한 쪽을 고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도킨스 쪽이 될..

'이겨야 하는' 민족주의와 식민주의의 두 얼굴

민족주의와 '자본의 식민지' 글 김재중·사진 정지윤기자 ㆍ방한한 日 진보학자 니시카와 나가오 ㆍ야구 한·일전은 민족주의·상호이해 키워 ㆍEU는 내부격차 있지만 바람직한 공동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세계피겨선수권대회 등 최근 한국과 일본이 대결한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온국민의 관심과 응원 아래 치러졌다. 경기가 열리는 동안 사람들은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흥분했다. 인터넷은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비방으로 홍수를 이루며 공격적 민족주의의 맨얼굴을 드러냈다. 니시카와 나가오(西川長夫·75)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명예교수(국제관계학)는 근대 국민국가와 민족주의, 식민주의를 준열하게 비판해온 진보적 학자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초청으로 석학강좌를 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지난 30일 만났다...

로버트 라이시 '슈퍼자본주의'- '민주적인 자본주의'는 가능하다

슈퍼자본주의 Supercapitalism: The Transformation of Business, Democracy, and Everyday Life 로버트 B. 라이시 저/형선호 역 | 김영사 주주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를 넘어 라이시는 1970년대의 자본주의를 ‘슈퍼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이 자본주의에 ‘슈퍼’라는 형용사가 붙는 것은,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침공해 들어가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모든 국면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우리들은 거기 공모해서 시민으로서의 존재의식을 잊고 소비자·투자자로서의 권리만 중시하게 되었다. 우리의 공모 속에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가치는 퇴색했다. 정치는 로비에 물들어 슈퍼자본주의에 결탁했다. 이 과정은 레이건 때문에, 대처 때문에, 신자유주의 때문에, 냉전..

딸기네 책방 2009.03.23

기후변화와 국제정치- 한권에 보려면 <코드 그린>

코드 그린 :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Hot, Flat, and Crowded토머스 L. 프리드먼 저/이영민,최정임 역 | 21세기북스 유행이라고 해서 또 꾸역꾸역 읽었다. 이 책에 나온 기후변화/에너지에 대한 것들은 대개 어딘가에 나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이 이슈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정책이나 국제정세(특히 프리드먼의 강점인 중동 정세에 대한 지식)와 연결지어서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있어 보이게’ 썼기 때문에, 이왕이면 유명한 사람이 쓴 책을 보고 어디 가서 아는 척 좀 하고 싶은 독자에게라면 괜찮을 듯. 중동 문제에서 세계화로, 그리고 다시 기후변화 시대의 에너지 전략으로 갈아타는 걸 보면 프리드먼이 저술가로서 능력이 있기는 하다...

딸기네 책방 2009.03.22

어제의 오늘/ 2월 23일, '지식인의 양심'을 생각한다

1455년 2월23일 독일 마인츠의 인쇄기술자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이용한 성경을 출간했다. 이른바 ‘구텐베르크 성경’의 탄생이었다. 한 페이지에 42줄씩 인쇄돼 ‘42줄 성경’(B42)으로 불린 이 책은 유럽에서 처음 만들어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성경’이었다. 이 책의 탄생은 역사를 바꿨다. 교황청, 성직자들이 꼭꼭 닫아놓았던 종교 해석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구텐베르크가 이뤄낸 작은 기술적 발전은 종교개혁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이끌어냈다.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책이 대중화됐고 중세의 암흑시대는 끝났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치며 쏟아진 인쇄물 덕에 대중은 지식이라는 새로운 힘을 얻었다. 1898년 2월23일, 프랑스에서는 유명 작가인 에밀 졸라가 투옥됐다. 군부 내 반유대주의 때문에 ..

조반니 아리기 '장기 20세기' - 자본주의의 역사를 다룬 역작

장기 20세기 : 화폐, 권력, 그리고 우리 시대의 기원 The Long Twentieth Century : Money, Power, And the Origins of Our Times 조반니 아리기 저/백승욱 역 | 그린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세계체제를 다룬 책들은 어쩐지 구미에 맞는달까. 이 책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재미있다고 하면 뜨악한 눈으로 보는 친구들도 많지만, 아무튼 이 책은 재미있다. "화폐, 권력, 그리고 우리 시대의 기원"- 이런 부제가 달려있는 책인데 재미없을 리 있나. 재닛 아부-루고드의 과 안드레 군더프랑크의 등을 이미 읽은 탓인지 논리 구조도 낯설지 않아 어렵잖게 책장을 넘겼다. 이 기나긴 책의 내용에 대한 학문적 평가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내가 그 이상을..

딸기네 책방 2009.02.12

뉴 레프트 리뷰

...가 한글로 나왔네. 낯익은 어느 분이 편집위원으로 계시네. :) 목차를 보면... 역시나 필진은 쟁쟁하다 한국어판 서문 ― 타리크 알리 5 편집자 서문 ― 백승욱 12 제1부 세계정세의 현황 1. 21세기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 페리 앤더슨 25 2. 세계 경제위기의 신호탄, 서브프라임 위기 ― 로빈 블랙번 68 3. 신자유주의에 포섭된 로크적 유럽? ― 키스 반 데어 페일 129 4. 미국에 종속된 역사 속의 유엔 ― 피터 고언 166 5. 세계경제의 남반구 목조르기 ― 로버트 웨이드 206 제2부 각 지역의 쟁점들 6. 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후 중동 정세 ― 타리크 알리 225 7. 탈정치화된 정치, 동에서 서로 ― 왕후이 245 8. 두바이의 공포와 돈 ― 마이크 데이비스 266 9. 실험되..

딸기네 책방 2009.02.03

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공저 | 김승진,홍은택 공역 | 윌북(willbook) | 원서 : Hungry Planet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질문이다. 이 물음에 한마디로 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인들은 참 여러 가지 음식을, 참 여러 가지 방법으로들 먹고 있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먹거리가 있는가 하면 글로벌하게 인기를 끄는 먹거리들도 있다. 문화에 따라 차이가 나는, 기호가 크게 엇갈리는 음식이 있는가하면 ‘먹거리 문화의 보편성’이라는 것도 무시 못 한다. 피터와 페이스 부부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미주 등 세계 24개국 30가정을 방문해 그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가’를 살핀다..

딸기네 책방 2009.01.28

암흑의 핵심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 조셉 콘래드. 이상옥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그 말뚝 위에 놓인 얼굴들이 집 쪽을 향하고 있지 않았던들 더 충격적인 인상을 주었을 거야. 그 중의 하나만이 내 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건 내가 처음 분간해 낸 것이었어. 나는 자네들이 지금 생각하는 것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았어. 내가 머리를 뒤로 젖힌 것도 실은 놀람의 동작에 불과했던 거야. 나는 애당초 거기서 나무로 다듬은 덩어리를 보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던 거야. 나는 처음 보았던 그 얼굴 쪽으로 일부러 망원경을 되돌려보았어. 그 말뚝 위의 검은 얼굴은 눈을 감은 채 말라서 오그라들었고 마치 그 기둥 꼭대기에서 잠이 든 머리처럼 보였지. 그리고 입술은 말라서 줄어든 채 하얀 이빨을 좁게 드러내며 ..

딸기네 책방 200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