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42

국제 협상파트너 된 아사드, 시리아 화학무기 공방 최대 승자

ㆍ내전, 민주화 대신 화학무기 제거로… 반정부 진영 위축·체제 강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는 미국과 러시아의 ‘합의’로 전환점을 맞았다.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의 해결사로 떠올라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했고, 미국은 원치 않는 전쟁을 피하면서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군사공격으로 가지 않은 것에 모두가 박수를 치지만, 최대 수혜자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사드 독재에 맞선 민주화 시위로 시작된 내전에서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나, 지난달 21일의 화학무기 공격 이후 모든 관심은 아사드가 가진 화학무기에 쏠렸다. 미국은 ‘레드라인’에 발목을 잡혀 갈팡질팡했고, 아사드를 국제적 협상 파트너로 오히려 승격시켰다. ..

시리아 정부군, 반정부군 모두 '반인도적 전쟁범죄' 자행

지난 3월 13일, 시리아 하마주의 중심도시 하마에서 4km 떨어진 알하마미아트 마을에서 남성 6명이 처형됐다. 모두 알하마미아트에서 농사를 짓던 평범한 농민들이었다. 정부군은 반정부군의 공격을 막는다며 이 마을 사람들을 억지로 다른 마을에 이주시켰다. 농토를 버려둘 수 없었던 농민들은 군인들이 지키는 검문소로 찾아가 ‘마을로 돌아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정부군의 소개령을 어긴 죄로 이들은 목숨을 잃었다. 지난 6월 9일 시리아 최대 도시 알레포의 길가에서 커피를 팔던 14세 소년 모함메드 카타는 지역을 장악한 반정부군의 커피 요청을 거절했다가 ‘신성모독’으로 처형당했다. “예언자(무함마드)가 와도 공짜로는 안돼요”라고 했던 게 문제였다. 북부 가사니야의 수도원에서 지내던 가톨릭 신부 프랑수아 무라드는 ..

G20 앞두고 기세등등한 푸틴, 속타는 오바마

“지난 10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해보라.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군사분쟁을 일으킨 적이 몇번이었는지. 문제가 하나라도 풀렸는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결국 그 나라들엔 평화도 없고 민주주의도 없다. 우리 파트너들(서방)이 추구한다던 것들 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심한 듯 미국을 향한 독설을 쏟아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 움직임을 비난하며, 두 차례 대테러전을 들어 미국의 ‘실패’를 상기시킨 것이다. 지난 6월 영국 북아일랜드 G8 회동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싸늘한 분위기 속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8일 영국이 시리아 무력제재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내놨..

막을 자는 없지만 나설 자도 없는 '시리아 군사개입'

시리아 공습...곧 할 것같다가 또 갑자기 한 걸음씩들 물러나는 분위기입니다. 요 며칠 외신들 보고 있자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당장 미국이 나서서 시리아를 때린다 해도, 사실 막을 수 있는 나라는 없지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이 미국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막을 의사도 아마 별로 없을 겁니다. 어느 매체에서는 '푸틴 체념설' 하는 표현을 썼던데, 체념인지 뒷궁리인지 몰라도 푸틴이 '행동'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군사행동에 반대하지만, 미국이 행동한다 해도 우리가 (보복)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인테르팍스 통신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중해에 대잠수함 함정과 미사일 순양함을 파견해 나름 무력시위를 할 ..

'시리아 공습' 정당성 있나

미국과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시리아 공격이 ‘인도적 차원의 군사적 개입’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정당화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많이 따라붙죠. 한 가지, 미국이 원해서 멋대로 쳐들어가려고 하는 상황은 분명히 아니라는 점. 시리아 내전 사망자가 올들어 10만명을 넘어서고 인도적 참사가 벌어지면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미국은 계속 시리아와 거리를 두어왔죠. 지난 21일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다마스쿠스에서 최소 300여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자 군사행동으로라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인도적 차원의 개입이라는 측면보다는(그랬다면 이미 지난해 위기가 악화될 때 개입했어야죠!) 미국이 ‘금지선(레드라인..

시리아 둘러싼 국제정치, '이보다 더 복잡할 수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보국장 반다르 빈 술탄 왕자는 22년 동안 미국 대사를 지낸, 친미 사우디 왕정 내에서도 가장 친미적인 인물입니다. 미국 조지 W 부시 일가와 밀착관계여서 주미대사 시절 ‘반다르 부시’라고까지 불렸습니다. 그 아버지가 왕세제였던 술탄 왕자였는데... 부자가 나란히 미국스럽게 놀았고, 부시 일가와는 호형호제...인지는 몰라도 아주아주 가까웠던 걸로 유명하지요. 그런 반다르가 이달 초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실 대화’를 나눴습니다. 반다르는 이 자리에서 150억달러 규모의 러시아산 무기를 사겠다는 것, 시리아 내 러시아 군사기지는 앞으로도 그대로 쓰게 해준다는 것,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간 가스공급 계약을 보장해주겠다는 것 등을 제안했다..

유엔 시리아 화학무기 조사단, '저격수들' 공격받아

최악의 화학무기 참사가 벌어진 시리아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접근하던 유엔 조사단이 저격수들의 공격을 받았다. 유엔은 26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서쪽 무아다미야 지역을 조사하려던 유엔 소속 시리아 화학무기 조사단이 현장에 접근하기 전 저격수들로부터 몇 차례에 걸쳐 총탄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인 마틴 네서키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저격수’들이 “여러 차례 의도적으로 조준해 조사단 차량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조사단과 현지 안내원 등이 탄 차량 7대가 무아다미야 부근 정부군-반정부군 간 ‘완충지대’에 이르렀을 때 공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시리아 화학무기 조사단이 26일 무아다미야 지역을 조사하기 위해 다마스쿠스 시내의 호텔을 떠나고 있다. 사진 EP..

"시리아에 무력 써야" 화학무기 공격 뒤 기류변화 조짐

1000~17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을 놓고 국제사회의 기류에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프랑스가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가운데, 그동안 군사적 개입에 미온적이었던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 내에서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22일 BFM방송에 출연해 “국제 공동체가 시리아에 무력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들”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파비우스 장관은 말했다.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에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국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이름으로 군사행동을 감행했던 2년 전 리비아 공습과 같은 방안..

'군사개입', 리비아는 했는데 시리아는 못 하는 이유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건... 충격적입니다. 아이들은 항상 모든 분쟁, 내전의 피해자들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이들 시신 수십구가 줄지어 놓여 있는 이번 사건의 사진들만큼 충격적인 것은 별로 못 본 듯합니다. 아이들을 골라서 죽음의 가스를 마시게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출생률 높고 아이들 많은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새벽 시간대에 화학무기를 쓴 탓에, 아이들과 여성들이 많이 숨졌다지요. 독성물질의 성질을 잘 몰랐던 주민들은 독가스가 퍼지자 지하실로 숨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유독가스가 공기보다 무거워 밑으로 가라앉는 성질이 있어서 희생이 더 커졌다고 현지 의료진은 전했습니다. 30분만 맑은 공기 마시면 회복될 수도 있었다는데... 이슬람 풍습상 하루만에 벌써 매장이 시작됐기 때문에, 피해규모를 ..

시리아 화학무기 대량살상, '게임체인저' 되나

지난 4월말 시리아 반정부군이 정부군 측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제기했을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것이 확실하다면 미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 모두에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극도로 경계해온 대량살상무기(WMD) 사용이라는 ‘금지선(red-line)’을 넘는 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2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부근에서 화학무기로 인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리아 사태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시리아 위기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되는 셈이다. 사상자 수는 엇갈리고 있지만, 현지 구호단체들과 반정부군 측은 650~13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하고 있다.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