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남동부 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규모 7.5의 강진이 일어나 40명 이상이 숨졌다고 이란 프레스TV가 보도했다.
지진이 난 곳은 소수민족 밀집 지역인 발루치스탄으로, 파키스탄 내 발루치스탄 자치주와 이어져 있다. 이란 지질학센터는 발루치스탄 중심도시인 사라반에서 북쪽으로 81km 떨어진 곳이 진앙지라고 밝혔다.
전 세계 지진 발생 상황을 실시간 공개하는 미국 지질조사기구(USGS)는 지표면 15.2㎞ 지점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번 지진이 인도 뉴델리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질학자들이 말하는 판구조에서 이란판과 아랍판이 만나는 곳에 있다. 지난 9일에도 원전이 위치한 부셰르 인근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일어나 최소 37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됐다. 이란 정부는 부세르 원전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주변 아랍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는 원전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란은 아랍국이 아니어서 걸프협력회의에 들어가 있지 않으나, 걸프 아랍국들은 이란의 원전이 주변에도 위험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과 인접한 동부 타브리즈에서 규모 6.4, 6.3의 지진이 연달아 일어나 250명 이상이 숨졌다. 2005년에는 케르만 주 자란드에서 강진이 발생해 612명이 숨진 바 있다. 앞서 2003년에는 유서깊은 유적도시인 테헤란 남부 밤(Bam) 시에서 규모 6.6의 지진이 일어나 3만1000명이 숨졌다. 당시 일시적으로나마 지진 구호를 하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 해빙 국면이 조성되기도 했다. 1990년에는 카스피해 연안에서 지진이 일어나 5만명 이상이 숨지고 10만명이 다쳐, 이란 근대사에서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동부·남동부 국경은 특히 지진 다발지역이다. 이 일대는 이란판과 아랍판, 인도판이 교차하는 지역이어서 지진이 많이 일어난다. 2002년에는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이란 카즈빈 주의 여러 마을에서 연쇄적으로 지진이 일어나 261명이 숨졌다. 1997년에도 인접 지역에서 강진으로 1500여명이 사망한 바 있다. 당시 집을 잃은 이재민만 50만명이었다.
이웃한 파키스탄도 지진 참사가 잦다. 이번 지진이 일어난 발루치스탄에서 2008년 지진이 일어나 200여명이 숨졌다. 2005년에는 인도와 맞닿은 카슈미르에서 강진으로 7만5000명 가량이 숨졌다.
발루치스탄은 이란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걸쳐 사는 발루치족의 거주지다. 이란 쪽은 시스탄 발루치스탄 주, 파키스탄 쪽은 발루치스탄 주라는 행정구역으로 각각 묶여 있다. 두 나라에 나뉘어 사는 발루치족은 분리독립해 한 나라를 이루겠다며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탄압을 당하고 있다.
이 지역은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되고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반면 인구는 많고 주거환경이 열악해 지진 등 재해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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