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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폭동'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딸기21 2011. 4. 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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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며칠 전 대선이 치러졌죠. 그런데 그 뒤 유혈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대선이 실시된 것은 지난 16일. 그 이후 벌어진 폭동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4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구호단체들은 “폭동 과정에서 죽은 많은 사람들이 소각되거나 우물에 버려지고 있어 피해자의 수를 정확히 헤아리기가 어렵다”고 전합니다. 상황이 몹시 심각한 듯하네요.
나이지리아 적십자사는 북부 14개주에서 선거 뒤 유혈사태로 피신한 난민들이 4만명에 이른다고 전했습니다. 정부는 북부 중심도시들에 통금령을 내리고 군경을 배치해 상황을 진정시키는 중입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나이지리아 원래 대통령이 우마르 무사 야라두아였는데 지난해 병으로 급서했죠. 그래서 굿럭 조너선(아래 사진) 부통령이 권력을 일단 승계를 했고, 지난 16일 대선이 치러져서 조너선이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나이지리아라는 나라는 남북 갈등이 좀 있습니다. 북쪽은 무슬림들이 많이 살고, 남쪽엔 기독교도들이 많이 삽니다. 하지만 종교는 중요한 건 아니고요. 정치경제적 요인이 정국을 좌우하겠죠.
전통적으로 북부 출신들이 이 나라의 지배권력을 형성해왔습니다. 숨진 야라두아 전대통령은 전형적인 북부 출신 엘리트였고, 이번에 당선된 조너선은 남부 출신입니다. 야당에선 북부 출신의 무하마드 부하리 후보가 나왔는데, 이례적으로 남부출신에 패했습니다. 대선에 불복하는 소요가 주로 일어난 것은 북부 지역입니다. 남부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데 대한 반발인 거죠.

남쪽 출신 대통령이 당선되면 북부엔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가 중요하겠죠. 
나이지리아는 세계 8위 석유수출국입니다. 석유이권이 막대한데, 유전은 거의 다 남부에 있습니다. 돈줄은 남부에서 나오는데 권력은 그동안 북부가 가졌던 그런 양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권력마저 남부가 가져가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석유 이익을 남부가 독점하지 않을까, 하는 북부의 불안감이 있는 겁니다.



나이지리아는 정실주의가 굉장히 강한 나라입니다. 연방제여서 주별로 독립성이 큰데, 주정부들은 서로들 연방정부로부터 예산을 어떻게든 더 많이 끌어가려고 야단입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권력층 간의 결탁 정도가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지방 권력자들은 중앙의 연줄과 인맥을 동원해 자기네 주로 최대한 돈을 끌어와서 주민들에게 선심을 써야 다음번 선거에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의 권력이 남부로 가면 북부 지역 토호들은 인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니 돈줄이 끊길까 걱정일 겁니다.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1억5000만명에 이릅니다. 인구규모로만 보면 세계 8위입니다. 18세기 이래로 아프리카 최대 인구를 자랑하고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신흥경제국이기도 하지만, 또한 민주화의 실험장이기도 합니다.
1999년에 이 나라를 오랫동안 통치했던 사니 아바차의 군부독재정권이 무너졌습니다. 그 때 주변국들에서와 달리 내전 없이 군정에서 민정으로 ‘평화적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1999년 대선, 2003년 대선, 2007년 대선, 이번 대선, 그리고 그 사이사이 치러진 총선과 지방선거 모두 국제감시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를 갖춰나가고 있는 반면에 사회적, 경제적 민주화와 국민들의 성숙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혹자들은 "아프리카엔 민주주의(선거)가 맞지 않아"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교육수준이나 생활수준이 딸리는 사람들에게 '한 표'를 준들 잘 행사할 리도 없고, 오히려 나라만 망가진다는 거죠.
제3세계의 한국 교민들, 혹은 제3세계에서 사업하는 한국 분들에게서 이런 대사를 들을 때가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더 '실질적으로' 진척시켜나가는 것이 해답이겠지요. '민주주의 해도 될 만큼 자랄 때까지는 억압정권이 있는 게 낫다'라고 하면, 이건 곧 우리가 '개발독재 시대'에 숱하게 들었던 슬로건이 되는 겁니다. 일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독재라는 걸 아무데나 '이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일단 이번 선거는, “완벽한 건 아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정도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선거결과가 잘못됐다고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이번에 패배한 부하리 후보는 “광범위한 부정이 자행됐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만, 조너선은 대선에서 총 3950만표 중에 2250만표를 얻었고 부하리는 1221만표를 얻었습니다. 거의 2배로 조너선이 이긴 거죠.


 

나이지리아에선 유혈사태가 종종 일어나는데, 대선 뒤 더 심해지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주로 북부와 중부에서 무슬림 하우사족과 기독교 부족들 간에 유혈충돌이 반복되고 있죠.
그런데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겉보기엔 종족·종교 갈등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요인, 즉 빈곤입니다. 지배계층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에겐 자원 개발의 이익이 거의 돌아가지 않으니까 얼마 되지 않는 농지와 물을 놓고 가난한 주민들 간에 피튀기는 싸움이 일어나는 거죠.
이번 폭동 때에도 북부 주민들이 기독교 교회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문제는 대선 이후의 권력 문제거든요. 억압적인 군부독재정권이 무너진 뒤에 오히려 이런 충돌이 가시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를 더욱 더 진전시켜서 자원 이익이 최대한 공평하고 투명하게 분배되게끔 만드는 게 관건일 것 같습니다. 조너선 대통령은 다음주로 예정된 각 지역 주지사 선거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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