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주쿠 부근 도큐핸즈(TOKYU HANDS)에 갔습니다. 여러가지 온갖 것들(이렇게밖에는;;)을 파는 마트같은 곳입니다. 수퍼마켓처럼 식료품을 파는 것도 아니고 백화점처럼 의류를 파는 것도 아니지만, 일상에 필요한 가지가지 특히 아이디어 상품이나 DIY용품 같은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당초의 목적은 거기서 가방이 달려 있지 않은 캐리어(바퀴와 끌대만 있는 것)를 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도큐핸즈에 한번 들르면 거기서 끝날 수가 없지요. 2층부터 6층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구경을 했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엔 쇼핑이나 구경 따위에 정신을 팔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도쿄에 와서 놀고 있자니,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게 많네요. 특히 일본엔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는 아이디어 상품' 혹은 '이런 것까지 만들고 있구나 싶은 잡동사니'가 너무나 많단 말이지요. '아침에 출근할 때 소지품을 잊지 않고 챙겨가게 도와주는 현관용 미니 사물함', '꿇어앉을 때 다리가 덜 아프게 도와주는 H자를 눕힌 모양의 의자', '새끼발가락용 혹은 엄지손가락 전용 반창고' 등등. 도큐핸즈의 주방용품 코너에서 제 눈에 띈 것들 몇 가지 찍어왔습니다. 한국에도 아마 있을지 몰라요 ㅎㅎ
이거 뭔지 아시겠어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페트병을 쌀통 대용으로 쓰는 사람들을 위한 깔대기.
같이 들어있는 뚜껑과 함께 덮으면 냉장고용 간이 쌀통이 됩니다. 보시다시피 투명한 놈은 계량컵 기능도 하지요. 걍 깔때기로 쌀 들이붓고 페트병 뚜껑 덮으면 될텐데...
이것, 우리나라에도 있는지 모르겠어요. 쇠로 만든 가지... 가지는 그냥 모양일 뿐이고요. '츠케모노'라고, 일본 사람들이 많이 먹는 밑반찬이 있어요. 우리말로 하면 여러 종류의 채소'절임'이 되겠군요. 가지를 절일 때 저 쇠가지를 함께 넣어주면 색깔이 진하고 예쁘게 나온다네요.
이것도 그런 쇠가지 중의 하나.
사진에 보이는 물건에 '츠케모노 돌(石)'이라고 써 있군요. 무게는 1kg. 울나라에서도 오이지 만들 때, 오이를 소금물과 함께 장독에 넣고 무거운 돌을 얹는답니다. 그런 깨끗한 돌을 요샌 집 주변에서 찾기 힘드니까 저렇게 돌을 만들어 파는군요.
이것도, 절인 채소를 살짜쿵 눌러주는 두꺼운 유리 뚜껑과 전용 그릇.
이건 무거운 돌이나 뚜껑 대신 손잡이 돌려 채소절임 눌러주는 그릇.
전기를 쓰지 않는 핸드믹서.
손잡이로 줄을 잡아당긴 뒤 놓으면 통 안의 칼날이 휘리릭 돌아요. 이런 식으로 줄 잡아당겨 채소 물 빼는 그릇은 울나라에서도 많이 봤는데.
아래위 그릇을 돌아가며 뚜껑으로 쓸 수 있는 그릇세트.
통후추나 암염 따위를 갈아주는 스파이스 밀(spice mill)
일본인들이 도시락 따위 예쁘게 꾸미는 데에 온갖 정성 기울이는 거는 유명하지요.
저 연두색 물건은, 두 개가 한 벌로 되어 있습니다. 뭐냐고요?
요렇게... 김을 예쁜 컵 모양으로 접어주는 도구... 저기에다 밥을 담으면 케잌처럼 보이겠네요.
이것도 재미있습니다. 삼각김밥을 쉽게 절반 가를 수 있도록 김에 구멍을 뿅뿅 뚫어주는 도구... 이렇게까지 해서 도시락을 싸야 하나 싶지만. ㅋ
도시락 예술을 위한 전문가용 수준의 도구... 가위와 핀셋이 들어있습니다.
용도는, 사진에서 보이는대로... 주먹밥에 눈알 붙일 때 쓰면 된답니다 ㅋㅋ
역시나 주먹밥을 꾸미기 위해... 김을 모양 내어 자르기 위한 펀치.
삼각김밥용 도시락 가방. 저 안에는 삼각김밥용 플라스틱 도시락이 들어있겠지요.
햄이나 치즈 따위, 슬라이스 제품을 보관하기 위한 플라스틱 보관함.
걍 아무 그릇에나 넣어도 될텐데... 굳이 또 전용그릇을 만드는 일본 사람들.
도시락에 예쁜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연필 모양의 소스 통.
아흐흐... 도시락예술 편집증 같아...
도시락에 알흠답게 꽂아주는 미니 꼬치(라고 해야 하나요? 포크 대신 음식 찍어먹는 것...)
도시락통을 예쁘게 묶어주는 밴드
허리 부분에 철심이 들어있어, 원터치로 몸에 대고 한번 쳐주면 둘러지는 앞치마.
비닐로 되어 있어서 방수도 된다네요...
밥을 예쁜 모양으로 접시에 담을 수 있게 해주는 틀.
이것도 토끼 모양, 꽃모양 밥틀.
쌀과 물을 함께 집어넣고 흔들어주면 손에 물 묻히지 않고도 쌀을 씻을 수 있다...
이름하여 '코메토기(쌀씻기) 쉐이커'. 그렇게 귀찮으면 걍 햇반 사먹어...
손잡이 밑부분이 원통형이어서 세워둘 수 있는 주걱.
오믈렛을 예쁜 모양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오믈렛틀.
전자렌지에서 달걀 반숙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그릇.
저 중에선 아무것도 산 게 없지만, 저도 도쿄에서 몇가지 사들인 것이 있답니다. 1000만장 판매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실리콘 컵 뚜껑.... 이건 울나라에서도 많이 파는 것 같더군요. 실리콘으로 돼 있어서, 컵 뚜껑 아닌 다른 용도로도 쓸 일이 많답니다. 뜨거운 물건 잡을 때라든가, 손이 미끄러져 잘 열리지 않는 딸기잼 병을 열 때 몹시 유용... 100엔샵에서는 '전자렌지에서 뜨거운 그릇을 끄집어내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미니 쟁반'을 샀고요.
하지만 한걸음 떨어져서 보면, 쓰잘데기 없는 것같기도 하고 유용하기도 한 이런 물건들, 결국은 모두 환경파괴로 가는 길이더라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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