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22

히바의 풍경

히바에서 찍은 사진들, 두번째로 모아 올린다. 히바 성채 안에 있는 미나레트. 아름답냐고? 보시다시피, 아름답다. 실제로 보면, 사진에 나타나있는 것보다 열배 더 아름답고, 백배 더 감동적이다. '크고 오래된 것들'이 주는 감동이 있다. 세월의 두께와 엄청난 존재감 앞에 압도당하는 그 느낌, 그것이 역사유적을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닌가. 이 미나레트는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지만, 희한하게도 아름다운 색채 때문인지 위압적인 느낌은 주지 않았다. 히바의 성채 안에 사실 아름다운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곳은 많지 않았다. 이 미나레트는 그 몇안되는 빛깔 가득한 존재 중 하나로, 모랫빛 성채 안에서 홀로 빛나는 것 같았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본 모습. 아래에서 올려다본 미나레트. 입구 근처에 늘어선 가게 들 중 ..

몽환의 도시, 히바

우즈베키스탄에서 내 목적지는 아랄해였다. 타슈켄트에서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 아랄해에 면한 작은 도시 무이낙을 가는 것이 내 의 목적이었다. 나는 예정했던대로 타슈켄트에서 오래된 도시 사마르칸드로, 오아시스가 낳은 고도 부하라로 옮겨다녔다. 부하라에서 무이낙으로 가는 길에는 우루겐치라는 거점 도시를 지나야 하는데, 우루겐치에서 조금 비껴난 곳에 히바(KHIVA)가 있다. 우즈베크에 오기 전 준비작업으로 경로를 탐색하면서 우루겐치와 히바의 이름을 들었지만 나는 이 곳이 어떤 곳인줄 몰랐다. 얼마 안되는 우즈베크 관광자료를 통해 이곳에 오래된 성이 있고 그 안에 숙박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었다. 부하라에서 나는 환상적인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고, 미나레트(탑) 꼭대기에서 바라본 세상, 내가 그..

내 삶에 감사했던 순간, in 부하라 BUKHARA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2편...이라기보다는 아마도 '사진 설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마르칸드 서쪽, 부하라의 미르아랍 마드라사(이슬람학교)가 바로 이곳입니다. 사마르칸드의 마드라사들은 지금은 관광지가 돼있습니다만, 거기서 차를 타고 두어시간 달려 도착한 부하라만 해도 옛스런 모습이 참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서 마드라사가 그 용도 그대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해요. 함께 갔던 제 가이드 벡조드의 집이 부하라여서, 부하라 너무 좋다고, 사마르칸드 구경 오전중에 땡치고 부하라로 가자고 해서 열심히 택시 잡아 타고(둘이 합해 2만5000원 정도 나왔어요. 여럿이 함께 가는 택시랍니다) 부하라로 옮겨갔습니다. 부하라 넘넘 좋았습니다... 사막길 달려 나타난 부하라 칸(군주)의 여름궁전, 오래된 성, 그..

유목민이 된 어부들

우즈베키스탄 북서쪽에 위치한 무이낙. 한때는 활기찬 어촌이었으나 아랄해가 말라 줄어들면서 사막 가운데 남겨진 마을이 된 무이낙 근처에는 작은 댐과 호수들이 있다. 아랄해로 흐르던 아무다리야 강의 물줄기를 막아 만든 저수지들이다. 말라들어가는 아랄해를 사실상 포기해버린 우즈베크 정부가 무이낙 어촌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배려'가 바로 이 저수지들이다. 호수를 건너는 소떼들 지난달말 무이낙을 방문, 덤불만 듬성듬성한 소금땅을 지나 댐으로 올라갔다. 원래 이 곳은 아랄해 물이 넘실거렸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아랄해가 멀리 북쪽 카자흐스탄 국경 쪽으로 후퇴해간 탓에 바닥이 드러나버렸다. 그곳에 주민들이 사르바스 호수라고 부르는 저수지가 있었다. 오전 8시를 넘겨 해가 하늘로 솟아오르자 어디선가 소떼가..

아랄해- 사막에 떠있는 배

한때 중앙아시아 일대를 호령한 `티무르의 제국'으로 서방에까지 위용을 떨쳤던 실크로드의 나라 우즈베키스탄. 수십년에 걸친 옛소련의 지배에서 벗어나 개발과 성장의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 있는 우즈베크를 찾았다. 동부지방 끝쪽에 있는 수도 타슈켄트의 공항에 내려 유서깊은 오아시스 도시 사마르칸드와 부하라를 지나 서쪽 끝 아랄해(海)까지 가는 길은 멀고 멀었다. 멀리 파미르고원의 빙하에서 발원한 강아무다리야가 수천 ㎞를 흘러 드넓은 사막과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하면서 황무지의 생명줄이 되어주고 있었다. 아무다리야가 끝나는 지점은 한때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였던 거대한 내륙의 염호(鹽湖) 아랄해.그러나 지금은 강줄기가 거의 끊겨 말라붙은 소금땅이 되어버린 곳이다. 사막의 배들 지난달말 아랄해에 면한 항구도시였..

사마르칸드

여행기는 참 쓰기 어렵다. 너무 좋았던 그 순간, 그 사이 별볼일 없었던 순간, 혹은 형편무인지경이었던 순간 등등을 별점 매기듯 점수 매겨 합산해 적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여행은 이러저러한 교통사정 탓에 78점짜리 되겠습니다, 이렇게 쓸수 있으면 참 편하겠지만 그럴수가 없으니. 하긴 여행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결국 책도 그렇고 영화도 음악도 그리고 인생도, ‘몇점 짜리’라고 합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터이다. 그러니까 요는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에 달랑 일주일 다녀와서 좋았다 나빴다 혹은 이랬다 저랬다 얘기하는 것은 좀 우습다는 것이고... 꼭 이 나라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여행기라는 것을 (특히 인터넷에) 적어놓으면 사실 인기도 없고(남의 여행기라는 것 90%는 재미없지 않나 싶다) 느낌도 제대..

우즈벡의 한류바람

70년전 연해주 고려인들이 스탈린의 강제정책으로 눈물의 이주를 해야 했던 우즈베키스탄은 지금 `한국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이 나라에서 `소수민족'으로 힘겨운 세월을 헤쳐왔던 고려인 노인들의 눈에는 요지경으로까지 비칠 정도로 우즈베크의 한국 바람은 거세다. 지금은 현지 법인이 되었지만 대우 상표를 그대로 달고 있는 자동차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고, 국영방송에서 방영해주는 드라마의 거의 대부분이 한국산일 정도로 한류 열풍도 대단하다. "딸 낳으면 `땅겜'이라 이름 지어요" 지난 7일 수도 타슈켄트에서 자동차로 4∼5시간 거리에 있는 유서깊은 도시 사마르칸드를 찾았다. 한때 중앙아시아의 문화 수도로 불렸던 사마르칸드는 올해 도시 설립 2750년을 맞은 고도(古都)다. 이슬람 사원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어우러진 ..

카레이스키, 코리안

`카레이스키(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옛소련권 한인들은 70년전 뿌리 뽑혀 낯선 땅에 이식됐지만 고유의 문화와 언어를 가능한한 지키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들이 부모세대에게 전해들은 한반도와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즈베크 독립 이후 한국과의 교류가 크게 늘면서 고려인과 한국인들의 만남이 최근 잦아졌고, 경제적 결합도 늘고 있다. 카레이스키와 코리언, 그리고 우즈베크인들은 서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타슈켄트에서 만난 이들의 입을 통해 서로를 보는 이들의 시각을 들어봤다. 타슈켄트 교외 시온고의 고려인마을에서 만난 김발레리(60.사진 ▶)씨는 한국어에 러시아어를 섞어가며 한국에서 온 손님을 반겼다. 한국 교민들이나 방문객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마을에 가다

옛 소련 독재자 스탈린이 극동 연해주 지방에 살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시킨지 올해로 70년이 된다. 블라디보스토크 등지에 살다가 옛소련의 횡포에 등 떼밀려 삶의 터전을 잃은 채 낯선 땅에 내던져졌던 고려인들은 험난한 세월을 특유의 근면함과 끈기로 헤쳐나왔다. 1990년대 초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을 이룬 뒤 이들 고려인, 이른바 ‘카레이스키’들은 제2의 시련기를 맞았으나 한국의 경제발전과 중앙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 붐에 재도약의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다. 1937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진 스탈린의 ‘극동 조선인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연해주를 떠나 부모 손에 이끌려 머나먼 우즈베키스탄에 내쳐졌던 고려인 소년들은 이제 고희를 훨씬 넘긴 나이가 되어 지나온 70년 험난했던 시간..

이슬람 극단주의 입김 세진 아프간 주변국들

2001년11월, 희대의 대량살상 테러가 일어나고 두 달 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지속되는 자유(Enduring Freedom)'이라 이름붙인 미국의 아프간 공격작전은 성과를 거두는듯했다. 엽기에 가까운 여성탄압과 바미얀 불교유적 폭파 등을 저질러 `문명파괴자'로 악명을 떨친 이슬람 극단주의 탈레반 정권은 전후 며칠 지나지 않아 지도부가 모두 도망치면서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전후 6년을 바라보는 지금, 아프간 전후 재건작업은 이라크와 함께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레짐 체인지(체제 변경)' 정책의 양대 실패 사례로 지적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프간 뿐만 아니라 주변 이슬람권 국가들의 상황도 일제히 미국이 원했던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