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95

아내가 결혼했다- 나를 위한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지은이) | 문이당 | 2006-03-15 이건 딱 나를 위한 책이네, 이러면서 증말 잼나게 봤다. 이 소설 이야기는 진작에 들었고, 심지어 어떤 이는 “딱 너를 위한 책”이라며 내게 권해주기도 했었다. 문학성 작품성 기타등등 무슨무슨 평가기준 막론하고, 암튼 이 책이 적어도 어떤 부분에선 ‘나를 위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 축구 말이다. 이 책에는 나처럼 한때 유럽축구에 버닝했던, 혹은 지금도 열광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깔려있다.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결승 골을 넣고 울음을 터뜨렸다는 경애하는 바티님의 전설에 감동하지 않을 자 누가 있으리. 어떤 이는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그린다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보다 FC 바르셀로나 때문에 바르셀로나를 동경..

딸기네 책방 2006.11.14

마이너리티의 반란, 'VIVA 월드컵'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되지 않은 작은 나라들과 부족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월드컵을 개최한다. 영국 BBC방송은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남부 이에레에서 모나코와 라플란드, 남카메룬, 오시타니아 대표들이 비바(VIVA) 월드컵을 개최한다고 7일 보도했다. `강국들의 잔치'인 월드컵에 맞서 아시아 소국 부탄 등지에서 FIFA 랭킹 하위권 국가들끼리 치르는 `꼴찌 월드컵'은 잘 알려져 있지만, FIFA에 가입되지 않은 나라·지역들이 대항기구를 만들어 대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모나코는 유럽의 작은 왕국. `사미란드'라고도 불리는 라플란드는 원주민 사미족의 땅으로, 핀란드령, 노르웨이령, 러시아령, 스웨덴령으로 나뉘어 지배를 받고 있다. 아프리카 중서부 남카메룬은 영국령이었다가 독일령 카메룬이 ..

축구선수들의 희한한 부상

12위. 노르웨이 국대 Svein Grondalen 이분은 트레이닝 삼아 조깅을 나갔다가 사슴에 치어 국가대표 경기를 미스했습니다. 11위. 전 토트넘 선수 Allan Nielsen 트레이닝 소집 전날 어린 딸아이와 놀아주다가 딸아이가 눈에 펀치를 날리는 바람에 일시적인 시력 손상. 10위. 전 잉글랜드 대표, 감독 Kevin Keegan 목욕하다가 발가락을 헛디뎌 수도꼭지에 찌어 전력이탈. 9위. 전 첼시선수 Darren Barnard 개 오줌에 무릎이 뒤틀려 인대 손상. 전력이탈. 8위. 전 리버풀 Michael Stensgaaard 다리미판이 추락해서 어깨탈구 역시 전력이탈. 7위. 전 포츠머스, 토트넘 Dave Beasant 셀러드 크림 병을 가지고 놀다 베임 역시 전력이탈. 6위. 전 입스위치,..

또띠 이야기

솔직하게 말해야겠다. 사실 처음 이 시리즈를 책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지 못한 척했다. 하지만 마우리치오 콘스탄초(유명한 텔레비전 진행자)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이 계속 권했고, 결국에는 나를 놀려대는 말로 가득한 이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읽으면서 나 역시 한바탕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이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화를 내지도, 웃지도 않았다.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디오에 담고 찍어대려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계속 도망다니기보다는 차라리 농담거리의 소재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 자, 여기 그렇게 되기를 자청한 사람이 있다. 나는 이 이야기들로 여러 사람..

최장집 교수의 '세리에 론'

[최장집 교수의 스포츠 정치학] 정치학의 생활화를 위해 이, 세리에 축구가 보수라면 미, NBA 프로 농구는 진보 이 글은 최장집 교수가 일상의 사례 속에서 정치학의 주제를 생각해보길 권하며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것이다. 이 글을 받아 본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같이 읽을 수 있도록 매체에 기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에 문의를 해왔다. 은 최교수로부터 게재 승락을 받았으며, 최교수는 사적인 이야기 등 몇 군데를 고쳐 최종 원고를 보내 왔다. 본문을 보면 알겠지만, 이 글은 그간의 최교수 글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최교수는 ‘대안적 사회경제 발전모델’을 주제로 대학원생들과 세미나를 시작하였는데 한 주간의 여름휴가 기간 중에, 정치학을 잘 배우려면 정치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

지네딘 지단에 대한 조금 긴 글

지네딘 지단을 왜 좋아하느냐고요. 축구팬에게 그런 질문은 우문(愚問)입니다. 지단을 축구를 잘 하니까요. 누가 뭐래도, 펠레 마라도나 다음은 지단입니다. 지난 10년은 지단의 시대였습니다. 1998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울린 지단의 두 차례 헤딩골, 01-02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보여준 환상적인 발리슛, 중원을 완전히 장악해 게임을 ‘지단의 경기’로 만들어버리는 그 지휘력. 지단의 플레이를 본 사람이라면 ‘중원의 지휘자’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지단을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는 축구를 잘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유명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다소 정치적인 이유를 들고 싶습니다. 몇해전 지단은 스페인 마드리드 주정부가 주는 "Function fo..

매우 엉망진창인 월드컵 결산

이번 월드컵 솔직히 재미 별로 없었다. 골이 많이 나올 거라더니, 팀가이스트가 뭐 바느질한 쪼가리를 몇개로 줄여서 통통 튄다더니, 뻑하면 연장에 승부차기... 몽땅 압박에 미드필드 싸움에 빗장수비냐...? 엄청난 스타도 없고... 리베리 같은 수준의 잔챙이 스타들은 눈에 보였지만 바티나 호나우두급의 대어는 눈에 뵈지도 않고, 그나마 눈에 띄는게 오로지 '노장투혼'들이라니. 지단 피구 네드베드 모두 잘했다만 골도 없고 스타도 없고 박진감도 없는 월드컵이라니 실망했다. 위 사진은 이번 월드컵 동향과 상관없는...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번 수비축구 동향과 다소나마 반대로 갔던) 이번 월컵 '딸기 선정 감독 옷발 랭킹 1위' 위르겐 클린스만. (그럼 2위는 누구일까요? 네덜란드의 반바스텐 감독입니다) 독..

올 것이 왔구나-지단과 피구에게 영광을.

이번 독일월드컵을 보면서, 처음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아르헨티나가 떨어져서? 특별히 그것 때문에 몹시 마음이 아픈 건 아니다. 어차피 바티의 팀이 아닌지도 한참 됐는걸. 내게 바티 만큼의 스타는 없다. 아니 나에게 뿐 아니라 축구팬 누구에게도, 2006년 현재 '가브리엘 오마르 바티스투타'와 같이 흡입력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사자 같은 스타는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좋은 것이 있었다면-- 지단님과 피구였다. 지금은 돈지랄하다 망조가 든 레알이라지만 한때 지구방위대에서는 지단님이 중원을 지휘하고 피구가 길을 열고 호나우두가 짐승처럼 서성이고 라울이 받쳐주고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점핑을 하는, 그런 아주 잠깐의 멋진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합쳐서 내놓은 성과는 우습게도 별볼일 ..

2006 월컵 관전기

이번 월컵 1라운드는 물론이고, 지금껏 봤던 축구경기 통틀어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 중의 하나로 꼽힐 아르헨티나-세르비아 전. 아르헨의 팬인 나조차도 4대0 넘어서면서부터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팀이 애처로워서 ‘이젠 좀 그만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긴장감은 떨어졌던 셈이지만, 골 하나하나가 어쩜 그리도 예술인지! 축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준, 모든 재미를 다 선사한 골들이었다. 국내 언론에도 많이 소개된 착착착 두 번째 골, 캄비아소가 최종 수혜자가 된 그 골은 진정 장관이었다. 다만 캄비아소가 대머리;;가 돼있는 것이 마음이 아프긴 했으나... 경기를 볼 때마다 리뷰를 하는 것이 광팬으로서의 진정한 자세이겠습니다만 최근 공사다망하야(진짜 公私 다 亡했음) 마음의 울적함을 떨칠 길..

초강추 이란 영화, '오프사이드'

이 영화 아직도 하고 있나 모르겠어요. 저는 시네코아(맞나... 종로2가와 3가 사이에 있는 거)에서 봤는데, 이거 증말 느무느무 재밌었습니다!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뭔가 막강한 기승전결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나봅니다. 그런거 없어요, 이 영화엔. 나름대로 기승전결이 있지요. 축구가 시작되고, 골이 들어가고, 이기는. 물론 그런 장면들은 이 영화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관객들과, 여러 등장인물들 간의 교감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 뿐이지요. 실제로 이란 국가대표팀의 축구경기가 이뤄지는 순간에, 각본 없이 상황 전개 그대로 찍었다고 하더군요. 내용은 -- 많이들 들어보셨겠지만, 축구장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소녀들 이야기랍니다. 스포츠, 그리고 소녀들의 반란 아무튼 너무 재미있어서, 비디오로 사놓고 싶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