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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아프팍'의 데자뷔

딸기21 2009. 12. 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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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국인 여행객들을 폭탄테러로 살해한 예멘 알카에다 조직이 ‘성탄절 항공기 테러’ 미수사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예멘에서 대테러 전선을 넓혀가고 있지만, 예멘 친미정부는 알카에다 조직과 여러 갈래로 얽혀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악몽이 예멘으로 번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인 여행객 살해사건 주범이었던 예멘의 ‘아라비아 반도 알카에다(AQAP)’는 28일 웹사이트에 성명을 올리고 “우리가 나이지리아인에게 최신 장치를 내줬는데 기술적인 결함 때문에 폭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들은 21일 미국이 예멘 정부를 시켜 자기네 본거지를 공습하고 있다면서 항공기 등에 대한 테러공격을 경고했었다.
예멘 정부도 28일 “항공기 테러를 저지르려다 붙잡힌 나이지리아인 우마르 파루크 압둘 무탈라브가 이달 초까지 예멘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압둘 무탈라브는 붙잡힌 뒤 “예멘의 알카에다 캠프에서 훈련을 받고 폭약도 건네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자백이 거의 사실로 굳어져가는 분위기다. 압둘 무탈라브는 자기 말고도 다른 테러범들이 추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간·파키스탄(‘아프팍’)에 이어 또다른 골칫거리를 떠안게 됐다.




AQAP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이다. 이들의 목표는 사우디 친미왕조를 몰아내고 아라비아 반도를 미국 지배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원래 사우디 알카에다와 별도 조직이었으나, 사우디 정부가 극단주의자 소탕작전을 벌이자 치안이 허술한 예멘으로 사우디 조직원들이 넘어오면서 올초 합쳐졌다.
여기에 아프팍과 소말리아에서 넘어온 극단주의자들이 결합하면서 아프팍·이라크 알카에다에 버금가는 테러조직으로 떠올랐다. 2003년 사우디 리야드 외국인시설 연쇄테러, 2004년 사우디 알호바르 석유회사 테러공격, 한국인 등 예멘 내 외국인 관광객 납치·살해 등을 저지른 것도 이들이다.
AQAP 지도자인 나시르 알 와히시는 오사마 빈라덴의 비서였던 인물로, 2003년부터 이 조직을 이끈 걸로 보인다. AQAP 지도부가 이라크 등지에서 미군에 줄줄이 사살되는 동안 예멘에 머물며 살아남았다. 2인자 사이드 알리 알 시흐리는 관타나모 테러용의자 수용소에 갇혀있다가 2007년 11월 풀려난 뒤 사우디를 거쳐 AQAP에 합류했다. 지난해 예멘 수도 사나에서 일어난 미대사관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스뉴스 등 미국 보수언론들이 버락 오바마 정부에 관타나모 수감자 석방을 보류하라고 요구하는 근거다. 지금은 거의 사멸된 이라크 알카에다에 비해 AQAP는 빈라덴 조직과 훨씬 밀접히 이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압둘 무탈라브 사건을 계기로 예멘에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28일 “모든 힘을 다해 테러세력을 쫓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미 미국은 올들어 예멘에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와 정보요원들을 파견했다. 오바마는 최근 예멘 정부에 대테러전 무기·자금을 내주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앞으로 18개월간 7000만달러를 들여 예멘 대테러전 병력을 훈련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지원하는 예멘 친미정부와 알카에다 극단세력이 얽혀 있다는 사실이다.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북부 사다 지역 시아파 반군을 진압하려고 알카에다를 불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올 1월 빈라덴의 오른팔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살레 정부에 “더 많은 무자히딘(전사)들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소문도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정부군이 반군 진압을 핑계로 무차별 공습을 해 민간인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살레 정부는 알카에다를 이용해 시아파를 억압하고 정권을 유지해오다가 미국이 압력을 넣자 등떼밀려 대테러전에 나섰다. 예멘측의 ‘배신’과 미국의 공세로 궁지에 몰린 AQAP는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반 소련 항쟁에 무자히딘들을 이용한뒤 냉전이 끝나고 저버렸다가 발목을 물렸다. 배신당한 극단세력의 보복극, 대테러전을 빌미로 한 민간인 살상과 민심의 이반, 극단세력과 얽혀 있는 현지 정부. 예멘과 아프팍은 그대로 ‘닮은 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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