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을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무슨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에서 선정한 것은 아니지만, 들여다 보면 재미는 있습니다. 벌써 이거 뽑아 발표한지도 10년이 되었다네요.
쭉 훑어보니, 몇몇 사람이 눈에 띄네요. 더불어, '누가 누구의 소개글을 썼나'를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가장 먼제 제 눈에 띈 사람은 말랄라 유사프자이입니다. 15세, 직업은 Activist로 돼 있습니다.
바로 이 소녀입니다.
다만 학교에 가고 싶어했다는 이유만으로, 탈레반에게 공격을 당했던 파키스탄 소녀입니다.
[지구촌 올해의 사건] 유사프자이 피격… 탈레반 총탄을 이겨낸 ‘여성 인권’ 외침
말랄라에 대한 소개글을 쓴 사람은 첼시 클린턴입니다. 이제 빌 클린턴은 흘러간 인물이 되어버렸고, 부인 힐러리 클린턴 얘기가 나와야 빌 소식도 좀 들릴까 말까 하는 분위기...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있으니까요. 백악관의 소녀였던 이 부부의 딸 첼시는 NBC방송 리포터로 일하고 있는데, 뭐 그냥 리포터는 아닌지 special correspondent for NBC로 소개돼 있군요. 첼시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폭력과 맞부딪치는 일은 역사에 많았지만 말랄라 같은 어린 소녀가 그런 일을 겪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말랄라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여성 교육권을 주장하다가 탈레반의 총격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말랄라는 오는 7월에는 유엔에서 연설할 예정이랍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43)가 논란이 됐습니다(바로 위 사진 속 여성입니다. 저 사진은 '타임'이 아닌 '포브스' 커버랍니다). 페이스북의 2인자이자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대표 격이던 샌드버그가 자서전을 내면서 "여성들이여, 더 열정을 가지라"고 한 겁니다.
뭐가 문제냐고요? 성공하려면 여자들 개개인이 노력해야 한다면서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은 뒤로한 채 오로지 '여자들의 소극성'만을 성공의 장애물인 양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샌드버그의 이야기가 그 자신처럼 잘 나가는 여성들에겐 어필할지 몰라도, 직장에서 '바닥을 깔아주는' 대다수 여성들에게 과연 설득력이 있었을지...
바로 그 샌드버그도 타임 리스트에 올랐는데, 소개글을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썼습니다. 좀 읽어볼까요. "식민화된 의식과 내재화된 억압을 몰아내는 것이 모든 사회정의 운동의 역할이지만, 여성들에게는 이것이 특히나 어려운 일이다. 샌드버그는 평등을 가로막는 (가정과 직장) 안팎에서의 장벽 모두에 반대한다."
샌드버그는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스스로 다른 여성의 소개글을 썼습니다. 주인공은 이 사람입니다.
엄청 미인이죠? ^^
이 나라 여성들은 다 이렇게 이쁜 것 같아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찾아보기 힘든 여성 CEO 로야 마흐부브(25)랍니다. 2010년 시타델 소프트웨어라는 회사를 만들어 경영하고 있습니다.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교실 40개를 만들어, 총 1만6000여명의 아프간 소녀들을 세상과 연결시켜주겠다는 게 마흐부브의 꿈입니다. 샌드버그 아니라도 누구든 높이 평가할 만한 인물이로군요.
IT업계에서 이밖에 여러 사람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에서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61)이 포함됐네요. 존 스컬리 전 애플 CEO가 소개를 맡았고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CEO(37)에 대한 소개글을 썼습니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짐작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1순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51)이겠지요.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처음 선출됐을 때 세계는 아메리칸 드림이 현실이 되는 것을 목격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소개글입니다. 왕년의 당내 경쟁자, 집권 1기의 파트너로서 힐러리만큼 적격인 인물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오바마의 부인 미셸도 타임 100인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오바마도 직접 소개글을 올렸습니다. 오바마의 칭찬을 받은 이는 골수 보수파로 분류되는 공화당의 톰 코번 상원의원(65)입니다. 총기규제 법안이나 재정감축 문제 등을 놓고 오바마와 수차례 만나 협상을 했는데, 오바마는 "자기를 뽑아준 사람들을 대변하면서 스스로의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네요.
중국 새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59)과 부인 펑리위안(51)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가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다니, 대단히 이례적이군요. 요즘 중국도 나름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하고 있죠. 시 주석의 소개글을 쓴 사람은, 미-중 '핑퐁 외교'를 이끌어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입니다.
정치지도자들 중에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61)도 들어 있습니다. 같은 아시아의 여성 지도자이자 가족의 후광을 입고 집권했다는 측면에서도 공통점을 지닌 태국의 잉럿 친나왓 총리가 소개글을 썼습니다. 잉럿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입니다. 빌 클린턴 정권 시절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버마 민주화 운동 지도자이자 대권 주자인 아웅산 수지(67)와의 만남을 회상하는 소개글을 올렸습니다.
이래저래 여성들이 많이 보입니다. 말라위의 조이스 반다 대통령(63)은 얼마 전 미국 팝 가수 마돈나가 말라위에 와서 구호활동을 한다며 '귀빈 대접'을 요구한다고 비판,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반다는 아프리카 역사상 두 번째 여성대통령이죠. 아프리카의 '첫' 여성대통령으로 2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엘런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반다 대통령 소개글을 썼습니다.
터키 쿠르드족 지도자로 옥중에서 얼마 전 정부와의 평화협정 사실을 발표했던 쿠르드 오잘란(65)에 대해서는 영국 북아일랜드 독립운동 지도자였던 게리 애덤스 신페인당 당수가 소개를 올렸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로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횡포를 비난하는 데 앞장서온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중국은행감독위원회(CBRC) 의 수석 고문인 앤드류 셩(66)을 높이 평가하는 소개글을 썼습니다.
가수 셀린 디온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32. 위 사진)를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꼽았습니다. 스티비 원더는 저스틴 팀벌레이크(32)를 칭찬하는 소개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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