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추의 특권
35. 지리소라는 곱추는 턱이 배꼽에 묻히고,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고, 상투가 하늘을 향하고, 내장이 위로 올라갔으며, 두 넓적다리가 옆구리에 닿아 있었습니다. 바느질을 하고 빨래를 하면 혼자 먹을 것은 충분히 벌고, 키질을 해 쌀을 까불면 열 식구 먹을 것은 충분히 벌었습니다. 나라에서 군인을 징집할 때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사람들 사이를 [당당하게] 다녔고, 나라에 큰 역사가 있어도 성한 몸이 아니라 언제나 면제를 받았습니다. 나라에서 병자들에게 곡식을 배급하면 3종의 곡식과 장작 열 단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외모가 온전하지 못한 곱추도 몸을 보존하고 천수를 다하는데, 하물며 그 덕이 곱추인 사람이겠습니까?
미친 사람 접여(接與)의 노래
36. 공자가 초(楚)나라에 갔을 때, 접여(接與)라는 미친 사람이 그의 숙소 문 앞을 오가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봉황이여, 봉황이여,
덕이 어찌 쇠했는고.
오는 세상 기다릴 수 없고,
간 세상 되잡을 수 없지.
세상에 도 있으면
성인 일 이루나,
세상에 도 없으면,
성인 그냥 살아갈 뿐.
지금 같은 이 세상
벌 면하기 힘들구나.
복은 깃털처럼 가벼우나
들 줄을 모르고,
화는 땅처럼 무거우나
피할 줄을 모르네.
그만두오, 그만두오.
덕으로 남 대하는 일.
위태롭다. 위태롭다.
땅에 금을 긋고
그 안에서 종종걸음.
가시나무여, 가시나무여.
내 가는 길 막지 마라.
내 발길 구불구불
내 발을 해치 마라.
산 나무는 스스로를 자르고
등불은 스스로를 태운다.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어 잘리고,
옻나무는 쓸모 있어 베인다.
사람들 모두 ‘쓸모 있음의 쓸모’는 알고 있어도
‘쓸모없음의 쓸모(無用之用)’는 모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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