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어린이들은 지금
▲ 멕시코시티, 마닐라, 라고스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유리, 캔, 종이를 찾아 모으고 음식 찌꺼기를 놓고 까마귀와 싸움을 벌인다
▲ 진주를 찾아 자바의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 콩고의 광산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찾아 나선다.
▲ 페루의 광산 갱도에서 어린이들은 없어서는 안 될 두더지가 된다. 키가 작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폐가 더이상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묘지에 묻힌다.
▲ 콜림비아와 탄자니아에서는 커피를 수확하다 살충제에 중독된다.
▲ 과테말라의 목화밭과 온두라스의 바나나 농장에서도 살충제에 중독된다.
▲ 말레이시아에서는 새벽부터 별이 뜨는 밤까지 고무나무 수액을 채취한다.
▲ 미얀마에서는 철로를 놓는다.
▲ 인도 북부에서는 유리 만드는 가마에서, 남부에서는 벽돌 굽는 가마에서 열에 녹을 지경이다.
▲ 방글라데시에서는 하루 종일 끝없이 일해도 임금을 한푼도 못 받거나 거의 못 받으며 300가지가 넘는 일에 종사한다.
▲ 아랍 왕족을 위해서는 낙타 경주를 하고,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사이를 흐르는 라플라타 강 유역의 농장에서는 말을 타고 소와 양을 모는 목동이 된다.
▲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 스리랑카의 콜롬보,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브라질의 레시페에서는 주인의 식탁을 차리고 거기에서 떨어지는 음식 부스러기를 먹으며 산다
▲ 콜림비아의 보고타 시장에서는 과일을 팔고, 상파울루의 버스 안에서는 껌을 판다.
▲ 페루의 리마, 에콰도르의 키토, 엘살바도르의 산살바도르 길모퉁이에서는 자동차 앞 유리창을 청소한다.
▲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와 멕시코의 과나후아토의 거리에서는 신발을 닦는다.
▲ 태국에서는 옷 바느질을 하고, 베트남에서는 축구화에 바늘땀을 넣는다.
▲ 파키스탄에서는 축구공을 꿰매고, 온두라스와 아이티에서는 야구공을 꿰맨다.
▲ 스리랑카의 농장에서는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차나 담배를 따고, 이집트에서는 프랑스 향수 제조소로 보낼 재스민을 딴다.
이란, 네팔, 인도의 어린이들은 동이 트기 전부터 자정이 넘을 때까지 카펫을 짠다. 부모가 돈을 받고 빌려준 아이들이다. 누군가 구출하러 가면 아이들은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우리의 새 주인이신가요?"
▲ 부모가 100달러에 팔아넘긴 수단의 어린이들은 섹스 산업에서 일하거나 안 하는 일 없이 다 한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중에서.
몇 해 전 외신에서 읽은 이야기. 아프리카에 베냉이라는 나라가 있다.
빈국 중에서도 최빈국이다. 노예제도는 링컨과 함께 끝났다고?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베냉의 어린이들(가난한 부모가 팔아넘긴 아이들) 200여명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노예선'이 대서양을 항해하고 있었다. 국제해양경찰이 정보를 입수해 배를 기습했다. 아이들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 어디로 갔을까? 바다만이 알고 있다.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였나, 제목은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 그 책에, 동남아의 낚시꾼들 얘기가 나온다. 지구의 어느 지역에서는, 아이를 줄에 묶어 배에서 늘어뜨려 바다에 집어넣는단다. 아이들이 미끼가 되고 갈고리가 되어 해산물을 채취한다. 아이들 몸이 물 위로 떠오를까봐 돌멩이를 같이 묶어서 집어넣는단다.
재작년 영국에선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어린 흑인소녀의 시신이 토막난 채 템즈 강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경찰은 종교집단이 어린 소녀(베냉 같은 곳에서 노예로 팔려왔을 것이 뻔한)를 종교의식의 제물로 삼은 뒤 시체를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진주에도 양식진주가 있고, 천연진주가 있다. 잘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후자가 더 비쌀 것이다. 진주 목걸이 한 알 한 알이 아이들의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진주 좋아하지 말자. 다이아몬드도 좋아하지 말자. 그넘의 다이아몬드 때문에 아프리카에선 '소년병'들이 살육전의 도구가 되고 목적이 되어 죽어간다.
나이키 축구화도 좋아하지 말자. 세계적으로 '아동노동 착취' 악명 높은 기업이 나이키다. 미국에선 나이키의 아동착취 문제로 소송까지 붙은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제3세계 진출해서 세계경영 하고 있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자. 어느 나라에서 어린아이들 부려먹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정력 딸리기로 소문난 울나라 남자들, 동남아 '영계 매춘' 아직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에이즈나 팍팍 걸려버렸음 좋겠다.
나 역시 무죄가 아니다. 우리 딸 한 달 유치원비 35만원. 비싸다. 종일반이라서 더 비싸다. 아직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구몬 수학에 영어 피아노 발레 가르치면 한달에 수억 들어갈 것이다.
내 아이만 잘 키우겠다고 생각하지 말자. '거꾸로 된 세상', 남의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다. 남의 나라 얘기 할 것 없이 돌아보면 내 주위에도 못 입고 못 먹는 아이들이 허다할 것이다. 내 아이 잘 키워서 거꾸로 된 세상에 떨어뜨려놓으면 뭐하나, 세상부터 바로 되어야지.
못나고 못된 엄마는 오늘도 생각한다. 아이야, 나는 저 책을 읽으면서 너를 생각했단다. 지금쯤 빨간 가방 메고 유치원에 갔을 너를, 그리고 너.만. 생각해왔던 나를. 엄마가 너와 함께 '네가 살아가야 할 세상'을 한번이라도 더 생각할 수 있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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