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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먼, <평화의 지정학>

평화의 지정학니콜라스 존 스파이크먼. 김연지 외 옮김. 섬앤섬. 4/7강연록 정리한 것이라 짧지만 흥미로웠다. 뒷부분 한국 학자들이 각기 해제 성격의 글을 올려 둔 것도 재밌게 읽었다.독일과 일본은 1941년 이후로 두 개의 다른 전선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유형의 전쟁, 즉 대륙 전쟁과 수륙양면 전쟁에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큰 곤란을 겪고 있었다.오직 해전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앵글로색슨의 두드러진 편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의 육군력이 영향을 미치는 육지의 전장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자각했다. 유럽의 해안과 태평양의 섬에 상륙했더라도, 러시아와 중국의 전선이 없었다면 독일과 일본의 힘을 물리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러시아의 힘은 우랄산맥의 서쪽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

딸기네 책방 2025.04.10

박건영, <처음 만나는 국제정치학>

처음 만나는 국제정치학 - 투키디데스에서 코펜하겐학파까지박건영. 사회평론아카데미. 4/8국제정치학은 강대국들의 논리와 이해 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성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국적 정체성을 갖는 국제정치학이란 국제정치의 이러한 권력정치적 (power politics) 현실의 수용이라는 임계치 내에서만 현실적으로 타당 하다고 보는 '보편성-기반의 한국적 정체성'을 제시한다. 동시에 나는 기존의 국제정치학 또는 국제정치적 담론(discourse)이 서구의 이론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들의 가치관과 시공간적 시대를 반영할 수밖 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한국적 정체성의 일부라고 파악한다. 한국적 정체성을 가진 발상과 성찰은 서구발 국제정치학의 역사성(historic..

딸기네 책방 2025.04.08

[구정은의 '수상한 GPS'] 트럼프 시대를 견뎌내는 세계 사람들

3월이지만 여전히 눈 덮인 누크(Nuuk), 흰색과 빨간색 바탕에 동그라미가 교차하는 깃발들을 든 사람들이 모여 소박해 보이는 붉은 건물을 에워쌌다. 덴마크의 자치지역인 그린란드의 주도인 누크는 인구가 2만명 밖에 안 된다. 올라 욜슨이 주관한 15일의 시위에 무려 3000명이 모였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을 주장하는 것에 분노한 욜슨과 시민들은 미국 영사관을 에워싸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6만명 조금 못 되는 그린란드 주민들의 거의 대부분이 북극권 원주민인 이누이트 혹은 이누이트와 유럽계의 혼혈이다. 이 섬 사람들은 오랫동안 덴마크 정부와 싸워 자치권을 늘려왔고, 우라늄을 비롯한 광물자원을 외지인들이 가져가고 환경마저 망치는 것에 저항해왔다. 그런데 느닷..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라는 타이틀을 단 세 번째 책을 선보인다. 첫 책이 나온 게 2015년이었다. 두 번째 책은 10년이 절반 남짓밖에 지나지 않은 2021년에 나왔다. 그리고 다시 몇 년 만에 세 번째 책을 내놓게 됐다. 저자들은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세상의 변화에 주목해왔지만 ‘챗GPT 이후의 세계’는 변화의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른 듯하다. 그러나 실제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공지능을 아주 잘 쓰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생겨나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도구를 열심히 활용하고 있지만 중장년층부터는 ‘아이고 머리 아파’ 하는 분위기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의식적으로 앱이나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더라도, 이미 인공지능을 비롯한 온갖 새로운 ..

로버트 케이건, <밀림의 귀환>

밀림의 귀환로버트 케이건. 홍지수 옮김. 김앤김북스. 4/1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게 아니며, 아끼고 가꿔야 하는 정원 같은 것, 가장 애써야 하는 것은 결국 미국인데 미국이 가꾸길 포기하려 하니 밀림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 ‘지정학의 귀환’을 얘기하는 요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자유주의 체제를 살리자고 말하지만 아이켄베리 같은 이들과 비교하면 극히 현실주의적이다. 전후 세계질서를 설계한 이들은 이러한 의미에서 현실주의자였지만, 그들이 보편적이고 부인할 수 없다고 믿었던 자유주의와 그 이념이 표방하는 이상과 원칙에 봉사하는 현실주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들은 미국 건국의 아버 지들과 비슷했다.그들은 당대의 그리고 현재의 이상주의적 국제주의자들이 지닌 낙관론, 즉 자유로운 상거래와 ..

딸기네 책방 2025.04.01

[구정은의 '현실지구']러시아의 '이케아 공격'과 리투아니아의 불안

리투아니아 검찰이 지난 17일 러시아 군 참모본부와 관련된 인물들을 기소했다. 작년 5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이케아 매장에서 불이 났는데 그것이 러시아 측 방화 공격이었다는 것이다.  하필 이케아 매장을 공격한 것은, 이 브랜드의 노란색과 파란색 로고가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과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투아니아 검찰은 GRU의 광범위한 다단계 네트워크가 공격을 위해 가동됐다고 했다. 검찰은 이케아 공격을 러시아가 조직한 “테러행위”라고 불렀다. 이케아 사건이 일어났을 무렵 이웃한 폴란드에서도 쇼핑센터 화재가 일어났는데 폴란드 측은 이 또한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사보타주 공격으로 해석한 바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리투아니아 측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빌뉴스와 바르샤바의 쇼핑센..

야성황, <중국필패>

중국필패야성황. 박누리 옮김. 생각의힘. 3/28재미있었다. 번역도 넘 좋고. 중국 정권의 지속력을 잘못 판단한 이들의 역사는 유구하고, 고든 창(2001, )은 그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1850년대에 마르크스는 청 왕조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민중 반란과 외세의 침략이 라는 엄청난 압력에 시달리면서도 청나라는 60년이나 더 버텼고 마르크스는 죽을 때까지 청의 멸망을 보지 못했다.중국을 잘 아는 사람들은 중국의 멸망을 섣불리 예측하지 않는다. 왕조 시대 중국에 대해 에릭 존스는 "중국의 유일무이함은 어마어마한 세월 동안 제국과 문화를 유지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학자 앤드류 네이튼Andew Nathan은 많은 사람이 천안문 사태가 중국의 붕괴를 불러오리라 예측할 때 중국의 "권위주..

딸기네 책방 2025.03.28

[구정은의 ‘수상한 GPS’] 트럼프의 ‘납치 특사’와 가자지구 ‘리비에라 플랜’

미국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이어 곧바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중재에 나섰다. 팔레스타인 땅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을 내보내고 ‘리비에라(해안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과, 이런 발상에 반대하는 아랍-이슬람권 공동구상이 맞부딪치고 있다. 가자를 둘러싼 상황은 이달 들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전인 작년 12월 초 소셜미디어에 “내가 취임하기 전에 (하마스는) 가자지구 포로들을 석방해라, 그러지 않으면 지옥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12월 말과 올 1월 초에도 그는 같은 발언을 반복했다. 그러더니 최근 하마스와 미국 측이 직접 접촉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애덤 볼러가 몇 주 동안 카타르 도하에서..

Karns 외, <국제기구의 이해>

국제기구의 이해 -글로벌 거버넌스의 정치와 과정(제3판)Margaret P. Karns • Karen A. Mingst • Kendall W. Stiles 지음김계동• 김현욱• 민병오• 이상현• 이유진• 황규득 옮김. 명인 문화사단편적으로 알던 것을 이렇게 한 번에 정리된 교과서로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오랜 기간 동안 국제관계 학자들은 정부간기구들이 회원국들을 대표하는 기관이라 간주하면서, 이 기구들의 조직적 특성, 의사결정체계 그리고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정부간기구들은 자체적인 권한을 가진 행위자로 인식이 되는데… 정부간기구 사무직원들은 회원국들이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많은 정부간기구 직원들은 회원국정부에 의해 사무국 직원..

딸기네 책방 2025.03.21

칼 슈미트, <땅과 바다>

땅과 바다칼 슈미트. 김남시 옮김. 꾸리에. 3/17세계사는 땅의 힘에 대한 대양의 힘의 투쟁, 대양의 힘에 대 한 땅의 힘의 투쟁의 역사란다.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땅과 바다의 원소적 대립을 알아 차리고 있었는데, 19세기 말까지도 당시 러시아와 영국 간의 긴장을 "곰과 고래의 투쟁"이라고 지칭하곤 했어. -17헤겔의 광범위한 사유세계의 정신을 담지하던 독일의 지리철 학자 에른스트 캅Ernst Kapp은 『비교 보편 지리학Vergleichende Allgemeinen Brdkunde』 (1845)에서 물에 의거해서 제국의 발전 단계를 규정한 바 있단다. 그는 세 가지 발전단계를 구분하는데, 이는 거대한 드라마 한 편의 세 막에 해당돼. 그에게 세계역사는 "하천학적 Potanischen" 문화, 다시 말해 ..

딸기네 책방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