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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를 축하하기 위해 4일 밤(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오바마 랠리’ 집회장을 비춘 CNN방송 화면에는 눈물을 흘리는 제시 잭슨 목사의 모습이 비춰졌다. 1980년대 민주당 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잭슨 목사를 비롯해, 흑인 민권운동에 투신했던 모든 이들에게 오바마의 승리는 험난한 세월에 대한 회한과 환희를 동시에 안겨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날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태어나 자라고 목사로 활동했던 조지아주 애틀랜타 오번거리의 에벤에셀 침례교회 앞에는 수천명의 흑인들이 모여 민권운동에 투신했다가 투옥·폭행을 당하거나 암살된 이들을 기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킹 목사와 부인 코레타 여사를 위한 촛불을 들고 추모식을 한 뒤 오바마 당선을 축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킹 목사의 여동생 베니스 킹 목사와 크리스틴 킹 패리스,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 등 유족들도 참석했다. 민권운동을 함께 했던 하원의원 존 루이스와 전 유엔 대사 앤드루 영 등 흑인 유명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크리스틴 킹 패리스는 오바마 당선에 대해 “오빠가 살아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지를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감격해했다. 킹3세도 “아버지는 ‘투표권이 없는 사람은 가장 무력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었다”며 “변화가 일어났고 우리는 승리를 눈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저명한 침례교 목사이자 민권운동가인 앨 샤프턴은 집회 뒤 ABC방송 인터뷰에서 “남부에서도 오바마 지지율은 예상보다 높았다”며 미국 정치가 인종주의에 휘둘리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의 국립민권운동박물관은 이날 밤새 문을 열고 오바마 당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을 맞았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모여든 흑인 가족 수백여명은 TV를 보며 기쁨을 함께 했다. 이 곳은 40년 전 킹 목사가 암살된 로레인모텔이 있던 곳이다. 조니 윌리엄스라는 66세 여성은 “꿈만 같다”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한쪽에서는 “오바마! 오바마!”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젊은이들은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봉고를 두드리며 리듬에 맞춰 춤판을 벌였다.
앨라배마주 버밍엄은 60년 전 극우파 정치인 스톰 서먼드가 인종분리를 내세운 선거운동을 벌이며 대선 도전을 선언했던 곳이다. 1957년에는 폭력조직 KKK 단원들이 흑인 가수 냇 킹 콜의 공연장을 습격해 유혈사태를 빚었던 악명높은 ‘인종차별 지역’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승리가 확정되자 흑인과 백인 주민들이 모두 거리로 달려나와 “이제는 역사의 아픔을 씻게 됐다”며 환호했다. 60~70년대 최초의 흑인 대법관을 지낸 서굿 마샬을 기념하는 ‘서굿 마샬 컬리지 기금’은 “오바마와 부인 미셸은 피부색을 넘어 모든 인간이 고귀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세상에 확인시키게 될 것”이라며 당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냈다.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외곽의 침례교회에서는 92세 고령의 흑인 유권자 로비 클라크가 “내가 흑인 대선후보에게 투표를 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머금었다. 오바마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그는 “버스의 뒷칸에 타야 했던 차별의 날들이 떠오른다”며 회한에 젖었다.
90년대 버지니아주에서 미국 흑인 사상 첫 민선 주지사를 지낸 공화당의 대표적인 흑인 정치인 더글러스 와일더는 선거결과에 누구보다 놀라움을 표현했다. 앞서 선거 전 그는 “브래들리 효과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다”며 오바마 측에 경고를 보냈었다. 대선 결과가 나오자 그는 “내가 선거운동을 할 때만 해도 인종이 큰 장애물이었는데 이제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 리처드 노튼 스미스 교수는 “이번 대선은 '우리가 우리를 보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선거의 본질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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