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101

니자르 카바니, '저항의 로맨티시즘'

저항의 로맨티시즘 아랍의 '망명시인'으로 유명한 니자르 카바니는 1923년 3월 21일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 태어났다. 스물한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다마스커스대학 법과를 졸업하고 1945년 외교관의 길에 들어섰지만, 시에 대한 열정 때문에 후일 그만뒀다. 카바니는 관능적이고 로맨틱한 산문들을 써서 아랍의 다양한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카바니가 아랍어 신문인 Al Hayat에 실었던 기사와 시들은 12권짜리 묶음으로 나와있다). 반면 그의 시들은 일상언어로 구성돼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집트의 소설가 겸 주간 '문학뉴스' 편집장인 가말 엘 기탄티는 "엘리트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시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카바니의 업적을 평가한다. 또다른 이집트 소설가 모나 헬미는 "카바니의 ..

제발 학교만은, 아이들만은...

Iraqi youngsters shout standing on the remains of an US military armored vehicle destroyed by a road side bomb in Ramadi, Iraq, Monday Sept. 26 2005. Roadside bombs killed three U.S. soldiers Monday in two separate attacks and 16 Iraqis were killed elsewhere, including five teachers and their driver who were shot to death in a classroom by suspected insurgents disguised as policemen. (AP Photo/B..

전쟁의 풍경 속에, 역사의 잔인한 순환 속에

전쟁의 풍경 Paisajes de Guerra (1996) 후안 고이티솔로 (지은이) | 고인경 (옮긴이) | 실천문학사 | 2004-11-04 “알제리라고 하는 이 광활한 묘지에서, 우리의 발걸음은 닫혀 있던 무덤에서 열어젖혀진 무덤으로 걸어가 먼저 사상과 꿈과 말을 묻고, 그 다음 가진 것 없이 살다가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죽은 남자, 여자, 어린이들의 처형당한 시체를 묻고 있다.” “그 수가 많냐 적냐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들 순교를 한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이 있고, 동물처럼 이 게토에 영원히 갇혀 있습니다. 조금씩 죽어가는 생명을 느끼며 마음은 폭탄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다 언젠가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살 테러 공격에 아무 무기나 들고 뛰어들 겁니다. 죽는 것에 대해선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딸기네 책방 2005.09.09

유대인은 떠났지만

이스라엘군이 불도저로 가자지구 두깃에 있는 유대인 주택을 철거하고 있다. /AFP 이스라엘인들은 떠나고, 빼앗겼던 땅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로 돌아왔다.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하마스 깃발을 흔드려 가자지구를 다시 찾게 된 것을 축하하고 있다. / AP 이스라엘이 닷새에 걸친 가자지구 유대인 정착촌 철수작전을 완료했다. BBC방송 등 외신들은 가자지구 내 21개 정착촌 8500여 유대인 주민들이 22일(현지시간) 모두 퇴거를 끝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38년 만에 빼앗겼던 땅을 되찾게 된 팔레스타인은 만만찮은 과제들을 떠안게 됐으며, 평화협상의 미래는 여전히 안개에 가려져 있다. 철수 완료 정착촌 철수작전을 담당한 이스라엘군 댄 하렐 장관은 이날 넷차림 정착촌에서 마지막으로 500명의 이..

떠나는 유대인들, 꼴사나운 '쌩쑈'

떠나는 유대인들 (2005.8.17) 정착촌 철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가자지구의 유태인들. (사진 뉴욕타임스) 이스라엘 정부가 무력 점령했던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마을 철거에 돌입했다. 이스라엘 하레츠지는 16일 자정(현지시간)을 기해 정착민 자진철수 시한이 끝남에 따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21개 정착촌과 요르단강 서안 4개 정착촌에 군대가 투입돼 강제철거를 준비하고 있으며, 일부 마을은 전면 철수가 벌써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서안지구 북부 가님과 카딤 등 정착촌에서는 주민 동의로 철수가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가자 북부에서도 20여년간 살아온 마을에 작별을 고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가자 북부 니사니트 주민들은 이날 시나고그(유태교회당)에 모여 마지막 예배를 보며 마..

샤론의 '결자해지'

"중동 평화의 미래는 아리엘 샤론에게 달렸다". 오는 15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철수가 시작된다. 아리엘 샤론 총리는 자신이 건설했던 팔레스타인 영토 내의 유대인 마을들을 이제 스스로 부수는 입장이 됐다.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전쟁영웅에서 협상가로 변신한 샤론 총리의 운명을 건 도박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자해지 남북으로 길게 위치한 이스라엘 지도에는 두 개의 섬이 그려져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동쪽의 요르단강 서안과 서남쪽의 가자지구가 그 섬들이다. 이 섬들 안에는 또다른 섬들이 있다. 팔레스타인 땅 안에 점점이 뿌려진 유대인 정착촌들이다. 이 땅의 지도를 이토록 복잡하게 만든 장본인 중 하나가 바로 샤론 총리(사진)였다. 80년대 주택건설부 장관 재..

'오렌지색 이스라엘'

이스라엘 전역이 시끄럽다. 평화협상의 선결조치로 아리엘 샤론 총리가 팔레스타인 땅 내 유대인 정착촌 철수를 강행키로 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달아 열리고 있으며, 정부는 보안군을 대거 배치하는 등 불안정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3일(이하 현지시간) 경찰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의 시위와 충돌을 막기 위해 보안군과 경찰 3만명을 배치, 방어작전에 들어갔으며 네게브 등지의 일부 정착촌에 유대인 주민 지도자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 남부 스데롯에서는 지난 2일 저녁 2만50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정착촌 철수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자지구 강제철수에 항의하기 위한 가두행진을 벌일 계획이었으나, 경찰..

중동의 평화에 중동은 없다 - 촘스키의 젊은 시절 글들

중동의 평화에 중동은 없다 Middle East Illusions (2003) 아브람 노엄 촘스키 (지은이) | 송은경 (옮긴이) | 북폴리오 | 2005-03-07 책은 촘스키에 대한 책이 아니라 '촘스키가 쓴 책'인데 내 눈에는 책의 내용보다 촘스키가 더 많이 눈에 들어왔다. 1960년대부터 2002년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촘스키의 글들을 묶었다. 이-팔 문제에 대해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이 책을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의 내용 중 절반 이상은 오래전에 쓰인 것들이고, 심지어 1979년 이란 혁명 이전의 상황을 담고 있다. ‘미국의 대테러 정책에 대한 촘스키 보고서’라는 부제는 잘못된 것이다. 이 책은 이-팔 문제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두루두루 미국이..

딸기네 책방 2005.07.04

불쌍한 건 언제나 민중들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와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외국이 아닌 예루살렘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이·팔 정상회담이라고 관심을 모았지만 양측은 평화정착의 단계별 조치를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샤론 총리는 이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일부를 무력점령하고 건설했던 유대인 정착촌 철수방안을 내놓은 만큼 이제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무력화시킬 차례라고 압바스 수반에게 강조했고,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추가 철수계획 등을 밝혀야 한다고 맞섰다. 기대를 모았던 회담은 이견만 확인된 채 끝났고, 가자지구 유대계·아랍계 주민들의 고통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텐트촌의 팔레스타인 난민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안에는 이스라엘에 무력점령된 ..

예루살렘의 '초대'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와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팔 정상회담은 여러번 있었지만, 양측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예루살렘에서 만남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 집으로 오세요" 특히 이번 회담은 예루살렘에 있는 샤론 총리의 관저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아직 회담 장소가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샤론 총리가 관저로 압바스 수반을 `초대'한만큼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예전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 때 같으면,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파트너를 관저로 초대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입을 모은다. 그만큼 이-팔 양측은 이 회담을 두 정상의 `친밀감'과 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