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가자로 가는 험한 길

딸기21 2010. 1. 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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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국경을 넘었다.비바 팔레스티나(팔레스타인 만세)!”

가자(Gaza)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영국과 터키 등 세계 17개국에서 온 자원활동가와 구호요원들이 지난해 12월초 영국을 출발, 약 200대의 트럭에 짐을 싣고 홍해에 면한 아카바 항에 도착한 것은 크리스마스가 되어서였다. 트럭에는 의약품과 식품 등, 봉쇄 속에 굶주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긴급구호품이 실려있었다. 하지만 침공 1년이 지나도록 철통 봉쇄를 하면서 ‘가자 고사작전’에 들어간 이스라엘과, 이스라엘·미국 눈치를 보는 이집트는 빗장을 닫아걸고 트럭들의 발을 묶었다. 가자에서 정부 역할을 하는 무장정치조직 하마스를 몰아내기 위해 100만명 가자 주민 모두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북쪽과 동쪽은 이스라엘에 둘러싸여 있고, 지중해쪽 서부해안도 이스라엘군에 봉쇄돼 구호선박이 들어가지 못한다. 남쪽 이집트 국경만이 가자와 외부를 잇는 통로이지만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과 협상하며 가자 국경 라파검문소를 폐쇄했다. 최근 이집트는 이곳 국경에 ‘철벽’을 세우기 시작,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 시위자가 6일 요르단 암만의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별이 그려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밟고 서 있다. /로이터


이번 구호트럭들은 영국·터키·말레이시아·미국 등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 ‘비바 팔레스타인(VP)’이 준비한 것이다. 이집트 정부는 아카바항에 도착한 500여명의 활동가들에게 트럭을 몰고 멀리 북쪽의 시리아를 거쳐 가자로 가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 항의에 부딪친 당국은 지난 4일 이집트 알 아리쉬 항구 입항을 허용했으나, “트럭 일부는 이스라엘 허락을 맡아 통과하라”며 라파검문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비바 팔레스타인 웹사이트에 실린 라파검문소 앞 시위


검문소 앞에서는 이틀간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다. VP 웹사이트에 따르면 5일과 6일 수십명이 다치고 체포됐다. 6일 오전 다국적 활동가들과 가자 주민들이 국경을 사이에 두고 이집트 국경수비대와 충돌해 이집트 군인 1명이 숨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전총리 등이 나서서 이집트 정부에 국경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구호대를 이끈 영국 유명정치인 조지 갤러웨이 의원은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에게 서한을 보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부인 수잔 여사를 설득해달라 부탁했다. 마침내 6일 오후 검문소가 열려 100여대의 트럭이 가자에 들어갔다. 목매어 기다리던 주민들과 하마스 간부들은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가자 주민들이 6일 국경을 넘어 들어온 ‘비바 팔레스티나’ 구호대원들에게 깃발을 흔들며 환호를 보내고 있다. /신화

 

영국 조지 갤러웨이 의원(위 가운데)이 6일 구호대를 이끌고 가자에 도착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AP

*갤러웨이
는 이라크전에 반대한 대표적인 영국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나중에 미 의회 조사단은
“갤러웨이가 이라크 ‘석유-식량 교환프로그램’을 밀어주고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석유-식량 교환프로그램’은 유엔이 경제제재로 인도적 위기에 처한 이라크를 위해
실시했던 프로그램이다. 갤러웨이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VP 구호대에 동행한 영국 아랍전문가 하난 체하타 박사는 알자지라방송 인터넷판 기고에서 “하지만 이번 구호물품은 굶주리는 주민들에겐 한방울의 물에 불과할 뿐”이라며 더이상 세계가 이들의 현실에 눈감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갤러웨이 의원은 “가자 봉쇄는 수많은 이들을 서서히 죽이는 대량학살”이라며 “이집트와 아랍국들, 그리고 전세계가 이를 보고만 있을 것이냐”고 비판했다.
구호대는 48시간 동안 활동을 끝낸 뒤 철수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파장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국 법원은 가자침공 책임을 물어 이스라엘 정치지도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영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더욱 꼬일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는 자국군인이 숨진데 대해 하마스를 맹비난하고 있다. 하마스의 라이벌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가자 주민들을 나몰라라 한채 이집트 편을 들었다. 이스라엘·이집트의 봉쇄로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지만 결국 하마스가 더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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