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화학의 아버지’ 앙투안 라부아지에는 아내의 번역본으로 공부했다. 영어와 라틴어를 공부한 아내 마리안 폴즈의 도움을 받아 당대의 최신 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 마리안은 논문을 비평하고, 화학책의 서문을 쓰기도 했다.
마리안 같은 여성은 많았다. 그들은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과학을 사랑하고 탐구했다. 다만 편견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기록으로 살아남지 못했을 뿐”이었다. 책에서 언급되는 넓은 의미의 여성 과학자는 82명에 달한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간호학)이나 레이철 카슨(식물학) 외에도 많은 이들이 “과학을 추구하는 신성한 전당에 들어가게 해달라 아우성치며” 자연과 인체와 우주에 매진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영국 최초의 여성 직업과학자였던 캐럴라인 허셜(천문학)은 자신을 조수로 고용해 연구 보조는 물론 집안일까지 시켰던 오빠 윌리엄(역시나 천문학자)의 영향으로 자신을 믿지 못했다. “나는 오빠가 필요에 따라 빚어낸 도구일 뿐”이라고 캐럴라인은 썼다.
비주류 취급을 받은 여성 과학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다른 소수자로 향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멕시코계 미국인 고고학자였던 젤리아 누탈은 기존 연구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단순히 야만인으로 그려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며 인도 최초로 의학 학위를 받은 여성 아난디바이 조쉬는 고국의 여성들을 돕는 꿈을 꿨다.
책은 기록되지 못한 이름의 흔적을 그러모으면서 ‘이름이 지워진 과정’도 전한다. 여전히 ‘여의사’ 같은 말이 쓰이는 세상에서, 앞선 여성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해볼 만하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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