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소말리아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딸기21 2008. 9. 30. 15:56
728x90
소말리아. 너무너무 가난한 나라이지요. 아프리카의 ‘무법 국가’ 소말리아에서 연일 참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바다에선 해적들이 무기운반선까지 납치, 미국과 러시아의 군함이 출동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육지에선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맥락'을 넘어서 '사람들'을 생각하는 겁니다. 구호기구에 식량을 의존해온 소말리아인들은 일자리와 먹을 것을 찾아 난민, 유민으로 떠돌다 목숨 잃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영국 BBC방송은 소말리아 해적들이 최근 러시아산 무기를 싣고 케냐로 가던 선박을 납치, 미·러 군함이 잇달이 소말리아 해역에 출동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28일 보도했습니다. 해적들은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선적의 선박을 납치했는데, 이 배에는 러시아제 T72 탱크 33대 등 케냐가 러시아에 주문한 무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재미난 뉴스일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신문들은, 소말리아 해적들이 '뜻밖의 횡재'를 했다거나, 간크게도 무기선을 털었다는 식의 화제성 기사로 이 뉴스를 전했습니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요. 재미난 뉴스 맞습니다. (그런데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한국 어부 가족들에게도 재미나게 들릴까요) 

튼 해적들은 케냐 정부에 2000만 달러(3500만달러라고도 합니다)를 요구했으나 케냐 측은 “해적과 협상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는군요. 케냐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해적들과의 접촉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고 하고...

미국과 러시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함을 파견했습니다. 영국과 우크라이나도 해상 정보망을 동원,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슬람 군벌들 손에 무기가 들어갈지 모른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럴 때 '뷁'이라고만 말합니다. 뷁...지롥...

납치된 선박의 우크라이나인 선장은 “선원 1명이 심장병으로 숨졌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습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는 해적들의 공격이 일상화돼 있지요. 지난 10일에도 한국 선박이 납치돼 석방을 위한 협상이 진행중이고요. 해적들은 28일에도 화학약품을 실은 그리스 선박을 납치했습니다.

이제 훨씬 처참한 뉴스로 넘어갈까요.

해적이 판치는 사이에 아라비아반도와 마주보는 이 바다에서는 목숨을 걸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소말리아인들이 수시로 ‘고기밥’이 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예멘에 밀입국하려던 소말리아인들이 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무더기로 숨졌다고 28일 밝혔습니다. 2세 어린아이까지 포함한 소말리아인 124명은 낡은 배를 타고 예멘으로 가다가 밀매 브로커들에게 버림받고 조난당했습니다. 물 한 방울 없이 18일 동안 바다를 떠돌던 이들 중 여성, 어린이들 비롯한 52명이 숨졌고 나머지는 예멘 해안경비대에 구조됐습니다.

'해적질' 하니까 재미있는 뉴스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고기밥'도 재미있는 뉴스가 될까요?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 근해에서 벌어진 이 두 사건은 ‘실패한 국가’ 소말리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소말리아 인구는 2003년만 해도 1070만명이었으나 내전을 피해 외국으로 도망치는 난민들이 많아지면서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를 벗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소말리아인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들의 경유지는 아랍에서 치안이 가장 혼란스러운 예멘입니다.국제 난민구호기구 ‘레퓨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현재 예멘에는 소말리아 난민 6만8000명이 살고 있습니다. 매년 수천명이 소말리아와 아라비아반도 사이 아덴만을 건너려는 목숨 건 시도를 하며, 조난 참사도 빈번히 일어납니다.

소말리아는 1960년 영국령 소말리란드와 이탈리아령 소말리란드가 독립한 뒤 합쳐져 생겨난 나라입니다. 독립 이래 길지 않은 역사 동안 이 나라에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에는 북아프리카의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오가덴 전쟁’을 치렀습니다. 1978년 군사정권이 붕괴된 뒤로는 군벌 통치와 내전이 반복됐습니다. 1991년 이래로 지금까지 내전으로 숨진 사람이 2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화 ‘블랙호크 다운’으로 유명해졌듯, 1990년대 이후로는 혼란을 비집고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 극단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해적들이 납치했다고 난리를 뽀개고 군함을 파견하는데, 미국은 빌 클린턴 시절 소말리아 내전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러다가 몇명 보냈는데... '블랙호크 다운'이 일어난 거지요. 미군 18명 죽었나... 암튼 그랬고, 미군은 엄청난 보복으로 소말리아인 1000명 이상을 죽였습니다.

각설하고, 2004년 압둘라히 유수프 아흐메드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세워졌지만 군벌들 간 싸움은 계속됐습니다. 이 때문에 과도정부는 사실상 통치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엔 평화유지군과 국제기구들은 군벌들이 해적들과 연계해 무기를 사들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남부를 장악한 이슬람법정연합(ICU)과 알 샤바브 등 이슬람 집단은 소말리아 세번째 도시 키스마요를 얼마전 장악했습니다. 재작년 월드컵 때 중계방송 못 보게 한, 아프리카 탈레반 세력이지요.

정부는 심지어 수도 모가디슈에도 못 들어가고 외곽 소읍 바이두아에 임시 거주하는 형편입니다. 최근에는 이슬람 세력이 모가디슈로까지 진격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모가디슈 전투로 80명 이상이 숨졌고 1만5000명이 집을 떠나야했다고 합니다. 올들어 모가디슈를 떠난 사람은 16만명에 이른다네요. 혼란이 극심해 구호요원들이 머무는 모가디슈의 호텔들조차도 사병을 동원, 영업을 할 정도라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그리고 북쪽엔 분리주의자들이 ‘소말리란드’를 선포, 과도정부로부터 사실상 벗어난 상태이고요.

독재와 전쟁에 시달리다보니 나라는 완전히 피폐해졌습니다. 현재 소말리아 안에서 고향을 등지고 떠돌이가 된 내부 유민(IDP)이 40만명, 국외로 빠져나간 난민이 6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소말리아는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어서 경작 가능한 땅은 국토의 1.6%에 불과합니다. 소말리아 출신 수퍼모델 와리스 디리의 책에는 건조지대 사람들의 척박한 생활이 잘 나와 있지요. 인도양에 면한 어촌들은 2004년 쓰나미 피해까지 입었습니다.
이나라 인구 대다수는 국제기구의 구호품으로 연명합니다. 식량도, 보건·의료 혜택도, 교육도, 물 공급도 모두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를 비롯한 구호기구들이 떠맡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슬람 군벌들은 자신들에 반대하는 구호기구를 내쫓는데 급급하니...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최근 무장세력을 피해 구호식량을 전달해주려는 캐나다 군함의 ‘상륙작전’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유엔은 소말리아인 320만명이 식량부족, 물 부족으로 인도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합니다. 소말리아는 유럽과 북미로 밀매되는 불법 ‘아동노예’의 주 공급처이기도 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