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돋움' 글씨체에 크기는 10포인트로 해왔는데 말이죠... 제가 요즘 늙었나봐요. 넘 작아서 잘 안 보여요... 랩톱 화면이 작아서 더 그런 걸까요? 암튼 그래서, 글자 크기 11포인트로 키웠습니다 ㅎㅎ)
오랜만에 중동 소식 들여다보려니 (눈이 나빠서가 아니라 머리가 나빠서;;) 이것도 좀 힘드네요. 암튼 이집트와 이란 사이에 직항 항공편이 개설됐다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또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 소식입니다. 두 나라 사이에 비행기가 오가는 것은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34년만이거든요.
이집트 카이로와 이란의 테헤란을 잇는 민간 항공기가 30일 운항을 시작했다고 알자지라방송이 보도했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직항편이 오가는 것은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입니다.
새로 개설된 항공편은 이집트 사업가 라미 라카가 경영하는 항공사 에어멤피스가 운영하는 것으로, 첫 비행기에는 이란 외교관 8명만 탑승했습니다. 항공사 측은 운항횟수와 일정 등 향후 운항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집트와 이란의 관계가 계속 개선되고 있어 승객들이 늘어날 지도 모르겠네요. 뭐 제가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만.. 에어멤피스는 비행기 달랑 6대 가진 작은 항공사입니다;;
기사와는 직접적 관련 없는 에어멤피스의 여객기;; /이집트 Al Ahram Online
이집트와 이란은 중동의 두 대국이지만 역사적으로 거의 늘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원래 센 나라들끼리 친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아랍왕조 시대 이래로 이슬람권의 헤게모니를 놓고 경쟁하는 사이였습니다. 이집트는 아랍권의 맹주라면 맹주이고, 이란(페르시아)는 아랍인들을 속으로는 업신여기며 아랍 지배를 받을 때에도 지적 권력을 이어오던 세력 아니겠습니까.
20세기 전반 영국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뒤에도 이란과 이집트는 서로 견제했습니다. 특히 이집트 건국의 아버지인 가말 압둘 나세르 시절 갈등이 심했다고 합니다. 당시 이집트는 아랍사회주의와 범아랍주의를 내건 나세르의 나라였고, 이란은 친미 파흘라비(팔레비) 왕조가 미국 & 유럽에 붙어 국민들 수탈하고 있었으니까요.
1970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한 뒤 잠시 우호적인 관계가 됐으나 불과 9년 뒤 이란에서 친미 왕정이 호메이니 혁명으로 축출되자 다시 적대국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나세르 때와는 정반대가 됩니다. 사다트-무바라크로 이어지면서 이집트는 친미 독재국가가 됐지요. 반면 이란은 오늘날과 같은 반미의 거두가 되었고..
이집트가 쫓겨난 샤(이란의 왕)에게 망명지를 제공해주면서 1980년 두 나라 간 국교가 끊겼습니다. 이어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집트는 이라크 편을 들었고, 지금도 아랍국들 중 유일하게 테헤란에 대사관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과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대사관을 두고 있다는데, 이집트의 몽니라고 해야 될까요...
그랬던 두 나라는 최근 들어 거리를 좁히고 있습니다. 이번 민항로 개설에 대해 이집트 측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대통령 시절부터 논의됐던 일”이라고 밝혔지만 무바라크가 물러난 뒤 친이슬람 성향의 모하메드 무르시가 대통령이 되면서 두 나라가 부쩍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무르시는 지난해 8월 30여년만에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했고, 올 2월에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카이로를 답방했습니다. 무바라크는 1997년 이란 개혁파 정권 시절에 이슬람권 정상회의 한다고 이란을 찾아간 적 있습니다만, 이란 대통령이 이집트를 찾은 것은 호메이니 혁명 이후 아마디네자드가 처음이었습니다.
지난해 테헤란 방문에서 무르시는 이집트·이란·터키·사우디아라비아가 힘을 합쳐 시리아 문제에 대처하자고 주장했습니다. 미·유럽연합·유엔·러시아로 구성된 중동평화 ‘콰르텟(4자기구)’을 본뜬 ‘이슬람권 콰르텟’ 구상은 사우디가 빠지면서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이집트측 아이디어는 중동 사안에 민감한 미국과 유럽국들을 자극했을 것 같군요.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중동 전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이란은 한술 더떠 이집트 등에 재정원조를 제안했습니다. 이집트는 무바라크가 축출되고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정국 불안에다 연료난·식량난이 겹쳐 위기를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2주 새 가스 부족 때문에 충돌이 벌어져 5명이 숨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무바라크 시대에 이집트 정부는 예산의 30%를 국민들에게 주는 연료보조금으로 지출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의 외환보유고는 재작년 360억달러에서 현재 130억달러로 2년만에 확 줄었습니다. 거의 3분의1 토막이 난 거죠. 이집트의 돈줄은 첫째 대외원조, 둘째 관광수입이었는데 관광수입이 복구되지 않고 있다네요.
암튼 정부가 연료를 예전처럼 수입하지 못해 농민들은 관개용지의 물조차 대지 못하고 있고, 식료품값이 폭등하면서 ‘제2의 봉기’가 일어날 판이라고 합니다.
사정이 급한 이집트가 이란과 손을 잡을 경우 중동 정세에는 큰 변화가 올 것이고 미국을 당혹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은 이집트 이슬람정권에 눈을 흘기면서도 지원은 해주겠다고 얼마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그걸로는 모자라는 것이 이집트의 '구걸 경제'...
이집트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재정지원 협상을 하고 있는데, IMF가 요구하는 고강도 긴축정책에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협상이 어떻게 될는지, 이집트가 이란 돈을 받는 걸 미국이 두고 볼 지... 암튼 관심 가는 두 나라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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