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전역에서 120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선데 이어, 22일에도 브라질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가 계속됐습니다. 집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사회인프라 개선계획을 내놓으며 ‘다독이기’에 나섰습니다.
전임자인 룰라 다 실바의 후광 속에 2011년 취임한 뒤 순탄한 길을 걸어온 호세프는 이번 시위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네요.
리우 시위, 시험대 오른 호세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발행되는 리우타임스는 호세프가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3가지 사회인프라 개선계획을 발표했다고 22일 보도했습니다.
호세프는 전날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이번 시위의 단초가 된 교통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또 석유수입을 투입해 교육인프라를 확충하고, 외국 의료인력을 수입해 보건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버스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가 교통·교육·보건 등 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되자 이에 대한 대책을 들고 나온 겁니다.
호세프는 연설에서 ‘공감’과 ‘소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는 “거리에서 들려오는 것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목소리”, “부패와 구조적으로 싸우고 공공자원을 다원화하자는 요구”라고 말했습니다. 열악한 공공인프라에 대한 불만과 정치권 부패에 대한 분노에 자신도 공감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죠.
1990년대 초반 페르난두 콜로르의 부패정권이 대중 시위로 축출된 이후 중도좌파 엥히케 카르도주와 노동운동가 출신 룰라가 연이어 집권했지만 공무원·정치권 부패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룰라의 ‘묵인 혹은 방조’가 의심되는 노동자당 내 부패 스캔들은 이번 시위에서도 주요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시위대와 만나고 싶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겠다"
호세프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시위대와 만나고 싶다면서 “그들의 기여, 그들의 에너지, 그들의 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행정제도와 기관들이 더 투명해지고 “잘못된 행위에는 더 큰 저항이 있기를” 자신도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내년 월드컵 준비에 재정을 낭비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도움을 좀더 이끌어내겠다”며 “납세자들의 돈을 월드컵 준비에 쓰면서 보건·교육 같은 핵심적 영역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소에도, 국민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합니다.
브라질이 안고 있는 경제·사회적인 문제가 호세프나 노동자당 탓은 아니라는 데에 국민들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고, 시위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호세프의 태도에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설에서 밝힌 계획들의 추상적인 내용에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고 BBC방송 등은 전했습니다.
시위대는 정부가 확실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보여줄 때까지 거리투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호세프의 고향이고 컨페드컵 축구경기가 열린 벨로오리존테에서는 22일 가장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대형 이벤트들을 앞두고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호세프의 초반 상황인식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습니다.
호세프는 내년 말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조사에서 현 정부 지지도는 63%였고, 호세프 개인에 대한 지지는 79%에 이르렀습니다. 룰라 시절을 방불케 하는 높은 지지율이었습니다. 이번 시위 전까지만 해도 호세프의 재선 가도는 탄탄해보였습니다. 내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2기 임기 때에 올림픽을 치름으로써 브라질 역사에 남을 여성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시위 사태가 재선에 적신호가 될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승부수가 될 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며칠 전 만나 뵈었던 가톨릭대 조돈문 교수는 “야권은 옛 독재정권 잔당들과 사회민주당 세력, 사민당·노동당 세력 등으로 갈려 있으며 노동자당 내에서도 부패스캔들로 옛 지도부 상당수가 날아가 호세프에 맞설 이렇다할 인물이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룰라의 측근인 질베르투 카발류는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회피하지 않는 용기” 때문에 룰라가 지난 대선에서 호세프를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엊그제 연설로 보아, 호세프는 이번에도 회피하지 않고 ‘대화’라는 무기로 정면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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