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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조정 국면인가, 대공황의 전주곡인가. 금융위기가 갈수록 심화되자 미국에서는 1920년대 말~30년대 초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공황이 다시 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선 ‘체감 공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CNN방송이 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10명 중 6명은 “대공황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25%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 △금융기관 연쇄 도산 △노숙자 급증과 가계재정 파탄 등 대공황이 불러온 현상들을 제시한 뒤, 성인 1000명에게 이 같은 일이 재현될 것이라고 보는지 물었다. 응답자의 59%는 ‘가능성이 아주 높다’거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시사 주간 타임은 최신호에서 대공황 가능성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영국 출신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타임 기고에서 “아직 ‘대공황 버전 2.0’ 단계는 아니지만 역사를 돌아보며 교훈을 얻어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대공황과 80년대 미국 주택대부조합 파산 사태, 그리고 이번 금융위기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석했다. 1929년 10월29일 ‘검은 화요일’로 촉발된 대공황은 증시 거품이 꺼지면서 일어났다. 간헐적인 상승 국면은 있었지만 증시 폭락은 40년대 초반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까지 반복됐다. 소득 감소와 함께 실업률이 치솟고 가계 소비가 줄었다. 돈을 빌려 자동차를 산 미국인 중 빚을 못 갚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금융 위기가 확산됐다. 30년대에 미국에서는 은행 9000여개가 파산했다.
대공황과 현 금융위기는 모두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옮아간 것도 같다. 대공황 뒤 미국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급락했으며 전반적인 디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아직 디플레이션이라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년 전까지 고공행진을 해온 국제유가는 6일 배럴당 80달러대로 내려갔다. 천연가스와 구리, 알루미늄 등 원자재값과 곡물 가격도 급락했다.
대공황 뒤 각국은 일제히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 미국은 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도입, 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수출액은 29년 52억달러에서 33년 17억달러로 줄었다. 오늘날에는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국가들 간 공조가 훨씬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유럽 국가들에서 보이듯 국가별 이기주의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대공황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가 많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는 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6%대에 머무르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이 하락할 기미도 없다”며 대공황 가능성을 일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공황과 현 금융위기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40년대 이래 미국은 10번의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실업률이 가장 높이 올라갔던 81~82년에도 10.8%에 그쳤다. 또 2000~2002년 주가가 50%까지 빠진 적도 있으나, 대공황 때는 무려 90%가 날아갔다. 대공황 때는 미국 은행의 5분의 2가 파산하는 등 지금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명 경제분석가 마틴 울프는 최근 칼럼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현 상황이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고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숫자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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