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70)가 차기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 후보로 꼽히는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59)에 반대하는 ‘저격수’로 나섰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내년 1월말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현 의장의 후임으로 서머스를 낙점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스티글리츠를 필두로 한 유명 경제학자들이 ‘서머스 반대’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11일 보도했다.
스티글리츠를 비롯해 크리스티나 로머 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로라 타이슨 전 경제회복위원회 위원 등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350여명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 앞으로 공동 서한을 보내 버냉키 후임으로 재닛 옐런(67) 연준 부의장을 지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서한 작성을 주도한 것은 여성운동가인 하이디 하트먼 여성정책연구소 소장이며, 로머와 타이슨을 포함해 오바마 1기 정부의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친 ‘친오바마’ 성향의 학자들이 여럿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서한에서 서머스를 거명해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옐런이 연준의 다른 이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해왔고, 여러 다양한 견해를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며 경제정책과 노동시장의 관계 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옐런은 하버드대와 버클리대 교수를 거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로 일했고, 2010년 연준 부의장이 됐다.
서머스는 재무관료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 총장 시절 “여성은 수학적 능력이 모자란다”는 등의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가 비난을 받고 퇴임한 전력이 있다. 오바마와 매우 가까워 오바마 정부 1기에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냈고 추진력이 높다는 평이지만 독불장군이라는 비난도 듣는다. 지난 7월에는 민주당 여성 하원의원들이 옐런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반 서머스’ 진영의 선두에 선 스티글리츠는 이번 서한에 서명했을 뿐 아니라, 지난 7일자 뉴욕타임스에 ‘서머스가 아닌 옐런이 연준을 이끌어야 하는 이유’란 글을 싣기도 했다. 그는 이 기고에서 서머스가 재무장관 시절 금융규제 완화에 앞장섰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 월가의 대형 금융기업 여러 곳의 고문활동을 해온 점, 공격적인 성향으로 주변과 마찰을 빚는 점 등을 지적했다.
서머스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9년 재무장관에 취임한 뒤 한국 등에 금리인상과 재정축소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스티글리츠는 유명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과 함께 이같은 정책을 비판했다. 스티글리츠는 미국과 국제금융기구들이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이름 아래 시장만능주의 경제정책을 개발도상국들에 강요하면서 세계를 망치고 있다고 맹비난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스티글리츠는 서머스와 여러 정책을 두고 대립해온 반면, 옐런과는 오랜 친분이 있다. 세계은행 수석 경제분석가 출신인 스티글리츠는 2001년 옐런의 남편인 조지 애컬로프 버클리대 교수와 공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스티글리츠가 서머스에 반대하는 것이 개인적인 이유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서머스의 ‘성격’이나 조직친화력보다는 고용을 중시하지 않는 친시장주의라는 지적이 많다. 옐런은 경기부양을 위한 돈 풀기, 즉 양적완화를 서서히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며 경제성장과 고용 확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서머스는 양적완화를 끝내는 데에 좀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일자리 문제보다 강한 달러를 중시하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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