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12

코끼리 타고, 치타와 뒹굴고...'현대판 모글리'

차 안에 어린 소년 말란이 앉아 있습니다. 3살난 말란의 곁에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친구랍니다. 동물들 중 가장 빠르다는 치타거든요. 말란과 여동생 카일라에게는 ‘와쿠’와 ‘스카일라’라는 두 마리 치타가 제일 좋은 동무들입니다. 이들이 사는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케이프. 남매의 아버지 하인 슈만(29)과 어머니 킴 슈만(29)은 가든루트 게임 롯지라는 자연공원에서 게임레인저로 일합니다. 게임 롯지는 우리 식으로 하면 ‘사파리 관광지’이고, 게임레인저는 관광객들을 이끄는 안내원입니다. 남매와 치타들의 인연은 지금부터 약 1년 전 가든루트에서 시작됐습니다. 말란은 겨우 2살이었고, 카일라는 태어난 지 석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지요. 슈만 부부는 야생에서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던 새끼 치타 2마리..

'호밀밭' 샐린저의 젊은 시절 편지들

1941년 11월 18일 캐나다 토론토의 여성 출판편집자 마조리 쉬어드에게 한 소설가가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 스물두 살의 작가는 젊은이 특유의 낙관과 열정을 담아 뉴요커지에 곧 실릴 자신의 단편소설을 소개한다. “크리스마스 휴일을 앞둔 어린 아이 얘기인데 편집장이 연재를 하자고 하네요. 하지만 두어편 더 쓰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둘 거예요.” 편지를 보낸 사람은 ‘은둔의 작가’로 유명한 제롬 D. 샐린저(1919-2010·사진)다.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샐린저가 1941~43년 쉬어드와 나눈 편지 9통을 입수해 내용을 소개했다. 이 편지들은 미국 모건 라이브러리&뮤지엄이 소유한 것으로, 샐린저의 초창기 작가시절을 보여주는 드문 기록이다. 샐린저는 32세인 1951년 발표한 으로 전후 미국 문..

30년 전 '오적' 김지하 구속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것다/남녘은 똥덩어리 둥둥/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북녘은 털 빠진 닭똥구멍 민둥/벗은 산 만장 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쪽/남북간에 오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게딱지 다닥 꼬딱지 다닥 그 위에 불쑥/장충동 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중략)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간뗑이 부어 남산만하고 목질기기 동탁배꼽 같은/천하흉포 오적의 소굴이렷다.” 1970년 5월, 잡지 ‘사상계’에 김지하 시인의 시 한편이 발표됐다.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담시(譚詩)라는 형식으로 발표돼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오적(五賊)’이라는 시였다. 시인은 당대의 권력을 틀어쥐고 있던 세력들을 ‘목질기기 동탁배꼽같은 천하흉포 오적..

어제의 오늘/ 미시마 유키오의 자살

일본 전후 최고의 작가로 불렸던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平岡公威)다. 그의 인생 초창기는 전형적인 일본 엘리트의 경로를 밟는 듯했다. 고위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귀족학교로 유명한 도쿄의 가쿠슈인 대학을 나왔고 2차 대전 때 군수품 공장에서 근로봉사를 했다. 전쟁이 끝난 뒤 도쿄대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1948~49년에는 옛 대장성 금융국에서 일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49년 발표한 첫 소설 이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동성애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을 묘사한 자전적인 작품으로,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추천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미시마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나섰다. 이후 내놓은 소설들도 대부분 신체적인 문..

어제의 오늘/ 자유의 시인, 엘뤼아르 숨지다

“하늘이 나를 버렸을 때, 나는 불을 만들었다/동지가 되기 위한 불/겨울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불을.”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시인 중 한 사람인 폴 엘뤼아르는 사랑과 열정의 시인, 그리고 ‘정치적인 시인’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평을 듣는다. 엘뤼아르는 1895년 파리 북쪽 생드니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외젠 에밀 폴 그랭델. 태어난 곳은 노동자 거주지역이었으나 엘뤼아르 자신은 회계사 아버지 밑에서 비교적 유복하게 자라났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폐결핵으로 공부를 중단했고 스위스의 산골마을 다보스에서 요양을 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소년의 영혼에 시적 감수성이 새겨진 것은 1911~13년 요양소에서였다. 보들레르, 아폴리네르 등 프랑스의 시인들과 휘트먼을 비롯..

나는 너다

누가 5공, 6공의 후예 아니랄까봐이 정권은 황지우마저 쫓아내려고 안달을 냈다고 한다.한예종 총장을 하던 황지우 시인이 기어이 '표적 감사'에 걸려 물러나게 된 모양이다.문화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통 없었으니 그런 소식에 내가 어두운 것은 당연하지만어제 어느 선배를 만났다가 마침 그 얘기가 나왔다.황 총장을 쫓아내려고, 무지하게 털었단다. 그러면 먼지가 나겠거니 하고.이 정권의 모든 놈들이 털면 먼지사막을 이룰 자들이니, 지들이 그러면 남들도 그렇겠거니 했겠지.그런데 무슨 전시회 한다고 정부에서 60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아직 전시회를 못 열어 보류된 것,그거 하나 나와서 '공금횡령'으로 어찌어찌 옭아맸단다.그리고 황 총장이 외국 출장가는데 일정을 앞당겨 하루 먼저 가놓고 미리 보고 안 한 것,그걸..

큰 쥐야, 큰 쥐야- 네 놈의 종적을 뭉개 버리리라

큰 쥐야, 큰 쥐야 강 명 관(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시경(詩經)』 위풍(魏風)에 「석서(碩鼠)」란 시가 있다. ‘큰 쥐’란 뜻이다.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큰 쥐야, 큰 쥐야/ 내 기장을 먹지 마라/ 삼년이나 너를 알고 지냈건만/ 내 처지를 돌아보려 않으려 하니/ 이제 나는 너를 떠나/ 저 즐거운 땅으로 떠나련다/ 즐거운 땅(樂土)이여, 즐거운 땅이여/ 거기서 내 살 곳을 얻으리라. 큰 쥐야, 큰 쥐야/ 내 보리를 먹지 마라/ 삼년이나 너를 알고 지냈건만/ 내 사정을 봐주지 않으려 하니/ 이제 나는 너를 떠나/ 저 즐거운 나라로 떠나련다/ 즐거운 나라, 즐거운 나라/ 거기 가면 내 편한 곳 얻으리라 큰 쥐야, 큰 쥐야/ 내 곡식 싹 먹지 마라/ 삼년이나 너를 알고 지냈건만/ 나를 위로하지 않으려 하니..

'부조리극의 대가' 해럴드 핀터 사망

200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영국의 극작가 해럴드 핀터(사진)가 지병으로 25일 사망했다. 향년 78세.핀터의 부인으로 유명 역사학자인 안토니아 프레이저는 후두암으로 투병해온 핀터가 이날 숨졌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프레이저는 남편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그같은 위대한 작가와 함께 살아왔다는 것은 특권이었다”고 말했다. 1930년 런던에서 유대인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난 핀터는 왕립연극아카데미를 중퇴하고 배우로 활동하다 극작가 겸 연출가로 변신했다. 부조리극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뮤엘 베케트의 제자 겸 동료로서 실존적 주제를 다룬 수많은 작품들을 남겨 현대 극작계의 거두로 불린다. 27세였던 57년에 쓴 첫 희곡 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60년 발표한 이 크게 히트하면서 스타 작가로 발돋움했..

휴대전화 소설

이제는 인터넷 소설을 넘어 `휴대전화 소설'의 시대!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 휴대전화를 통해 다운받아 읽는 `문자메시지 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 문예전문지 `분가쿠카이(文學界)' 등을 인용, 21일 일본 출판계를 뒤흔든 `게이타이(휴대전화) 소설' 붐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베스트셀러 10종 가운데 5종은 휴대전화에서 출발해 서적으로 재출간된 이른바 게이타이 소설이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해말 발표한 문예부문 베스트셀러에서도 1∼10위 중 4권이 휴대전화를 통해 보급된 소설들이었다. `미카'라는 필명의 게이타이 소설 작가는 `고이조라(戀空)'와 `기미조라(君空)'라는 작품으로 아사히 베스트셀러 1, 3위를 차지했다. 이 두 소설은 하드커버 소설로 재출..

이슬람과 '문화 충돌'

영국인 교사가 동아프리카의 이슬람국가 수단에서 곰인형 때문에 태형을 받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곰인형에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의 이름을 붙여 종교를 모독했다는 것이 그 이유랍니다. 인도에서는 방글라데시 출신 여성작가가 이슬람 경전 코란을 모독하는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살해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곰인형 때문에 태형 위기 영국 BBC방송은 수단에서 곰인형에 무하마드라는 이름을 붙여 물의를 일으킨 교사 질리언 기번스(54)가 28일 종교를 모독하고 증오를 선동하고 신앙을 경멸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수단 수도 하르툼의 사립초등학교 교사인 기번스는 2학년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곰인형의 이름을 짓도록 시켰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이슬람국가인 수단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름 중 하나인 무하마드를 골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