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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균열' 조짐?

딸기21 2010. 1. 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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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분열되고 있는 것일까. 유엔 아프간 특사와 탈레반 측이 두바이에서 비밀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상’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탈레반의 균열을 시사하는 조짐이 보여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은 유엔과 탈레반 측이 이달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비밀리에 만났다고 28일 보도했다. 탈레반은 최고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밑에 군사조직과 정치조직, 지역별 조직을 두고 있다. 지역별 조직은 이슬람의 전통적인 협의체를 가리키는 ‘슈라(shura)’로 불리며, 최고 슈라가 이들을 총괄한다. 여러 지역조직 중 파키스탄 퀘타의 슈라를 이끄는 지역 군사령관이 지난 8일 두바이에서 유엔 아프간대표부의 카이 아이데 특사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는 유엔 소식통들을 인용해 “탈레반 측은 협상을 위한 대화를 요구했으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신변안전을 보장해주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바그람 기지 등 미군이 엄호하는 시설 내에서 비밀협상을 하는 것은 싫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나토군 사령관은 탈레반과 평화협상을 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과의 권력분점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며 적극적으로 ‘탈레반 끌어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유엔의 고위 관리가 직접 탈레반과 만난 것은 처음이고, 탈레반 측이 대화에 응한 것도 처음이다. 이는 탈레반 내부에서 일부 지역조직들, 혹은 ‘온건’ 세력이 강경한 중앙조직으로부터 갈라져나오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퀘타 슈라가 나선 것으로 보아, 아프간 쪽이 아닌 파키스탄 쪽 탈레반 조직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 퀘타 슈라는 아프간과 인접한 파키스탄 중서부의 중심도시 퀘타에 기반을 두고 있다. 파키스탄에는 타흐리크 이 탈레반(TTP)이라는 자체 이슬람 극단조직이 활동하고 있으나 이들은 파키스탄군과 미군의 집중공격으로 지난해 지도자를 잃고 큰 타격을 입었다.
퀘타 슈라는 TTP가 아닌 아프간 탈레반의 직계 조직이다. 지난해 9월 미국은 파키스탄이 퀘타 슈라의 활동을 용인하고 있다고 파키스탄 정부를 맹비난, 양국간 마찰이 일었다. 뉴욕타임스는 “퀘타 슈라는 미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자 미-파키스탄 간 최대 현안”이라고 보도했었다.

서방 외교관들은 탈레반 중간급 사령관들과 젊은 병사들 사이에 ‘전쟁 피로감’이 커지면서 이탈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한 외교관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나중에 유입된 탈레반 ‘젊은 세대’들은 골수 탈레반들처럼 극단적이지 않다”면서 “그들은 알카에다와 함께 움직이는 것에 거부감을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엔은 향후 약 10억달러를 들여 탈레반 이탈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회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 남부의 신와리 부족이 미국으로부터 100만달러의 원조를 받는 대가로 탈레반과 싸우기로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인구 40만명의 신와리 부족은 탈레반의 지지기반인 파슈툰족 내 최대 부족 중 하나다.

탈레반 고위 지도부가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아직은 유보적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28일 탈레반을 포함한 전국의 지역 원로들을 모아 국가 대통합을 위한 회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 단합을 위해 열었던 ‘로야 지르가(원로회의)’를 다시 열되 이번에는 탈레반까지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탈레반 대변인인 모하마드 유수프 아마디는 카르자이의 제안에 대해 29일 “지도부가 조만간 참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탈레반 지도부는 “전사들을 매수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목적은 아프간을 해방시키는 것일 뿐, 이웃나라를 위협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쪽 조직이 협상에 나서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향후 협상이 잘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탈레반은 1990년대 집권 뒤 극단 통치와 여성탄압으로 아프간을 수십년 후퇴시켰다. 그들을 다시 정권 내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다. 카르자이 정부의 원로회의 제안에 미국은 ‘너무 많이 나갔다’는 반응이다. 탈레반 하급 사령관들과 단순가담자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아직도 알카에다와 연계를 갖고 있는 상층부까지 대화 대상으로 삼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카르자이 대통령의 아이디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돈으로 정치안정을 사는 것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신와리족만 하더라도 미국의 원조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곧바로 약속을 저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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