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69

간디 손자 "네루는 지금의 인도를 수치스러워했을 것"

“네루가 지금의 인도를 봤다면, 탐욕과 부패를 몹시 수치스러워했을 것이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인 고팔크리슈나 간디(67)가 15일 인도 일간지 ‘더힌두’에 정치권의 부패를 통탄하는 기고를 실었다. 8월 15일은 한국 뿐 아니라 인도에게도 영국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난 독립 기념일이다. 고팔크리슈나는 독립된 인도의 초대 총리를 맡은 자와할랄 네루가 1947년 이 날 뉴델리의 랄킬라(붉은 궁전) 앞에서 국민들에게 연설했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만일 네루가 지금 레드포트 앞에 서서 다시 연설한다면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며 질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하트마 간디의 손자 고팔 크리슈나. 사진 www.topnews.in 그는 이 기고에서 네루의 연설을 패러디한 ‘2013년의 가상 ..

'떠다니는 전장', 항공모함 경쟁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코치 항에서 12일 인도가 자체 기술로 제작한 첫 항공모함인 비크란트호 진수식이 열렸다. NDTV 등 인도 언론들은 “축구장 2배 크기의 갑판을 가진 이 배가 완성됨으로써 인도는 항모를 설계하고 만들 수 있는 선택받은 나라들의 클럽에 들어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진수식에서는 갑판 위 활주로에서 스키점프 등 축하 이벤트들이 열렸다. 비크란트는 길이 260m, 폭 60m, 배수량 3만7500t 규모다. 인도 해군은 미그29K 등 전투기 25~36대를 탑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보유한 10만톤급 항모들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지만, 1960년대 영국산 중고를 사들이는 것으로 시작해 오랫동안 자체 항모제작을 꿈꿔온 인도 입장에선 숙원 사업이 이뤄진 셈이다. 인도는 이 배를 반드는 데 5..

플랜테이션의 역습... 아시아 곳곳 '물 부족'

데칸 고원 서부에 있는 마하라슈트라는 인도에서 세 번째 큰 주다. 사탕수수와 목화 재배지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 지난 4월 농작물이 비틀리고 사탕수수에서 신맛이 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마하라슈트라는 올 들어 1972년 이래 최악의 물 부족을 겪었다. 극심한 가뭄이 이 일대를 초토화시킨 것도 아닌데 강물이 줄고 땅이 말랐다.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역설적으로 주민들의 목숨줄인 사탕수수 자체였다. 사탕수수는 다른 작물보다 15~20배나 물을 더 필요로 한다. 목화도 마찬가지로 지질에 미치는 ‘물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 작물이다. 하지만 대지주들 대부분이 환금작물을 키우는 플랜테이션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땅 없는 가난한 소작농들은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인도의 대표적인 농업지역인데도 먹을거리 생산은..

코끼리 타고, 치타와 뒹굴고...'현대판 모글리'

차 안에 어린 소년 말란이 앉아 있습니다. 3살난 말란의 곁에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친구랍니다. 동물들 중 가장 빠르다는 치타거든요. 말란과 여동생 카일라에게는 ‘와쿠’와 ‘스카일라’라는 두 마리 치타가 제일 좋은 동무들입니다. 이들이 사는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케이프. 남매의 아버지 하인 슈만(29)과 어머니 킴 슈만(29)은 가든루트 게임 롯지라는 자연공원에서 게임레인저로 일합니다. 게임 롯지는 우리 식으로 하면 ‘사파리 관광지’이고, 게임레인저는 관광객들을 이끄는 안내원입니다. 남매와 치타들의 인연은 지금부터 약 1년 전 가든루트에서 시작됐습니다. 말란은 겨우 2살이었고, 카일라는 태어난 지 석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지요. 슈만 부부는 야생에서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던 새끼 치타 2마리..

석탄 캐는 13세 광부, 인도 경제의 감춰진 치부

열세 살 소년 사가르 쿠주르는 인도 동부 자르칸드주의 람가르에 있는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다. 삽으로 땅을 파 석탄을 끄집어내어 수숫대로 만든 바구니에 담아 나른다. 땅굴에 들어갈 때도 있고, 노천광에 몸을 거의 파묻고 석탄을 주워올릴 때도 있다. 등뼈가 부러지도록 일해 바구니를 채운 뒤 석탄을 지고 마을에 걸어가 파는 것이 그의 일이다. 자르칸드에는 1만5000개의 탄광이 있는데, 광부 상당수는 아이들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7일 “나이보다 훨씬 체구가 작은 이 아이들은 하루 200루피(약 4000원)를 받으면서 일주일에 엿새를 일한다”며 “이 어린 광부들은 인도 경제의 감춰진 치욕”이라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인도 북동부 메갈라야주의 탄광 어린이들의 실태를 최근 보도했다. 13세의 산자이 체트리는 땅굴..

물 잡아먹는 사탕수수- 플랜테이션과 물부족의 악순환

데칸 고원 서부에 있는 마하라슈트라는 인도에서 세번째 큰 주이고 농업중심지다. 특히 이 지역은 사탕수수 재배지로 유명한데, 올들어 농작물이 비틀리고 ‘사탕수수에서 쓴맛이 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수자원 관리 예산을 늘리면서 계속 댐을 짓고 있고 주민 물배급에도 열심이지만 물 부족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인도의 물 부족을 불러오는 ‘천재와 인재의 결합’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마하라슈트라의 경우 올 들어 1972년 이래 최악의 물부족을 겪고 있다. 정부는 올해 인도 전역에서 물공급용 탱커 2000대를 동원해 가뭄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구하겠다고 하고 있고, 마하라슈트라에도 탱커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시골마을에 사는 달리트(불가촉천민)들에게는 겨우 나흘에 한..

글리벡의 패배

글로벌 거대 제약회사가 요구한 약품 특허권을 인도가 끝내 거부했네요. 인도 일간 더힌두는 1일 대법원이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제기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특허권 청구소송을 기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바티스는 2006년 인도에서 약물성분 함유량을 늘린 ‘고용량 글리벡’의 특허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인도 지적재산권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노바티스는 이 약이 이전의 제품들보다 향상된 것이므로 특허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용량을 늘린 것만으로는 특허를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창의성과 고유성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7년을 끌어온 이 소송에서 법원이 노바티스의 주장을 기각함으로써 인도의 제약회사들은 이 약을 계속 생산해 싼값에 공급할 수 있게 됐습..

라나지트 구하, '역사 없는 사람들'

역사 없는 사람들 : 헤겔 역사철학 비판 History at the Limit of World-History (2003)라나지트 구하 | 이광수 역 | 삼천리 | 2011년 11월 부제가 '헤겔 역사철학 비판'이다. 헤겔, 역사철학. 너무 무겁다. 무지하고 가벼운 나로서는 다가가기 참 힘들다. 표지도 무겁다. 하지만 '역사 없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에 끌렸다. 역사 없는 사람들. 키스 휘틀럼이 에서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던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노린 '역사 지우기', 옛 유럽 식민주의자들과 미국 백인들의 아메리카 원주민 역사 지우기 같은 것들이 떠올랐다. 200쪽 남짓한 많지 않은 분량. 요즘 '민족주의'를 화두로 삼은 책을 여러 권 이어서 읽고 있던 차였기에 망설임 없이 꺼내 들었다. 재미있었다. 호미 바바..

딸기네 책방 2012.05.12

간디의 '큰 재판'

영국은 1차 대전 기간 인도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인도방어규제법(Defence of India Regulations Act)이라는 것을 도입했습니다. 일종의 전시 비상계엄령 비슷한 억압적인 법률이었습니다. 당초 이 법은 한시적인 것이었고, 인도인들은 전쟁이 끝나면 영국 제국 안에서 어느 정도 독립성이 보장된 자치령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19년 3월 영국 당국은 롤랫 법(Rowlatt Act)을 만들어 인도방어규제법을 연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배신당한 인도인들과 영국의 학살 법률가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Mohandas Karamchand Gandhi. 1869-1948), 훗날 세상에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위대..

뭄바이에서 또 테러

인도의 금융수도 뭄바이에서 어제 저녁 세 건의 연쇄폭탄테러가 발생해 17명이 숨지고 130여명이 다쳤습니다. 뭄바이 중심가 다다르와, 남쪽 뭄바데비 힌두사원 부근 자베리 시장, 오페라하우스 근방에서 연쇄적으로 폭탄이 터졌습니다. 다다르에는 사람이 그리 붐비지 않았지만 나머지 두 곳은 인파가 몰리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일부 시민들은 하도 폭음이 커서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고요. 이 폭탄테러 직후 인도 내무부는 수도 뉴델리와 콜카타에 대해서도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오늘 더타임스오브인디아 보도를 보니, 테러범들이 질산암모늄을 이용한 폭발물질로 공격을 했다고 하네요. 질산암모늄은 상온에서는 고체이지만 기름과 합쳐지면 폭발을 일으키는 위험물질입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터에서 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